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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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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가 일을 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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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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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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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 야,  안밖으로 버니 여유가 있으시겠읍니다”   더 노골적으로는 “돈 많이 벌어서 신랑이 좋겠읍니다”  라던가 “ 애엄마가  밖에서 뭐해요?  애는 안보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  일하는 여자인 내 탓이다.  그때마다 나는 조용히 있는데 이유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싶어서 이다.

정말 여자의 사회생활이 더블인컴이나  신랑의 경제적 무능함을 언급할 정도의 가벼운 것인가?   나의 직장생활이 남자들에 비해 치밀도가 떨어지나?  그냥 심심풀이 삼아 취미생활 삼아 하는 수준인가?   조금 하다가  신랑이 돈 잘벌어오면  언제든지 그만둘수 있는  그런 정도 인가?  아니,  이 세상이 정말 여자인 내가 나가서 일한다고 친절하게  예쁜 여자로서 폼만잡고 일할수 있게  혜택들을 주었던가?

결론은  학교다닐때 여자라고 해서 학비 적게 낸적 없거나  대학들어갈때 여자라고
점수 더 올려준것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에게도 직장생활은 남자와 마찬가지로  전력을 기울여야 하고  조금도 여자라고 봐주는 것 없이  지불할것을 다 지불하게 하고 마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였고, 것이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실 내 경험으로는  여자라서 보호 받았다는 느낌보다는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를 따라 잡아야 하는  엄청난 부담과  여자도 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위치때문에  오히려 더 자신에게  가옥하게 박차를 가해야만 했었다.  

그러면서도 사회는 여자가  여자이기를 바라기에 그것에 충실하면서  주어진 일을 똑부러지게 하는 것. – 이 엄청난  미션을 우리에게 요구했다.   이 모든것을  따라할  모델이나   때마다 적절한 충고를 해줄  선배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혼자의 경험으로 해 나가야 했었다.  우리는.

미혼일때는….   대학을 졸업하고  갖은  서류를 들고 선배며 연고를  이용해 취업을 하려고 할때서 부터 “시집이나 가지,  남자들도 자리가 없는 마당에” 하며 마치 내가 남자들의 자리를 뺏는 욕심많은 팥쥐같은 인물로 만들었다.   같이 배웠기에 같이 일할수 있을거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 내게는 이런 논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나중에 취업을 해서도 남자가 주역이고 여자는 대학아니라 더 한것을 나와도 보조 역활임을 너무나 분명히  면접때서 부터 못을 받았다.  그때 받힌 못이  회사를 그만 두는 4년 후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아서  결국 유능한 보조로서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마쳤다.

밤을 새면서 일을 해도 남자들은  집안에서 전화해서 걱정도 하고 든든해 하는 데   같이 밤을 새우고 일한  여자는  기껏해야 밤에  확인(?)전화한  회사동료의 사모님들에게 이상한 오해를 받아서 불쾌한 인사를 듣거나  하다못해  회사동료들도 “여자가 야밤에 뭘하느냐”  는 이상한 핀찬을 듣는다.  여자에게도 일할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라도  끝내야 되는 회사의  평등한 원칙이  적용됨을 왜 모를까?  

결혼해서는  …….일하는 여자의 천국이라고 하는 싱가폴에서의  직장생활도 만만한 것이 아니였다.  물론 한국남자보다는 이해력이 많다(?)는 외국인과 결혼을 했다지만   아이까지 대신 낳아주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어차피 남자는 남자지 여자가 될수 는 없으니까.   각자의 삶의 몫이 있듯이 이건 여자의 삶의 몫이 니까.

입덧 때문에 거의 중환자 신세로  병원을 드나들어도 이것 때문에  사회에서 맡은 내 몫을 누가 대신해 주지  않았고  그 무거운 아이를 배속에 넣고  자꾸 밀려오는 임신말기의   살인적인 졸음에  밀려서 동당거리다 보면  발이 부어올라서 사발을 엎어놓은 것처럼 소복해져도  그것 때문에  미팅을 연기시킬수도,  출장을 미룰수도 없었다.  

이건 마치 어릴적에 놀던 게임과 흡사하게  아웃되어서 나갈수는 있어도  그전에는 아웃 되지 않도록 죽도록  뛰어야만 하고 게임의 원칙에서 안벗어 날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이겨야 한다.   그런상황에서   절대  아웃될수는  없었다.   왜냐구??? 하루에도 몇번씩 내게 그 이유를 댄다.

우선,  여자를 채용했더니 출산이나  산휴에서 못견디고 결국 여자는 못해 내더라는 소리로  이자리를 무진장 원하는 다음 여자의 기회를 박탈할수는 없다.
이건 가벼운 민폐의 차원을 넘어선  500여년을 기다려  사회 참여라는 기회를 다시 가져보는 나라의 여자로서의  신성한 의무다. - 외국에서는 한국여자의 명예가 걸린 문제다.

아이때문에 내 꿈을 접었다는 소리를 퐁당거리고 하는 철다구니 없는 엄마이고 싶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고 내 일은 내 일이다.   나는 다를 원했다.  내가 특별히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고  남자들은 다 하고 있는 일이고,  다 가지고 가는 것 아닌가?   내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 하면서 그 이유를 아이에게로 돌린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엄마인 내게도 공평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이냐  결혼이냐?  일이냐  아이냐? 하는 유치한 질문을 내  인생에서 해야 한다는 자체가  싫었다.    

내가  괜찮은 일하는  엄마나 주부의 모델이나 선배를 아쉬워 할때, 때로   충고가 필요할때   주변에 너무 그런 사람이 없었다.   잡지나  회자되는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의 수준을 넘어서 수퍼우먼이거나 아니면 엄청난 배경으로  기반이 있는 사람들이였다.  나는 보통 여자가 보여줄수 있는 보통 선배로서의 일하는 여자로서  후배옆에서 일하고  싶었다.  결코 대단하지는 않지만 제길을 잘 가고 있는.  절대 특별 배경이나 특별 혜택을 받지 않고도 무엇보다 탁월한 수퍼우먼이 아니면서  양쪽을 수수하게 해 나가는 그런 모습으로.

이렇게 적고 보니 무척 우습다.  무슨 사명의식을 가진 열사 같아서.  아니다 사실은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 것이 우스운 것 처럼,  일하고 있는 내게 왜 일을 하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이건 내 몫의 삶이기에  그리고 내가 선택했기에  진지하게 가는 것이다.  때로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육체적으로 힘들고.   밤새도록 아픈 아이를 보고  아침에 나올때는 온몸이 얻어 맞은 것처럼 피로감에 시달리고.  안떨어질려고  울며 매달리는 어린것을 떼어놓고 나올때는 정신이  한동안  멍해지고  가슴이 아프다 못해  체한것 처럼 뻐근하다.  이것이 어찌 가외돈 개념이나  취미활동 정도로  가볍게 인식되어 질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어렵게 쌓아온 것들이 신랑이  단지 경제적으로 안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홀랑 버리고 갈수 있는 정도의 어떤것이란 말인가

누구에게나 진지한 삶이 있듯이  여자에게도 진지한 삶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 일을 하든 안 하든을 떠나서 누구의 삶도  자신에게는 중요한 것이고  엄청난 고뇌속에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온몸을 던지며 살아간다.  결코  자신과 틀린 생각이나 삶을 가졌다고 해서 가볍게  회자될 문제는 아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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