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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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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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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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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참 괜찮은 사람 인것 같은데 왜 외국사람과 결혼 했어요?”
라는 한마디에 마치 찬물을 한바가지 뒤집어 쓴것같은 느낌을 받은적이 있었다.
왜 하필 그때 나는 어린시절 국민학교 다닐때 노란 물로 머리를 들인 한국여자가 큰몸집의 미국남자와 같이 가는 것을 보면 주변의 아줌마들이 하던 “ 아이구 인물도 반반한 것이, 아깝네” 하고 혀를 차던 바로 그 상황이 연상되었을까.
갑자기 지금까지 쏟아놓았던 말들이 계면적어 지면서 말을 더듬어, “으응 , 그냥” 하면서 어석하게 대화를 끝맺었다.
아, 어떤 상황에도 이 대한민국 사람들은 내가 외국인이랑 결혼했다는 것을 잊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보는 구나.
저 사람들에게 나는 누구일까?
양공주 아니 중국사람이랑 사니까 중국공주쯤 될까?
어차피 차고 넘치는 공주판이니 조금 색다른 공주면 어때? 하고 자위하지만
왜 괜찮은 사람인데 외국인과 결혼하면 안되는 것인지는 아직도 내 가슴속에 의문으로 남아 있다.
옛날처럼 공양미에 팔려 온것도,
애비 노름빚에 끌려온 것도,
그렇다고 오랑캐 난 중에 운나쁘게 잡혀온 것도 아닌,
내가 30여년을 살면서 심사숙고 해서 고른 파트너가 그냥 우연히 한국인이 아니고 중국인 이였을 뿐인데….
어떨땐 너무나 다른 문화 때문에 무진장 망칙하다고 생각되서 내 신랑이 아닌 것 처럼 마음으로 도리질을 치면서,
생긴 것이 유사한 것과는 너무나 틀리게 많은 생소한 부분을 인생의 징검다리 건너듯 하나하나 건너며 사는 것도 힘들지만
가끔 나의 본향이라고 생각하는 내땅 사람들의 선입감은 나를 수백년전 호족에게 끌려갔다 돌아온 “환향녀” 보다 더 비참하게 만든다.
내 아들과 딸은 학교 설문조사에 인종란에 기타란에 동그라미를 친다. 내가
왜? 너, 중국사람 아니야? 하면
아니, 아버지는 중국사람이지만 엄마는 한국사람 이잖아 . 그러니까 우리는 기타에 들어가지 하며 까만 눈을 반짝인다.
기름에 볶고 지진 채소는 안먹어도 김치는 두주만에 네통씩을 해치우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나는 아마 더 강한 중국 공주가 되어야 될것 같다.
아이들이 컸을때 “엄마는 중국공주 “ 였다는 이야기를 가슴에 맺힌 것 하나 없이 할수 있을만큼. 딱 그만큼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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