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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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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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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금의 재고의 가치도 두지 않았던 상사부인의 우스운 감정이 결국 내게 영향을 미쳤는데 그건 내게 참 아픈 일 이였다.

일 잘하는 것으로 소문난 상사가 한창 잘 나가는 회사로 스타웃이 되어 가면서  그분은 당연히 나를 데리고 가고 싶어했다.  

나도 너무 가고 싶었다.  여자에게는 대리까지라는 진급한계를 그어 놓은 현재 회사보다  섬세한 여자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은 잘나가는 회사…

내가 꿈꾸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될수도 있는 그런 기회였는데,,, 결국 나는 그꿈을 접었어야 했다.  상사의 부인 때문에.

별 이유없이 삐딱하게 진행되는 이 삼각관계(나, 상사, 상사부인)를 알고 있는 측근들이 다 말렸다.  스카우트 되는 회사 까지 따라 가면 아마 상사부인이 진짜 무슨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더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지 모르니 포기 하라구…..  

그렇게 나의 절실했던 꿈은 상사가정의 평화라는 이름 앞에 접어졌어야 했고 갑자기 사회생활의 사수를 잃은 나는 한국에서 성공한 일하는 여자의 꿈을 전부 포기하고 싱가폴로 백의종군하는 기분으로 왔었다.

그후 십여년을 우리는 뛰엄뛰엄 연락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게 사회생활을 가르쳐준 영원한 사수 였고  나는 그에게 사회생활에서 처음 거느린 부하직원으로  우리의 인연은 가볍게 다루어 질수 없는 것 이였다.  

만약 내가 남자 였다면 어땠을까,  

나는 한번도 여자인것을 후회 해 본적이 없지만 이 인연을 생각할때는 조금 아쉽다
왜냐면 내가 남자 였다면 아마 우리는 그 어떤 형제나 다른 관계보다 더 친밀하게 가깝게 느끼는 사이였을 것이고  인생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아는 사람으로서의 연을 근근히 맺어 나갔다.

인사말로 남자 친구 생기면 근무하는 콘도로 놀러 오면 싸게 방을 빼주겠다고 헀는데
실제 남자친구를 달고 가,  방 달라고 해서 우직한 경상도 남자인 상사를 놀래키기도 하고
겨울에 근무하는 콘도로 같이 방문한 지금 신랑에게 처음 스키를 가르쳐 준것도 상사였었다.

그때 과로로 간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신랑이 중국시댁에서  순도가 높은 편자환을 공수 하여 주기고 하고,  상사의 근무처가 친정과 가까운 덕에  서울로 오갈 때 가끔 들려서 노인네들을 좀 살펴봐 달라고 하기도 했다.   실제 친정에 들려 친정 부모님과 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었다.

내 주변에 누구도 상사와 나를 여자와 남자관계로 이상하게 줄을 그어서 이야기 하거나 언짢아 한일이 전혀 없이 인간과 인간이 맺은 연을 예쁘게 이어갔었다.

월급쟁이에게  회사의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닥달을 하던  8~90년대가 지나고 2000년에 들어서면서  회사들이 웬만큼 궤도에 오르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진짜 주인들에게 쫒겨나는 시대가 왔다.  

머슴처럼 일하던 상사도 결국 젊은 머슴에게 밀려서 온 식구를 데리고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때만큼은 정말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던지 아무 연락없이 실종하듯 사라졌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딸린 식구들
안되는 말
인종문제
그리고 뼈속까지 바람이 드는 듯한 외로움 – 외국에 있어 본 사람만이 이 맛을 정말 안다.

이런 것 때문에 아마 말이 하고 싶어서 내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국제통화료 때문에 자주도 못하고 가끔씩.
통화의 서두는 항상  “말이 너무 하고 싶어서 혼났다고” 하면서.  

나는 동시대를 같이 걸어가는 사람으로써  
말로 설명할수 없는 부분까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파했고
그 생활의 절박감을 통감했고
가족도 채워주는 못하는  외로움과
큰 태산을 혼자 넘는 것 같은 숨가픔
웬지 느껴지는 분노 – 대상도 분명치 않지만 너무나 절절한 분노
그리고 삶이 절대 나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또 다짐하고 다짐하고

우리는 다시 외국에서 가족을 보호하고  한국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생존싸움을 하는 동족으로 서로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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