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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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드 쓸것인가 말것인가 3 - 개인적인 공간의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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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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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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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domestic  helper를  안두는 이유는  개인적인 공간의 침해를 못 참아 서이다.

나 또한  부부관계후 문을 열었는데  얼굴이 마주 친다든가
감정조절에 실패해서  신랑과 한바탕  싸우고 난후의  쌈닭같은 내 모습 이라든지
신랑이 연락도 없이 한밤중까지 안 돌아와서 혼자서 궁상떨며 기다리는 나의 모습
애들을 결코 교육적이거나  인격적이지 않은 분풀이 용으로 야단을 칠때의 모습 등은 물론이거니와,

돈이 부족해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도 못시키고 후랜치 프라이즈만 시켜야 할때
월급이 달랑달랑  해서  장볼 품목에서 몇가지를 빼야만 할때
식구들의 떨어진 속옷
남편의 고무줄이 헐렁해진 팬티
손잡이 다 떨어진 냄비나  칠이 다 벆겨진  후라이팬을 속 시원히 버리지 못하고 사용할때
연휴에 이웃들은 다 여행을 떠난 것 같은데  우리집만  좁은 집안에서 복닥거릴때
풀장이 있는 근사한 친구집에 같이 놀러 갔다 올때
왜소한 신랑의 웃통벗은 모습
짜증나게 멍청한 딸 등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자존심이 상하고  같이 살아도  남이기에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것은   helper가 사람이기에  가족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여자로서의 모습이나  더는 가족의 치부를 외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본능같은 감정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우선  helper 나  고용주 입장인 나나  똑같은 사람인 것이다.

돈때문에  신랑과 아이들을 다  떼어놓고 돈벌러  남의 나라 까지 온 helper 나
조금  사정이 나을지는 모르지만  하루종일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뛰어다니고,  윗사람  눈치보고,  인간관계에 힘들어 하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쩔수 없이 해야 하고  하는 것은  가족을 가진 인간인 이상 다 같다고.

똑같이 남편과 의견이 안 맞을수 있고
애들 교육시키는 것의  정석을 몰라 헤매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  째째한  행동도 하고

helper 는 helper 입장에서
나는 나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열심히 가는 것이기에   굳이 helper 앞에서   우리가 마치  잡지에서 보는  행복한 가정의 모델이 되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모범적인 한국인 가정의 sample 이 될 필요도 없다.  얼마 안되서 들통날 그리고  연기자가 무진장  피곤한  허풍은  처음부터  떨 필요가 없다.

돈이 없으면 없다고 하고
아껴쓰라고 잔소리하고
버린것도 줏어 오고
애들과 실랑이를 하고
신랑과도 언성높혀 싸울수도 있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보이는데 어려워 하지 말자.    그 helper 도 돈 벌러 온 사람이지  UN에서 파견된  한국가족형태 를 조사하러 온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예의는 서로 지키는 것이 좋다.    

남의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 묻는다던가,  
“신랑이 있는데 왜 나왔어?”  “ 신랑은  빈둥거리고 노는 거야?”  “애가 그렇게 어린데 떼어 놓고 일하러 나왔단 말야”  하는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코러스나,

거기에 더 나쁜 것은 못 알아 들을 것 같다고  바로 눈앞에 있는데서  식구끼리 더 한 경우는  어린 애들까지  합세해서   “아이고 어쩜 그럴수가 있어”   “얘네들 정말 웃긴다 그치” 하면서  동물원에 온것처럼 아래 위로 훑어보면서 남의 사생활을 까발려 떠든다던지.  

애들이 먹다 남긴 지저분한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
단지 우리와 틀리다는 이유로 외모나  생활습관등을 비웃는다던지 하는 것은 고용주와 하인 아니라 더한 사이라고 해도  안될 선을 넘는 짓이다.

또한 transfer 해서 온  helper 에게서 전주인집 일을 도가 넘게 알려고 한다든지
helper 가 떠들어도  “남의 이야기는 그만하자” 고  점잖게  그만두게 해야지  흥미를 보인다던지 하면   helper는 우리집 이야기도 남에게 아주 흥미진진하게 해줄 가능성이 많다.   내가 모범을 보여야  helper의 입단속도 야무지게 할수 있다.

야단을 칠때는 되도록  남들이 안 볼때  특히 애들이 없을때
조용히  무엇이 기분이 나빴고  
무엇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쉽고 단순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내 감정이 최고로 열받아 있을시는 이야기를 잠시 미루었다가 하는 것도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 한 방법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사람은 참 복합적인 생각을 다 보여주면서 상대가 나를 읽어 주기를 바라는데  많은 외국인이  한국인의 그 잡다한 생각 중에서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서 최종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아내는데 실패한다
- 하물며 내 신랑도 아직까지 모른다 흑흑.    

결국은  주인이  야단을 치긴 하는데 무엇이 잘못되서 그런지를 helper가 모르는 경우가 참 많다.

내 경험으로는 내딴에는 인격적으로 기승전결로  설명을 하는데  helper의 얼굴을 보면 거의 이해하는 기색이 없을때가 많다.  나중에 보면 결국 이해는 못하는  난해한 잔소리만 들은 것이다.

단순하게 왜?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해라.  라고 짤라 말하는 것이 제일 쉽다.

남을 흉보는 것은 참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인격이 넘치시는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지만 나는 여태껏 10여년의 고된 해외생활을 이겨낸 비결이  가슴에 넘쳐나는 불만이나 흉을 그때그때마다   만만한 상대를 만나서  이빨이 다 닳도록  흉 본 것이 최고 효과적 이였던 것 같다.

“아이고 웃겨 싱가폴 사람들말야.  떠벌떠벌”
“얘네는 정말 왜그러니, 삐죽삐죽”
“내 참 기가 막혀서,  오늘 말야,  잘잘잘”
“너 걔 아니?   그 이빨크고 허리 꾸부정한 애,  몰라,  어쨋든 말야  걔가  왈왈왈”

그렇게  한바탕 하고나면 가슴 꼭대기 까지 찬 분이 가라 앉는 느낌이 들면서  진짜 내가  어디에 있고,  그것이 상대의 잘못인지,  나의 감정인지,  아니면 아프게도 인정하기 싫지만 나의 실수 인지가  말끔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상대에게 무진장 미안하다.  잘잘못을 떠나서 뒤에서 씹은것이.

그러면서 나는 싱가폴과 싱가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무진장 씹고 나서.  지금도 씹으면서.

완벽한  helper 가 없기에  흉볼일이  있어도  절대  듣는데서  - 아무리 우리말을 못 알아 듣는 다지만 -  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인간은  육감적으로 이사람이 하고 있는 말이 나에 관계 된 일인지,  좋은 쪽인지 나쁜쪽인 지를 알아 차릴수 있다.

오랜 내 해외생활 경험으로 그것처럼 기분이 더러운 경우가 없다.  차라리  나에게 뭐하고 하던지  뒤에서  그러나  내가 들리는 곳에서   특히 내가 못알아 듣는 말로.

그때 가슴에 묻은 앙심은 쉽게 잊어지지도 않고 치를 떨며 그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아주 오랫동안.

사람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우리가  놀러온 친구에게 가볍게  소근거린 것들이  주변을 맴돌며 시중들던 helper에게는  가슴에 돌이 되어 떨어질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같이  상처받기 쉬운  남에 땅에서 벌어먹고 사는 외국인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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