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똑같은 사람



어떤 사람이 내게

칼을 들고 덤볐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칼을 들고 덤볐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내게

냄새 나는 오물통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냄새나는 오물통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나만 상처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만 오물통 뒤집어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옳지 않다고 목에 힘주어

내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말자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칼날에 나만 다친 게 아니고

내 칼날에 그만 상처 난 게 아니었습니다.



내 오물통에 그의 몸만 냄새 뒤집어쓴게 아니고

내 몸 또한 고약한 냄새로 오염됐습니다.



그가 칼을 내밀 때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더라면



그가 오물통 내밀 때

기분 좋아지는 향수로 아로마 요법을 썼더라면



그가 다른 의견을 제시 할 때

목에 핏대 세우기보다  더 많이 귀 기울일 것을



그가 정말 불의를 역설했다면

응징보다는 설득을 위해 더 노력했더라면



큰 그릇이 작은 그릇을 품을 수 있는데

결국, 똑같은 크기 이기에 불협화음 냅니다.


                         설화/이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