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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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12-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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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온 지 2년 하고도 2달이 된 사람입니다.

전 지금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을 저~만큼 미뤄 놓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길어야 2년 이었죠.  첨 6개월 간은 언제 돌아갈까 그 생각 뿐이었죠.

다음 6개월은 구체화된 이주(딴 나라 혹은 한국) 계획 아래 소위 시간 때우기 였죠.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불평이 줄더군요.

이 계절에도 첫해는 왜그리 덥고 습한지 피부 트러블 온 몸 훑고,  퀴퀴한 이불이며 빨아도 곰팡내 나는 옷들.

이 곳 음식은 식욕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푸드 코트는 냄새부터가 날 밀어내더군요.

얼마나 한국을 떠나보고 싶었는데...  아이나 나를 포함한 모든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부러워 하는 지인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희망차게 시작한 생활인데.

참담한 생각도 들었어요.  에고 에고 내가 왜 여기와서 이러고 사나. 이 곳 사람들은 뭔 재미로 사나.  내 보기엔  기름 절은 밥 먹으면서 주중 내내 일하고, 주말엔 쇼핑 센타 기웃거리는 것 뿐이더만...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때( 우리 맘 속으로 정한) 가 한 두달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동안  돌아간다는 생각에,  맘을 비우고  있는 동안 잘 지내자고 결심하며 살았죠.  나중엔 이 것도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그런데...
두번 째 맞는 이 계절(11-12월) 은 느낌이 상당히 다르더군요. 시원하고 더이상 후덥지근하지도 않았죠. 피부 트러블도 거의 없어지구요. 날씨 참 좋다하는 때가 점점 많아졌어요.

6개월 쯤 지나 가본 한국은 왜 그리 지저분하고 복잡한지 눈쌀이 찌푸려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어 옛날에 내가 이런 곳에서 살았나 새삼스럽고.  다시 몇 달 지나 한국 갔다와서, 나무많고 잘 가꿔진 거리와 정원을 보니 맘이 편안해 지는 것이 고향이나 어디 산사에 와 있는 기분이더군요.  

첨에 와선 가구나 큰 물건 사면 째깍 배달 안해 주는 것이 그리도 답답했는데 지금은 사흘안에 배달해 주면 황송합니다. 냉장고가 휴일에 고장났을 때는 발 동동 구르며 한국의 삼모..엘모..써비스맨들을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지금은 신문보고 찾아 부릅니다. 금방 오더군요. 몰라서 그렇지 아는 만큼 편해지더군요.

미국 흑인 영어 이상으로 브로큰(broken) 에 억양까지 희한한 싱글리시가 어느새 귀에 쏙쏙 들어와 의사소통 별 무리 없이 되니 쇼핑도 즐거워지기 시작하구요,  2년 만에 한국 물가는 껑충 뛰었는데 여긴 별 차이 없는 것 같아 한국 돌아가기 겁난답니다.

메가 마켓가서 몇번 돌아도 눈에 안들어 오던 온 갖 소스며 양념들도 눈에 척척 들어오고, 무지하게 싼 이 곳 야채들로 한국서도 안해 먹던 각종 김치며 야채 요리 해 먹고 후식으로 달콤한 열대 과일로 입가심하면 그리 뿌듯할 수 없네요.

한국에서는 그저 때우던 한끼 한끼였습니다. 급하면 시켜 먹고 안 급해도 귀찮으면 사다 먹었죠. 여기선 구할 수 없어서 해먹던 한 끼의  음식,  영양 없어보여 사먹을 수 없어 해먹던 한끼의 음식이 하루 하루 쌓여서 이제는 어지간한 레스토랑 안가도 될 수준이 되고 보니, 오히려 한국 가면 적당한 재료 살게 없어 답답합니다. 요즘은 비싸서도 못 사지만요.

시커멓고 우락부락한 인디안 말레이인도 한국의 미끈한 사람들보다 더 안 무섭다는 것 이제 압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안전한 나라가 일 순위지요. 한국과 비교해서 뭣하지만 그동안 흉흉한 소식 좀 많았나요.  미국인들 여기만큼 안전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좋은 점이 꽤 많이 보입니다.  여전히 티비는 재미 없지만, 요즘 한국 영화도 많고 드라마 쉽게 볼 수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하루 지나 보면 골라 볼 수 있지요. 한국 시외전화보다 싸게 국제 전화 걸고 있습니다. 몸 찌부등하면 찜질방대신 슬리퍼 끌고 나가 수영하고 물안마 받습니다. 독한 약냄새 안나서 좋네요.

그래서..
좀 더 있을려고요.  한국에서 학교 다니다 온 아이들에게 물어 보면 하나 같이 여기가 좋다네요. 여기 한국학교든 국제 학교든. 애들이 순하고 학교가 덜 빡빡하다고.

익숙하다는 것은 참 대단한 것인가 봅니다. 싱가폴이 한국에 비해 너무 좋다기보단 많은 부분이 익숙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이 곳에서 채울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폴은 맘 먹기에 따라 무지하게 지겹고 답답한 나라가 될 수도 있고,  모두가 꿈꾸는 편리한 전원 생활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이웃을 갖는 것은 적응에의 지름길이지요. 먼저 인사하고 차 한잔 권하시면 그 길은 더 빨라 질 것 같습니다.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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