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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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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1. 1,782
    2. 1
    3. 0
    4. 2003-12-13

본문

이번에 시내쪽 집을 정리하고,
회사 근처 집으로 이사를 들어갔다.
순전히 스쿼시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계약을 해버렸다.
스쿼시장은 현재 수리 공사중이다.
원래는 8일날 완공된다해서 이사를 서둘렀는데,
느릿느릿 진행되는 공사로 인해 19일로 미뤄졌단다.
아쉽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이번에 한국에 갔다와야 제대로 사용이 가능할 듯..



회사에서 버스 몇코스만 오면 되고, 전철역 근처, 11층 집에서 전철역, 그리고 그 주변의 잔듸밭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찬 풍경,
5분 간격으로 전철이 지나가고,
요즘 우기인지라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비오는 풍경,
비에 젖은 포도 위를 차들도 시원스레 질주한다.
새까맣게 젖어 있는 풍경,
이곳은 바쁘게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땀이 나니까,
그냥 느릿느릿
한가한 풍경,  
소낙비가 내려도 수영장에는 몇사람인가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다.
물속에서만이라도
하늘이 주는 뜨거움을 잊을 수 있는 나라,
수영장을 보면 혜택을 받은 나라 같고,
그냥 도시를 거닐다 보면 저주를 받은 것 같은...
그러다가도 도심 속 건물속으로 들어가보면
풍요로움으로 가득찬,

물질 문명의 첨단과
자연 세계의 혹독함, 풍요로움,
어찌보면 이곳이 바로 물질문명과 자연세계의 전선대(더운 기단과 차가운 기단, 습한 기단과 건조한 기단, 서로 다른 기단이 만나면서 그 경계선에서 비, 구름, 회오리, 등과 같은 기상 변화가 형성되는 지역)가 형성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발짝을 건너뛰면 열대 밀림 속으로 들어서고,
한발짝 건너 나오면 문명의 이기들이 질주하고,
상점마다 문명의 산물들로 가득찬 이곳...
그 한구석에는 에어콘도 없이 뜨거운 더위 속에서 땀흘리며 뜨거운 반면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
건물 속은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
건물 바깥은 찜통같은 더위,
빨래조차 쉽게 잘 마르지 않을 만큼의 습한 날씨,
도무지 뭐라고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혼돈속의 싱가폴에서의 삶이다.

세상에서 가장 계급이 잘 발달된 도시,
똑같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이미 이 나라에 팔려오면서부터 아스팔트 공사, 혹은 청소부, 하녀와 같은 천민 계급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유럽 계열 아시아 지역 총괄본부에 근무하는 화이트칼라로써 최상의 생활 조건과 급여를 보장받고 오는 상류층 계급이 될 것인지,
학생비자로 적당히 입국하여 영어/중국어를 같이 공부하면서 훝날을 기약하는 학생 계급이 될 것인지,
방문 비자로 입국하여 주기적으로 말레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적당한 기회를 찾아가게 될 여행객이 될 것인지,
심지어는 이곳에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조차 국민학교에서부터 성적 순서대로 자신의 갈길이 정해져가는 나라이기에,
겉으로는 매우 평온한 듯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거쎈 소용돌이를 뚫고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나라...

난 이곳에서 많은 가치관의 뒤흔들림과 혼돈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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