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4
- 일요일 조기 인라인 스케이팅 어떨까요?
페이지 정보
- 화니 (jxkk)
-
- 2,202
- 0
- 0
- 2004-10-19
본문
분잡스런 토요일 오후보다도,
차분히 가라앉은 평온한 일요일 아침이 인라인에 정말 좋은 분위기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연히 토요일 못다탄 인라인을 일요일 아침에 타자고 졸라대는 한 사람의 얘길 듣고, 토욜 밤, 2-3시간 잠시 눈 부친 뒤에 졸리는 눈을 비비고, 일요일 새벽길,
약간은 촉촉하게 젖어서 이슬 흔적이 남아 있는 가랑잎들의 스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달려보는 인라인이 색다른 맛을 주더군요.
싱가폴이 아침 안개도 없고, 밤 이슬도 없는 날씨라서인지, 길이 그렇게 미끄러운 것 같지도 않고...
열대야의 흔적이 가장 적게 남아 있는 시간이다 보니, 아침 7시부터 9시까지의 시간이 무척 상큼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네요.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맥카페에서 카페라떼 한잔과 샌드위치 한조각씩을 나눠 먹으며, 오후 일정을 잡아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구요...
10시쯤 집으로 돌아와서,
스쿼시 한게임,
탁구 한게임,
혹, 운동 대신에 교회 가고 싶어지면, 샤워하고 교회로 달려가도 괜찮을 것 같구요...
새벽 6시, 우리 나라의 이런 날씨라면 분명히 해가 떠오르는 시기인데도, 여기는 꼭 7시가 되어야 해가 뜨기에...
인라인 갈아 신기 전에, 어둑어둑한 바닷가 해안선 모래밭길을,
밤새 밀물이 들어왔다가 지나간 그 자취를 따라서
아무도 밟지 않은 그 모래밭에 나의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남겨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준답니다.
그렇게 모래밭길을 걸어가다가, 조금 피곤해지면,
바닷가 벤취에 앉아서,
지난밤을 바다위에 떠서 밤새 불 밝히면서 다음 여정을 준비하고 있던 배들의 모습도 바라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창이 공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들의 하강하는 모습, 서치라이트 불빛까지 관찰 할 수도 있겠지요.
밤새워 달려온 그 피곤한 여정이 주말 아침, 이곳 싱가폴에서 마무리 되고,
편안한 휴식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은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그런 풍경들을 바라보다 보면,
더불어 지나온 한주일의 피곤함도 싹 가시고,
비릿하게 풍겨져 들어오는 동남풍의 바닷바람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어가지요.
그 비릿함 속에 오존향이 들어 있다나요?
일요일 오전 7시, 맥도날드 뒷편 인라인 연습장, 한번 시도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베독 food village 입구 남녀 화장실의 중간에서는 6시30분이랍니다.
오실때는 손수건 하나씩 들고 오셔서
왼손목에 감아주시면(손수건이 없으면 테니스 칠때 쓰는 손목보호대도 괜찮구요),
서로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겠구요.
6:35 동쪽을 향하여 출발, 아스팔트 끝나는 곳까지 달린 뒤에, Food Village까지 돌아오면, 약 10분이 소요됩니다.
6:45 Food Village에서 다시 서쪽을 향해 출발하여 맥도날드 연습장에 이르시면 15분 정도 걸리지요.
7:10 서쪽을 향해 달려, 끝의 Fort Road 입구까지 가면 15-20분이 소요됩니다.
여기서 잠시간의 휴식과 등등... 20분을 보낸 뒤에
7:50 동쪽을 향해 달려, 다시 맥도날드로 오면..
8:10 맥카페에서 음료수 한잔 하면서...
우리는 해가 떠오르면 서로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별하는 연습을 해야하겠지요....
아무런 흔적없는 우리 만남의 시간을 확인하면서, 동쪽으로 떠나서 동쪽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는 동쪽으로, 서쪽을 향해 가고 싶은 이는 서쪽을 향하여...
혹, 다시 마주치더라도,
그냥 팔목에 감겨진 손수건의 흔적 만으로 서로간의 즐거웠던 추억거리들을 되새기면서.
따뜻한 미소로 서로를 향해 눈인사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음 일요일에 또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기약하면서..
물론 맘이 동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날 하루 쭉...
함께, 공항 뒷길을 따라서 창이빌리지로 연결되는 싱가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도 달려보고,
창이 빌리지에서 배를 타고, 풀라우빈도 가보고, .....
휘파람 불며 하이킹... 남이섬/한강시민공원이 우리곁에 없더라도,
이스트코스트와 풀라우빈에서 보낸 일요일 하루도 무척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혹, 그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냐구요?
그냥 혼자서 타면 되겠지요?
마치 아무런 약속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동쪽, 서쪽을 달려보면...
호젓한 나만의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요?
아쉬우면, 전화 통화라도 하지요.
9181-2898 연락주세요...
우리는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서도, 각자의 삶의 모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무한한 창조력을 지닌 대~한민국~ 사람들이기에 부담없이 일요일 아침을 즐거움 가득차게 꾸며보자구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