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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마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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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사람 (hoy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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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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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대학교 1학년 때에 데모가 참 심해서 중간고사 시험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다가 결국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그때 본 것이 국어 시험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분이 국어 시간에 데모하느라고 출석을 못했답니다. 그러니까 공부를 제대로 했을 리가 없지요.
시험 문제가 나왔는데, 딱 한 문제였습니다. ‘소설가 김동리의 「감자」에 대해서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쓸 말이 없었습니다. 뭐 그 책을 읽어봤어야 쓰지요.
그래서 그분이 백지를 내고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가 잠시 묵상기도를 하면서 지혜를 달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는데 어쨌든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지 석 장을 달라고 해서 거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감자에 대한 모든 지식을 다 썼습니다. 맛있는 감자 고르는 법, 감자의 유통 경로, 감자를 싸게 파는 시장, 감자를 속까지 잘 익히는 방법 등등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석 장을 앞뒤로 빽빽하게 채웠답니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오니까 마음이 뿌듯하더래요. 아, 나는 적어도 열심이 있는 학생이구나.
그리고 며칠이 지났는데 학교에 좀 나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뿔싸, 불상사가 생겼나보다 하는 생각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그때 국어과 강사를 포함해서 약 30명 정도 되었는데, 이분이 들어가니까 전부 다 박장대소를 합니다. 다들 "너구나!"그러십니다.
시험지를 보니까 찢어질까봐 그랬는지 석 장 모두 코팅을 해왔더래요. 코팅해서 이 선생님도 보시고, 저 선생님도 보시면서 "학교 부임한 이래 이런 답안지는 본 적이 없다" 그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뭐 정상적인 애구먼. 그런데 너는 어떻게 이것을 국어 시험 답안이라고 썼냐?" 그래서 그분이 "잘못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니까 선생님이 씩 웃습니다.
그러면서 그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분명히 국어 답안으로는 말도 안 되지만, 네 열심을 보아 학점을 주겠다."
그때 그분이 B학점을 받았습니다. 이분의 이야기의 결론이 이것입니다.
“대학 1학년은 저에게 인생의 일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모든 일에 열심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포기하지 않고 감자 그림이라도 열심히 그려내면 B학점 맞고 통과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지혜가 없고, 능력이 없으면 달라고 기도하면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 앞에 매달리는 열심마저 없다면 우리 삶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른 것(물질, 지혜, 능력 등)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헌신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운 나라에 살지만 힘을 내서 열심을 다해 주님을 섬겨가는 싱가폴에 사는 주님의 백성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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