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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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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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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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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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NOVENA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이곳 저곳을 떠돌이 생활하다가, 그래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할 듯하여, 방한칸을 세 얻어서 이사를 하였지요.

금요일에는 입방식을 하였습니다.  새우 2KG을 사다가, 함께 셋이서 삶아서 껍질을 까먹었지요.  사생활인 듯 하여서 함께 사는 분들의 이름을 밝히진 않겠습니다.

새우를 끓는 소금물에다 삶고, 초장을 만들어서 찍어 먹었는데, 대부도에서 먹던 소금구이나 이곳 싱가폴 이스트코스트에서 술에다 삶아주는 새우보다 훨씬 더 맛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수박을 하나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입가심을 하였었지요.

셋이서 새우 2키로, 수박 반쪽, 포만감으로 흐뭇한 시간을 가졌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운동을 하기로 하였지요.
토파이어로 가서 탁구, 스쿼시를 치고는 노비나까지 걸어와 봤습니다.  11시40분에 출발하여, 40분 가량 걸리더군요.

사람들의 인기척이 끊어진 동네 골목길을 혼자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대부분의 방문지는 사람으로 가득한 시내 중심가였었지요.
사람들의 인기척이 끊어진 동네길을 혼자서 걸어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의 한국인 마을처럼 차없이는 감히 한밤중에 나가볼 상상도 못해보는 그런 위험한 곳은 아닌 것 같고, 유럽의 동네들처럼 띄엄띄엄 인가들이 군락을 이루는 것도 아니라서,
마치 서울 시내의 어느 한적한 동네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은 섬나라이다 보니, 치안 유지도 잘되어 있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범인 색출이 쉽다고 하니(물론 최근에 시내 가까운 숲속에서 두차례의 강간 및 살인 사건으로 인해, 새벽 조깅은 위험하다고 하긴 하지만) 어디든지 다니는 것은 그리 큰 부담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길을 잃은 것 같아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인도 사람에게 물었더니 방향을 다시 일러주더군요.  요즘들어 많이 시원해진 날씨 덕분에 이렇게 걸어다녀도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단독생 병원을 지나서 집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스 환자가 많았었고, 나중엔 치료 병원으로 지정되어 더 유명해진 그 병원의 뒷길을 따라서 내려오면서, 사스로 인한 아픔들이 이곳에 다시 생기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봅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여간 극성을 부렸던 그 신종 괴질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졸이며 시간을 보내고, 직접 간접적으로 아픔을 지녔었는지, 정말 끔찍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 싱가폴을 떠났었는지, 텅빈 비행기 안에서 편안하게 가운데 4좌석을 차지하고 길게 누워서 오는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어떤 면으로는 즐거움이었었는지 모르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어차피 영속될 수 없음을 알면서 느끼게 되는 절대적인 아픔의 순간들이었지요. 원인도 모르고 치료 방법도 모르는 그 병을 우리에게 던져주신 섭리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유한자로서의 한계성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내일이면 또다른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이밤을 맞아보게 됩니다.
새벽녘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창을 넘어 물방울을 튕겨 들어와서 잠을 깨우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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