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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타지에서 기운빠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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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구슬 (whiteb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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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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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을꺼라는 위안을 삼으며 한번 써보기로 했다.
혼자 싱가폴로 나오기로 결심을 하고 나서 주위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타났다. 한쪽은 그래, 결혼하기 전에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와라... 다른 한쪽은 너 결혼안하니? 니 나이가 몇인데.... 그런데 나는 어느쪽도 듣기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왜 그냥 잘됬다. 너한테 좋은 기회인것 같다. 열심히 해라....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없을까. 특히 남자들 경우에는 나더러 철이 없다는둥...남의 결혼사에까지 시시껄렁하게 한 잔소리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남자들이 Career를 중요시 하고 열심히 일을 해서 인정을 받으면 아, 저사람은 정말 능력이 있구나 라고 하고 여자가 그렇게 하면 왜 다들 저 애는 정말 독하군. 결혼해서 사름 사람도 피곤할꺼야...라고 뒤에서 말을 하는 걸까. 왜 여자는 집에서 남자가 벌어다주는 월급을 가지고 가정을 꾸리며 사는 삶이 가장 편한 것이라고 믿는 걸까.
아기를 뒤에 남겨두고 매정하게 출근하는 엄마?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별 사고 없이 이렇게 큰 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부모가 돌봐주지 않아서 여자가 이렇게 기가 드세다고 말할까? 적어도 나는 이랬다. 초등학교때 비오는날 우산갖고 마중오시는 친구 어머니들 사이에서 친구의 우산을 빌려 돌아가면서도 슬프지 않았고 오히려 한학기당 한번 돌아오는 학부모의 날에 엄마가 어렵게 휴가내서 오시면 이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온몸을 보석으로 휘감고 화장을 두껍게 한 아줌마들 사이에서 직장여성의 수수한 맵시가 나는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중학교때 과외 선생님 대신에 엄마가 시원시원하게 내 수학문제 풀어주는 것도 자랑스러웠고, 고등학교때 성적이 떨어지면 무조건 나무라시기보다 오히려 위로해주시고 공부할때 옆에서 같이 회사일 하시는 엄마가 뿌듯했다.
남자들 사이에서 밤새도록 일하면 엉뚱한 일이 일어나나? 요즘처럼 말한마디 잘못하면 회사내에서 문책을 엄하게 하는 시대에 그런 일이 가능할까? 사내에 그런 법규가 없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면 힘없이 그냥 당하고 그 다음날 혼자 눈물흘리며 속으로 삼키고 조용히 사표내는 시대인가? Y염색체가 없기 때문에 그럴것이라고 믿는 걸까? 정말 솔직히 그 Y염색체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은 건지 정말 궁금하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렇다면 많은 유전자병이 Y염색체의 변형으로 인해 일어난다는 건 들으셨는지?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자식을 돌보는 구조는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숱한 시행착오속에서 정착된 것이다????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어머니로써 자식들을 돌보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구습을 무조건 타파하자는 독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러한 조선시대에나 나올법한 발상을 보며 난 아직도 16세기에 지구는 돈다며 혼자서 중얼거리는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마음 한편이 갑갑해져온다.
너무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HP의 회장인 칼리 피오리나의 남편은 칼리 피오리나를 AT&T라는 회사에서 직장 동료로 만났다. 그러나 칼리가 자신보다 더 능력이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아이와 입양한 자식까지 자신이 돌보겠다며 회사를 그만두었다. 가끔 칼리가 해외 출장을 가면 같이 와서 와이프가 회의하는 동안 자신을 골프를 즐기며...
한명이라도 육아를 돌보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분명 정신 나간 남자라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당신은 자신이 와이프보다 더 성공할 자신이 있냐고. 혹시 자신이 그 앞길을 막고 있지는 않냐고. 당신이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감으로 회사일을 하며 불평을 늘어놓는 대신에 당신 부인에게 그 사람이 더 보람을 느끼고 능력을 펼칠수 있는 기회를 줘볼 생각은 없냐고 말이다.
궁금해진다.
난 정말 이 사회에서 한국남자랑 결혼하긴 틀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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