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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삶이란 것이?
- 플라타너스 (littlepig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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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2-3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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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생활은 정말 다르죠.
추운 겨울에 집에서 보였던 교회의 십자가가 기억났고, 하얗게 눈 내린날 언 손을 호호 불며 새벽송 부르며 다니던 그 겨울과 붕어빵, 군고구마, 오뎅 등등.... 날씨에 너무 지쳐서 아마도 겨울이 더 생각난 듯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한국은 사람냄새가 난다는 것이 가장 좋아요. 별 희한한 사람들도 많지만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너무 많은 걸 누리면서 그걸 잘 몰랐었다는 생각이요... 모르죠.. 언젠가 제가 싱가폴을 생각할 때 다른 좋은 점이 많이 기억 날 수 있겠죠.
더우면 기가 많이 약해져서 더 우울한 생각이 들수도 있대요. 그래도 화니님은 스쿼시가 있으니까 무난히 싱가폴 더위와 추위를 이기시리라 생각해요.
>이번에 시내쪽 집을 정리하고,
>회사 근처 집으로 이사를 들어갔다.
>순전히 스쿼시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계약을 해버렸다.
>스쿼시장은 현재 수리 공사중이다.
>원래는 8일날 완공된다해서 이사를 서둘렀는데,
>느릿느릿 진행되는 공사로 인해 19일로 미뤄졌단다.
>아쉽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이번에 한국에 갔다와야 제대로 사용이 가능할 듯..
>
>
>
>회사에서 버스 몇코스만 오면 되고, 전철역 근처, 11층 집에서 전철역, 그리고 그 주변의 잔듸밭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찬 풍경,
>5분 간격으로 전철이 지나가고,
>요즘 우기인지라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비오는 풍경,
>비에 젖은 포도 위를 차들도 시원스레 질주한다.
>새까맣게 젖어 있는 풍경,
>이곳은 바쁘게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땀이 나니까,
>그냥 느릿느릿
>한가한 풍경,
>소낙비가 내려도 수영장에는 몇사람인가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다.
>물속에서만이라도
>하늘이 주는 뜨거움을 잊을 수 있는 나라,
>수영장을 보면 혜택을 받은 나라 같고,
>그냥 도시를 거닐다 보면 저주를 받은 것 같은...
>그러다가도 도심 속 건물속으로 들어가보면
>풍요로움으로 가득찬,
>
>물질 문명의 첨단과
>자연 세계의 혹독함, 풍요로움,
>어찌보면 이곳이 바로 물질문명과 자연세계의 전선대(더운 기단과 차가운 기단, 습한 기단과 건조한 기단, 서로 다른 기단이 만나면서 그 경계선에서 비, 구름, 회오리, 등과 같은 기상 변화가 형성되는 지역)가 형성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발짝을 건너뛰면 열대 밀림 속으로 들어서고,
>한발짝 건너 나오면 문명의 이기들이 질주하고,
>상점마다 문명의 산물들로 가득찬 이곳...
>그 한구석에는 에어콘도 없이 뜨거운 더위 속에서 땀흘리며 뜨거운 반면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
>건물 속은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
>건물 바깥은 찜통같은 더위,
>빨래조차 쉽게 잘 마르지 않을 만큼의 습한 날씨,
>도무지 뭐라고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혼돈속의 싱가폴에서의 삶이다.
>
>세상에서 가장 계급이 잘 발달된 도시,
>똑같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이미 이 나라에 팔려오면서부터 아스팔트 공사, 혹은 청소부, 하녀와 같은 천민 계급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유럽 계열 아시아 지역 총괄본부에 근무하는 화이트칼라로써 최상의 생활 조건과 급여를 보장받고 오는 상류층 계급이 될 것인지,
>학생비자로 적당히 입국하여 영어/중국어를 같이 공부하면서 훝날을 기약하는 학생 계급이 될 것인지,
>방문 비자로 입국하여 주기적으로 말레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적당한 기회를 찾아가게 될 여행객이 될 것인지,
>심지어는 이곳에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조차 국민학교에서부터 성적 순서대로 자신의 갈길이 정해져가는 나라이기에,
>겉으로는 매우 평온한 듯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거쎈 소용돌이를 뚫고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나라...
>
>난 이곳에서 많은 가치관의 뒤흔들림과 혼돈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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