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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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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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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같은 뼈대에 휠듯휠듯 하는 몸매의 중국여자나 목,가슴, 배, 허박지가 구분이 안되는 그대로의 둥그런 원통몸매을 자랑하는 인도 아저씨나 전부 이 발부분에 가면 여지 없이 사람을 놀래킨다.
길을 가다가도 깜찍하게 작은 얼굴에 분위기 있는 몸매를 가진 여자에 감탄하다가 가끔 그런 윗모습과 매치가 되지 않는 길죽하게 제멋대로 생겨먹은 발을 볼때는 이런 여자랑은 분위기 잡을 때 남자가 절대 이여자 발을 안봐야지 보는 순간 분위기가 다깨지겠구나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하면서 혼자 히죽거린다. 맨발로 잘 다닌다는 인도계나 말레이계의 굳은살이 뒤집어 질정도의 야만적인 발은 말 할것도 없고…
한번은 집에 식탁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투명하게 밑이 보이는 식탁에서 현지친구들과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늘 하던대로 양말같은 것은 절대 안 신는 맨발에 더구나 밥을 편하게 먹느라고 아무렇게나 뻗쳐 앉은 모양때문에 식탁밑 상황을 생생하게 실황으로 본적이 있다. 그 각양각색의 모양새와 색깔 그리고 조심성없는 앉음새 때문에 입맛이 떨어져 그것을 배경으로 얹혀져 있는 음식에 도무지 젓가락이 가지를 않았다..
그래도 싱가폴에 와서 덥다고 ,양말 과 스타킹을 벗어던지고 슬리퍼를 질질 다니는 자유를 만끽하며 시장도 가고 밥먹으러도 가고 하다 못해 이젠 회사도 간다. 슬리퍼가 정장에 들어간다는 이곳 예의법는 정말 편.리.하.다. 하지만 10여년을 그러다 보니 내발도 이젠 전지안된 정원수 같이 색깔도 이상하고 모양도 흐트러져 있다. 무엇보다 어떤 장소에나 맨발로 겅중거리며 뛰어다니니 발바닥에 군살도 만만치 않고 슬리퍼를 신고 무릎이 서로 맞닿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팔자걸음으로 걸어 걸음걸이도 엉망이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정결하고 고급스러워야 한다.” 하면서 어려서 부터 겉옷보다 속옷은 조금 과하게 이쁜 것으로 사주시던 엄마. 항상 버선을 신어서 인지 조그만한 발로 동당거리며 하루종일 우리를 챙겨주다가 저녁에 피곤에 겨워 벗어서 손으로 조물거리던 그 하얀발은 정말 노인네 답지 않게 여자를 느끼게 했다.
가끔 우락부락하게 생긴 한국아저씨가 말투도 크게 야야 거리며 국제예절에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 챙피함을 느끼다가도 그분의 벗은발 – 모처럼 아열대국가에 와서 햇빛을 보는 지 뽀얀 발가락이 가지런히 정리된 – 을 볼때면 한국의 긴 예절의 역사와 그 역사에 순응하고 살아온 그분의 생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냥 정이 간다.
세계 문화를 알면 알수록 우리 문화가 색채가 화려하지도 규모가 웅장하지도 그렇다고 남을 압도할정도로 경이롭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실망에 젖는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갈수록 이렇게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정갈하게 관리하고 남의 눈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가다듬음과 정갈함이 바로 우리의 예의이고 문화의 자존심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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