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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널 이렇게 사랑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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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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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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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에서 다른 한구석까지, 벽으로 둘러싸인 모든 곳을 얘기하면서 한곳도 빈틈없이 너를 차지하고 싶다면 그것이 나의 오만인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난 너의 어느 한곳도 다른 누구에겐가에게 빼앗기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너로 인하여 나는 포물선의 기쁨을 알 수 있었다면 그것이 너무 편협된 사고라고 말하겠지. 사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곡선의 미를 많이 얘기하는데, 곡선은 대부분 포물선과 현수선 그리고 자유곡선 정도로 그 성격을 구분할 수 있을 것같다.
포물선과 현수선은 같은 원리(중력의 원리: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지구 중심을 향한 인력을 받게 된다.)이면서도 서로 반대의 모습을 갖는다. 즉, 현수선은 U자 모양에 가깝고, 포물선은 U자를 거꾸로 엎어놓은 산과 같은 모양이다. 전자가 멈춤과 쌓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움직임과 흘러내림, 추락과 같은 것을 의미하며 불완전함을 표현하게 된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네가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가장 패쇄적이며 가장 역동적이라는 점에 있는 것이다.
너의 어느 한구석도 개방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임에도 너와의 만남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향해가는 너의 그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하여 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새움으로 돋아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게되는 것이다.
세상에 사랑이란 것이 이토록 생명력을 퍼부어주는 마치 폭포수와도 같은 힘이 있다는 것인줄을 정말 이전에는 알 수 없었다.
난 처음엔 그것을 하나의 집착으로만 여겼었고, 얼마 못가서 사그라지는 허황된 불꽃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나름대로 널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부터는 그게 단순한 집착, 혹은 애착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정말 나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이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전부터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서커스 공연팀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북한 서커스단의 공연 모습들을 우리 나라 TV에서도 구경할 수가 있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가장 스릴 넘치는 장면들은 대부분 위로부터 혹은 아래로부터 현수선을 타고 흐르는 장면 속에 있다.
마치 비오는 날 우리 나라 전통 가옥의 처마끝을 쳐다보다보면 현수선을 따라 가운데로 모여드는 빗물의 흐름들과 그렇게 가운데로 모여서 홈통을 향해 내리붓는 그 힘찬 정열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듯이, 그들의 공연 모습도 이 현수선 속에서 최상의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앞의 장면이 남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스릴이었다면,
포물선에 맺힌 너와의 만남은 정말 나 자신으로 하여금 너와의 만남을 위해 스스로 뛰어나가지 않을 수 없는 위기감을 조성하곤 한다.
마치 야구에서 외야수가 포물선을 그리며 담을 넘어가려는 공을 사생 결단하듯이 따라가서 붙잡아내는, 그 와중에 잠자리채까지 동원해가며 그 공을 앗아가는 관중들과의 숨막히는 혈투, 심지어는 50년동안의 염소의 저주라는 말이 바로 그와 같은 장면에서 또한번 입증이 되고만 경우가 있지 않았던가...
불꽃놀이를 하는 축포의 긴박한 폭발음이 도시의 밤을 가를 무렵이면 시내 곳곳으로부터 밀려드는 인파들로 인해 밤은 더욱 열광적으로 바뀐다.
사람들의 가슴을 조아리고, 입을 딱딱 벌어지게 만드는 그 역동의 힘이 하늘을 향해 무모하게 날아가다가 어느 순간엔가 제2의 폭발음과 함께 산산조각 나면서 우산 모양을 그리며 쏟아져 내리는 그 흘러내림의 포물선은 앞에서의 현수선과는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해준다.
우리는 몇십년전의 포성 속에서 아스라히 과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영화의 한장면이 아니더라도 포물선을 그리며 장거리를 날아와 땅위에 떨어져서 근처 반경 수십미터, 심지어는 수킬로미터까지 쑥대밭으로 만드는 포탄의 위력 앞에서는 세상 누구나 생명에 대한 애착을 안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포물선의 모습을 너로 인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정말로 행복한 부분중에 하나인 것이다. 너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당하면서 나는 너의 한계성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너는 대부분의 경우에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나를 지쳐서 너의 몸안에 드러눕게 만들고 만다. 나는 네 속에 누워서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네가 날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이 날 아직 미워하고 있지는 않을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물론, 그것이 나의 너에 대한 사랑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오늘도 너와의 신선한 만남에도 불구하고 땀에 흥건하게 젖어 더러워진(?) 몸을 씻으러 샤워장으로 향해가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너를 기쁜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직 너는 완전한 나의 것이 아니긴 하지만 너로 인해 나의 삶이 현실적인 복잡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줄 수 있기에 샤워장의 어떤 물방울조차도 네가 나를 위해 부여해주는 생명력의 향기는 지워줄 수 없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는 것이다.
삶에 있어서 네가 주는 그 청량감이란 것이 정말 나의 삶을 많이 바꿔주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믿으면서 너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너와의 만남을 희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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