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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드 쓸것인가 말것인가 2 - 오리엔테이션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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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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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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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주 어렸을때만 해도 집집마다 “식모”라고 부르는 일하는 언니가 있는 집이 흔했다. 우리집도 그렇게 우리가 다 클때까지 식모언니와 같이 지냈는데 식모언니가 처음 오면 엄마는 우리집에 적응기간을 주기 위해 일을 안시키고 엄마가 손수 밥을 해서 갖다 바치면서 손님대접을 해줬던 기억이 난다 . 아마 한국식 OJT : on the job training 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몇일해서 우리집에 대한 낯설음이 가시고 나면 일하러 온 언니가 언제서인가 부터는 자진해서 알아서 엄마가 했던대로 이일저일을 맡아서 했다. 가끔 모르는 것이 있거나 부진한 부분은 엄마가 대충 거들거나 잔소리를 해가면서…아주 자연스럽게 업무 인수인계가 이루어 졌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에 하나가 helper 가 오면 처음부터 일을 시키는 것을 야박하다고 생각해서 우선 손님 대접을 해준다. 먼길 온 사람을 붙잡고 바로 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안됬고, 그 조그만한 몸으로 남에 집에 일하러 온것이 측은하고 등등 그래서 처음 왔을때 온정을 쏟아서 무진장 잘해 준다.
helper 는 정확한 지침이 없는 한 이집은 이런 것인가 보다 계속 그대로 나가면서 간이 커가고. 주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아닌데, 내가 지금 일하는 사람을 둔거야, 상전을 둔거야” 하고 점점 스트레스가 싸이고 결국은 “우리집애는 무슨 눈치가 그렇게 없는지 몰라” 라던지 아니면 “아이구 내 기가 막혀서, 내말좀 들어봐. 아니 상식적으로 말야 “ 하면서 가슴을 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렇다면 우리집에 일하러 오는 외국 사람들은 전부 몰상식인인가?,
상식 이란? 보통 사람으로서 으레 가지고 있을 일반적인 지식이나 판단력 이다.
이때 이 보통사람이 문제이다.
한국사람이 이야기 하는 상식은 한국 보통사람에게만 통하는 일반적인 지식이나 판단력이지 우리의 helper는 외국인이다. 그사람은 한국의 보통상식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이정도면 알아서 이만큼은 해 주겠지 하는 것을 helper는 번번히 안해준다. 아니 못해 준다.
우리는 상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부분을 못받았으니 많이 실망하고 화가 나고 때로는 배신감 까지 느끼는데 결론은 우리의 상식을 helper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우리 탓이다.
우리의 상식이 그들의 상식은 아닌것이기에 재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 재교육이 가장 잘 되는 시기가 바로 집에 오자 마자 이다.
helper 에게 이집에서 따라야 할 지침이 무엇이고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해주는 오리엔테이션이 많이 중요하다.
계약사항 즉 상세한 지침은 정확히 안 알려주면서 괜히 알아서 하겠지 라던지 눈치것 하라든지 하는 것은 무리이다. 게다가 우리 딴에는 인정을 보여준답시고 교육시킬수 있는 초기에 손님대접을 하다가 나중에는 알아서 기지 않는다고 눈치가 없다고 정말 눈치를 주거나 그러면 helper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분에 넘치게 잘해 주더니 나중에는 이유없이 눈치를 주는 성격 이상한 주인을 만난 것이 된다.
한국식으로 본인이 눈치껏 알아서 한다든지, 같이 살다보면 상황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융통성이나 책임감이 생기겠지, 또는 상식적으로 이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나 인간적으로, 정 이런것들이 안 통하는 고용계약관계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정말 지독하게도 하나에서 부터 열끝까지 내가 하라는 범위내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외국인 helper 이다. 따라서 일을 시킬때는 아주 세부적으로 지침을 주지 않으면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멈춰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을때 마다 제깍제깍 잘 물어서 하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
세월아 흘러라 하고 그자리에 그러고 있다가 나중에 주인이 발견 할때까지 버틴다.
