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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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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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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1-05
본문
사무실로 돌아와서 책상앞에 앉으니
마음이 많이 허전한지 자꾸 헛손질을 합니다.
이젠 늦게 집에 들어가도
엄마 하며 꼬리한 사내놈 냄새를 퐁퐁 풍기며
머리가 촉촉해 지도록 놀다가
달려와 끌어안고
내 가슴에 코를 박고 냄새를 킁킁거리는
환연인사는 당분간 없겠지요.
흉칙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싱가폴에서는 잘아는 아저씨가
9살난 걔집애를 납치해서
무엇을 했는지
죽여서 작은 상자에 담아 둔 사건이
최근에 일어 났읍니다.
저도 아무리 직통으로 간다지만
네살서 부터 혼자 다니던 길이 라지만
혼자를 비행기에 태우고
돌아서는 길이
많이 힘드네요.
자식은 떠나 보내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나는 아직도
애들에 대한 염려와
나의 감정으로
너무나 많이 힘듭니다.
엄마의 치마폭에 싸인 좁은 인간이 아니라
넓은 인간관계와 세상을 보게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 감정과 머리속의 아우성을
넘어야 하는 힘든 일임에 갈수록 벅찹니다.
나만의 아들이 아니라
어른들의 손자고
친척들의 한 구성원으로
만드는 일이
엄마의 감성을 많이 아프게 하네요.
그래도 나는 이렇게 떠나 보내는 일에 익숙해 질려고 노력할 겁니다.
아파도 아들이 원한다면
다른 인간관계와 본인의 흥미에 따라 흘러 가는 것을 막지 않으려
안간힘을 쓸겁니다.
간혹 실수도 하고
투정도 부리겠지만
그렇게 갈 겁니다.
그것이 내 아들이 아름답게 사람이 되는 것임을 제가 잘 알기에.
그것이 바르게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임을 알기에.
하지만 오늘도 집에 가면
쪽 소리가 나도록 키스를 해줄
연인이 없어서
별로 집에 가는 일이 흥이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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