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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 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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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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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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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일주일 먹을 것 시장 볼 돈과 내야될 돈 이것 저것을 따져서 100불을 ATM에서 빼고나니  잔고가 200불 밖에 안 남았다.

월급날은 아직도 멀고
설렁 월급이 들어온다고 해도 월급으로는 생활비가 다 충당이 안되고 꼬감 빼먹듯이 빼먹던 종자돈 잔고가 200불이 남은 것이다.

다달이 나가는 돈은 마치 수도물 틀어 놓은 것처럼 졸졸 나가는데
내게 남겨진 수원지는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아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것도
딸애가 피자를 먹고 싶다는 것도
아들은 아직도 샌달을 사지 못해서 이 더운날에 양말에 운동화를 신고 외출을 한다. -  다행히 아들놈은 멋으로 생각하고 갈등이 없지만  보는 애미는 가슴이 아릿하다.

하고 싶은것,  불편한 것을 참는 것도 교육이라고 자위하며
젊었을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이것도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자위하고 가지만
그렇게 힘겹게 꼿꼿히 세운 등뼈가 가끔 휘청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처럼 아주 적은 액수의 통장잔고를 들여다 본다던지.
현관의 놓여진 뒤축이 다 닳은 신랑구두를 볼때라던지,
꼭 필요한것만 골랐다고 생각했는데도 NTUC에 계산서에서 세자리를 넘어서는 금액이 보일때라던지,
사랑하는 후배가 떠나는 날 선배로서 실속있는 선물을 하고 싶은데 내게 남겨진 돈은 내딸의 학원비나  아들놈의 야외견학비로 남겨진 돈밖에 없을때,
내딸 또래의 친구들은 전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는 데
안그래도 제 밥그릇 잘 못챙기는 어리숙하기만 한 내딸,
애미의 방치와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있을수도 있는 기회와 자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때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한다.






그래도 내겐 꿈이 있다.

우선  내가 지켜주어야 할 신랑의 꿈이 있다.

그리고 내가 든든히 버터주니까  내 신랑이 싱싱하게 자기 꿈을 가꾸어 나갈수 있다고 믿는 나만의 자존심이 있다.

나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신랑 월급때문에  파 한단을 사면서도 오감이 떨리지만
그런 내가 있기에  신랑은 7명의 월급을 제때 주는 회사주인 일수 있고 몇만불이 되는 거래에 전념할수 있다.

내가 있기에 우리 신랑의 꿈이 실현될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가장 가치있는 지참금을 가지고 온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창창하다.
결혼때 가지고 온 값비산 가구나 물건은 세월이 갈수록 퇴색하겠지만 나의 지참금은 세월이 갈수록,  살아갈수록  더 귀중품이 될것을 내가 아는데….

나는 그냥 마누라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의 꿈을 이해하는 진정한 인생의 친구 인것이다.

그가 나와 사는 것은,   매일 저녁마다 집에 들어 오는 것은
습관도, 타성도, 관습도 아닌
말 한마디 할 시간없이 골아떨어지더라도 꼭 내곁에 있고 싶어서 임을 알기에
나는 못 생겼어도 나이가 먹어가도 신랑 앞에서 버르장머리 없이 방구를 뽕뽕끼면서 더욱 오만해 져간다.


내 자식들에게도 나는 꿈이 있다.

나는 내딸과 아들에게
박식한 컴푸터지식이나 거액의 학원조달,
원하는 것을 다 그때그때 채워주는 경제적인 것은 해줄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절대 학교점수로 기를 죽이지 않을것이고
어떤 순간이라도 옆에 있어 주는 동반자 일것이고
항상 그들편인 사람으로서 남을 것이고
그리고 절대 남들이 평가하는 잣대로 그들이 가진 인격을 깍지 않을 것이라고
엄숙하게 명세한다.

또하나,

나의 경험으로 없는 자의 비굴도 보았지만 없는 상태의 싱싱함도 알고 있다.
1960년과 70년,  경제적으로는 지금과 비교가 안되던 어려운 시절
밥이 없어 밀가루를 먹도록 국가적으로 장려했던 그 시절에 그 꿈틀거리던 그 힘,
모든게 편하고 쉬워진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그 힘.

한 웅큼의 콩서리,  두어개의 무서리,  몇개 안되는 과일서리를 위해
10여리 밤길을 걷고,    쫓길땐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했지만
그 사소한 것을 위해 온몸을 던지던 그때의 정열,

쪽마루 한쪽에 늘부러져 있는 밥상에
더이상 시어질수 없도록 신 김치와 고추장 만으로 찬밥 한덩이를 먹었어도 우리는 정말 통통 튀는 공처럼 튀어오를 준비가 되어있던

그 “무엇”을  내 자식들에게 전수 할 꿈이 있다.


돈만 있으면 가능한
신선한 와사비에 푹 찍어서 먹는 싱싱한 회.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밥위에 얹혀진 장어구이.
바삭하게 구어진 애저 껍질을 잘싸서 솜씨좋게 잘른 파와 춘장에 콕 찍어먹는 맛

이 모든것을 전부 음미할줄 아는 미식가이지만  오늘도 아침은 볶은 면 70센트짜리,  점심은 2불50센트 짜리 개밥- 이것 저것 밥위에 얹어서 주는 것- 으로 대충 때우면서도 나의 미래에 대한 꿈의 메뉴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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