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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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 멍멍이 사랑
  • 멋진넘 (emhon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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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09-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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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야 저도 맛을 볼 수 있을까요?

싱가폴에 오기 전에 먹어보고 맛을 못보고 있는데...
요즘 가뜩이나 몸이 허약?해진 것 같거든요.

미식가님 제게도 기회를 한번 주시기 바랍니다. ^^;


>이제 추석도 지났으니 한국을 간다고 해도 보신탕은 물건너 간 일이겠지.
>그사실이  한국을 지금 들어갈것도 아니면서 무척 아쉽다.  올해도 멍멍이 탕을 못 먹고 이 여름을 나는 구나.   한 몇년을 보신탕 없이  여름을 내내 보냈더니 몸에 기운도 떨어지는 것 같구  무엇보다 피부의 탄력과 윤기가 가셔서 푸스스 하게 늙어간다 .
>
>더 애석한 것은 한국에서는 가끔  촌길을 걷다보면 식욕을 동하게 생긴  -누렇고 앞발이 큰 -  걸어가는 멍멍이를 보면서  시각적 대리만족이라도 얻었는데 싱가폴에 있는 멍멍이들은   통채로 끎여도 한그릇도 안되게 작거나,  커도 모두 다이어트 중인지 삐쩍 골아서  살발라 먹기 힘들게 생겼거나 ,  살이 쩌도 맛있게 탄탄하게 찐것이 아니고 푸석푸석  하게 생겨서  맛하고는 영  상관없다는 점이 더 열받는 일이다.
>
>아 생각난다,  누렁이.  
>어릴때는 온 동네에  옆동네에 그리고 앞동네에 어디나 누렁이나 누룽지라는 이름의 멍멍이가 넘쳤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다가 어스름하게 해가 지고 집집마다  보리쌀 삶는 냄새로 저녁시간을 가름하여 허기진 배를 촐랑이며  집까지 뛰어갈땐 꼭 앞서거니 뒤서거지 하며 같이  가던 그 누렁이.   무서워 뒷간까지 못가고 마당 한구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볼일을 보면 그 부채같은 꼬리로 설렁설렁 장난을 치면서 옆에서 보초를 서 주다가  일어서는 순간 말끔하게 뒷정리를 해주던  그 덥적한 주둥이.
>같이 과자를 먹다가 다 먹고나면  내 입언저리에 붙은 것부터  그 큰 혀로 핥아 온 얼굴을 세수 시켜주던 그놈.
>
>그런 놈을 어찌 먹느냐고 하면,  조금 모순인 것 같지만  무진장 맛있는 걸 어쩌누.
>깊은 맛은 있지만 자칫하면 퍽퍽하기 쉬운 쇠고기나  얕은 맛은 있지만  잘못 먹으면 콜래스태롤이니 뭐니 하며 겁주는 돼지고기 보다 육질이나 맛에서
>앞선다는 닭고기 보다도 훨씬 구수하면서도 뛰어난 육질을 가져서 절대 퍽퍽하지 않게 먹을수 있는 우리의 개고기를 어찌 미식가로서 사랑하지 않을수 있을까.
>게다가 우리 조상들이 그 고기에 딱 맞게 탕이다 수육이다 볶음이다 종류별로 즐길수 있게 만들었으니….
>
>처음 개고기를 먹기 시작한것은 역시 맛의 고향이라는 전라도 쪽이였다.  멍멍이가 유난히 많이 있던 가정집같이 생긴 영업집에 들어서면 우선 구수한 탕 냄새가 식욕을 동하게 하면서  엄마가 한점씩 집어주는 수육을  받아먹으면서 나의 개사랑이 시작 되었다.
>
>본격적으로 멍멍이 마니아가 된것은 회사일로 경기도 연천을 다니면서  그 유명한 개고기 볶음를 먹으면 서였다.  얼마나 맛있던지  마지막으로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서 먹으면서는 주변에서  양푼이 구멍날까봐 걱정을 할정도로  탐식을 보였다.    그후로는  있으면 먹는다가 아니라   먹을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재주를 부렸다.
>
>역시 인재는 인재를 알아 본다고 개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서로를 알아봤다.   회사의 기사 아저씨들,  정문에 수위아저씨,  주차장 관리아저씨 들에서 건물 청소 아줌마와  우리 빌딩당번 구두닦이 총각까지 거기다 너무나 중요한 구내식당 주방장 아저씨.  딱 팀을 맞추어서 개사랑을 즐기러 다녔다.    우리끼리의 암호도 있었다.  시집도 안간 처녀가 개고기 밝히다가 시집 못가면 어쩌냐고 걱정들을 하시다가  만든건데  개를 잡는 날은   정문 수위 아저씨가 출근하는 나를 보고  “ 아이고  노처녀, 시집 안가” 하는 날은 바로 그날이다.
>
>하기야 내가 노처녀가 된  이유중에 하나가 이 멍멍이 때문이기는 하다.
>나는 서울근처에서 학교를 다니고 부모님의 남쪽지역에서  사실땐데  대학다닐 당시에  부모님과 같은 교회에 다니는  어떤집에서 중신이 들어왔었다.   언니가 연애결혼으로 부모님 눈에 차지 않는 결혼을 한 탓에  빨리 일내기 전에  시집 보내야 한다는 일념에 차있던 엄마의 욕심이 일을 부추어서 가볍게 양쪽집에서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한것이  -너무  격식 안차려서 - 양쪽집 다 보신탕을 좋아하니 거기서 만난것이 문제 였다.    세상 물정을 모를 어릴때라서  그런지  뭣 모르고 아가서  유난히 맛있는  개고기 수육만  탐하느라  진작 신랑감 얼굴은 기억도 안났다.   나한테는 아주 기분좋은 외식중에 하나였는데  그리고 난후 그집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신랑감이  “내가  얼라를 데려다가 무슨 고생을 하라고 그러냐고” 그랬다나 어쨌다나.   하기야  개고기를 입이 터지라고 먹는 여자를 보면서  사랑을 느낄 남자는 없겠지.  아마  저거 데려 왔다가는  먹이는데  돈 엄청 들겠다는 경제적인  경계심만 생기겠지….
>
>그후에도 해외에 나와서  말레이시아의 조호바루 개도 먹어 보고  바탐섬의 서라벌 아저씨가 주선한 멍멍이 파티에도 참석한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의 그 구수한 맛과 무엇보다 그 찝히는 육질, 고소한 들깨와 들깻잎의 양념맛과는 많이 틀렸다.   개 도 그개가 아니고 양념도 본토 양념이 아니니 . 쩝.
>
>가끔 내가 싱가폴 애들을 모아놓고 멍멍이탕의 환상적인 맛과 쫄깃한 육질 특히 먹고 난후의 탁월한 효과등을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그렇게 이쁜 개를 먹니?  나는 개를 너무 좋아해서 그건 상상도 못해”   라고 이야기 하는 얌전과가 있다.  그럼 점잖게 한마디 해 준다.   나는 너무 개를 좋아해서 산개도 좋아하지만 죽은 개도 열광적으로 좋아해준다고. 그게 진짜  변.함. 없. 는 사랑이라고.
>
>결론은 딱 잘라.  “ 일단, 먹어보고 이야기해.” (먹어보지도 못한 것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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