차라리 나중에 발견되서 야단을 맞는 쪽을 선택하지 미리 알아서 한다든지, 자진신고 내지는 질문을 해서 사전대책을 세우는 법은 없다.
또하나의 공통점은 주인이 이야기 할때 하는 이야기를 못알아 들어도 다시 이해가 될때까지 물어보는 helper 가 조금 드물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 한국사람은 정말 반복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을 싫어한다. 한 두번만 물어보면 벌써 대답하는 말투가 틀려지거나, 상대가 빨리 자신의 말을 못알아 듣는다고 화가 나 있거나 심한 경우는 아예 시키지를 않고 “아이고 내가 하고 말지” 하고 두손 걷어 붙이고 자신이 한다.
가끔 한국인 집에 가보면 일하는 사람은 방에서 아니면 딴데서 빙글거리고 놀고 있고 주인이 얼굴이 벌개져서 일하는 것을 볼수 있는데 그런 집 주인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앓느니 죽지, 저 속터지는 애를 시키느니 내가 직접 하고 말지. 내가 하면 후딱 해치울것을 시켜놓으면 하루종일 꼬물거리고,,,,,,등등”
하지만 내가 봤을때는 그 helper는 주인이 생각하는 것 처럼 멍청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악할 정도로 약은 것이다. 한국인의 그런 성미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고나 할까.
또 어떤 경우는 주인의 어설픈 영어를 못알아 듣는 것처럼 계속 딴짓을 하는 helper 도 있는데 여기에도 속만 터져 할것이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helper 에게 어떤 일을 어느정도 까지 맡길것인가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이점은 일을 시킬 주인이 어느정도까지의 일을 helper에게 넘기고 싶은 지를 helper 가 오기전에 정확히 해서 helper 에게 전달해야 된다.
이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말이 되는 딴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되지만 더 좋은 것은 양쪽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 가령 하루 시간표나 지침등을 써서 붙여 놓은 다던가 아니면 둘만 통하는 의사소통을 서로 정한 다던가 하는 식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어느 일정 시간내에 의사소통이 계속 어려우면 helper를 바꿀수도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해두어야 helper의 적응이 빠르다.
적어도 주인의 영어실력 때문에 helper 가 풀려진 망아지처럼 룰루 랄라 하고있고 주인은 외국땅에서 말못하는 스트래스도 만만찮은데 도움을 받을려고 둔 helper 에게서 까지 말때문에 이중 스트레스는 받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일이 느린 부분에 대해서는 일 못하고 속도가 느리다고 주인이 소매를 걷어 붙일것이 아니라 시간을 충분히 (처음에는 한국사람의 2~3배) 정도 주고 끝날때 까지 채촉하지 않고 두었다가 다시 점검, 점검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다시 점검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하는 식으로 절대 주인이 자기 성질이나 바쁜일정 때문에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다는 점을 몇번만 정확히 인식 시키면 나중에는 숙달이 되어서 어느정도 따라 온다.
여기서 중요한점, 느리다고 일 못한다고 야단을 치거나 성질을 내지 말자. 그냥 우아하게 "다시 해라, 마음에 안든다." 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주인이 helper 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되지 않은 일에 화가 났음을 정확하게 보여주게 되서 사이가 나빠지지 않으면서 일을 잘하게 할수 있다.
누가 이쪽사람들이 눈치가 없다고 하는가?
누가 이곳 사람들이 일을 못한다고 하는가?
내 생각은 틀리다.
한국사람처럼 오지랍이 넓지 않아서 융통성이 부족해서 그렇지 생존을 위한 눈치는 누구 못지 않고 한국인 처럼 속도감 있이 동시진행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주어진 일은 제법 야무지게 오히려 차분하게 반복적으로 하는 일은 우리보다 한수 위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봐도 대부분의 인근국가들이 남의 나라 식민지 생활을 수백년씩 해온 나라들이고 국민들은 네델란드, 미국, 영국 등 외국어를 쓰는 괴팍한 외국 지배자들 밑에서 생존해 온 사람들이다.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것만은 아니다.
다음에 또 계속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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