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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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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이곳에 있는 까닭은? -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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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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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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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세월을 함께 해온 내 조국이 있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난 내 조국을 떠나서 사는 것이 슬펐다.
그냥, 잠시 다녀오는 길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한달, 두달, 아니, 기약없이 타향에서 산다는 것이 내게 있어서 만큼은 정말 슬픈 일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대학에 어떻게 붙어서 영어 공부를 새로 시작할 때, 나의 모토는 "앞으로 이 나라가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으로 붑빌 때,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리라, 그러기 위해서라면 내가 영어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를 놓고, 전공 공부보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그것이 화근이 되어 이 날 이 나이가 차도록, 한국에서 자리를 못잡고, 툭하면 외국으로 쫓겨다니는 방황의 역사가 시작될 줄이야...

중학교 1학년때, 자유교양서적 읽기 대회가 있어서 두어달 수업을 빼어먹으면서부터 영어에 대한 취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던 기억, 중학교 2학년때, 미국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온 아가씨 영어 선생님이 우리집에 1년간이나 머물면서도 내가 받은 혜택은 거의 없고, 오히려 내가 그에게 한글을 가르쳐준 기억만 가득한데, 그렇게 해서 놓친 영어는 고등학교 시절을 통해서 그 꼬리가 잡히지를 않았고, 예비고사(요즘의 학력고사) 시험지를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 보고 시험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선택하여도 어김없이 4지선다 50문제 가운데 12, 13문제를 맞추는 것으로 끝나던 그 시절을 보내고, 대학교 입학시험에서 영어 빵점으로 과락처리되지 않을까를 걱정하던(당시 입학시험에서 객관식이 없었다면 정말 0점을 맞았을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영어회화 써클에서 선배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하고자 했었던 그 시절을 뒤로하고,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이다.

작년 10월에 처음 싱가폴에 발을 들이면서, 공항 출구 쪽에서 마중나온 차까지 몇발짝을 걸으면서 나의 숨을 콱 막던 그 뜨거운 열기, 스코트 로드 언덕 위의 요크호텔에서 럭키쇼핑센터까지 내려가는 언덕길이 얼마나 멀게만 느껴졌었는지, 건너편의 다께시마야는 더위가 싫어서 가보지도 못하고 걸어서도 2-3분이면 올 길을 서둘러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던 그 기억 속에서 난, 싱가폴이란 나라가 소돔과 고모라의 현대판이라고 기억하고 떠났었는데, 정말 난 이곳에 두번다시 발길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를 하였고, 친구들에게도 싱가폴에 대한 나의 모든 이미지는 "덮고 짜증나는 한증막" 그 외에는 없었다.

근데, 그로부터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이유로 인해 내가 이곳에 와서 집도 구하고,,,,  아아, 잔인한 달 4월이여,
4월말에 이곳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냥 나는 두어달에 한번 2-3일 정도 출장만 왔다가면 되는 것으로 기대를 하고 후다닥 떠났었는데, 5월 중순이 되면서 사태가 급진전되어서...  결국은 한달 가운데 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내야 하는 아픔의 시간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더위가 나를 괴롭힐 때마다 나는 그 과거 시간들 가운데 오늘날의 내가 있게된 가장 큰 이유를 들먹이면서 저주를 한다.  
그놈의 영어 때문에...
그렇다고 영어를 남들처럼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 마음속의 어두운 그림자는 커져만 간다.
언제면 내가 이 한증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른지...
내가 왜 이곳에 와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러면서도 나의 머릿속엔 스쿼시 공이 오가고 있다.
오늘 즐거운 주말, 스쿼시를 치러 갈 수 있다는, 그간 못본 얼굴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이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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