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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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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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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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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지내던 같이 있으면 내 체온같은 따뜻함을 느끼던 아는 한국 사람이 떠난다는 소식은 신랑이 바람났다는 소식 만큼이나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몇일을 허전함에 온마음과 몸이 붕 떠서 지내게 하다가 막상 당일에는 정작 내가 한국을 떠나온 날 보다 더 허전함에 어쩔줄을 모르게 된다.
가슴은 체한 것 처럼 조여드는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맹숭맹숭한 얼굴로 떠나는 사람들 앞에서 연극을 하는 것도 싫고 돌아서 오는 발걸음이 휘청거리지 않을려고 온몸에 힘을 주는 것도 힘들며 무엇보다 밤에 보내고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왜그렇게도 가도가도 끝나지 않는 인생과 같은지..
그 막막함이 싫어서 배웅은 사절이다.
그렇게 몇번의 가슴이 퍼래지도록 아픈 배웅을 한후로는 내게 공항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되었는데 옛날 한국에 있을때 생각했던 공항,
항상 문제의 해결점이고 -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덕에….
격상의 포인트가 되는 장소 - 내가 촌년인 덕에 비행기만 나오고 나면 뭔가 인생에 전환점이 이루어 지는 것에 대한 기대…
한국에서 어렵고 꼬인 현실속에서 항상 비행기를 타고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꾸던 그 꿈의 공항을 왠만하면 안가는 것으로 하는 나만의 철칙이 생겼다.
왜 이렇게 떠나보냄을 힘들어 하나 혼자 생각해 보니 아마 혼자 남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일 것이다. 다시 외로워 진다 것에 대한 무서움이, 다시 나와 마음이 맞고 색깔이 맞고 주파수가 많는 그 많지 않는 같은동족을 어디에서 다시 찾을까 하는 막막함과 나를 다시 설명하고 또 하고 나를 이해 시킬려고 무진장 애를 써야 하는 그 과정이 싫어서 아마 익숙한 것과 떨어지기 싫은 것일 거다.
10여년을 산 이 이국 아닌 이국땅을 아직도 힘들어 하는 것도 아마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말도 잘 안 통하고 - 나도 밥먹었니? 뭐 먹었니? 어제 뭐했니? 하는 국민학교 저학년 교과서 같은 대화 말고도 얼마나 심도 있고 다양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할줄 아는 고등 인간인데…. 이 외국어 앞에서는 7살짜리 지능을 가진 얼치기 대화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그 황당함과 그 것을 넘어선 노여움. 한국에서 별로 예의 바른 것 같지 않던 내가 이곳에서는 마치 늙은 노처녀 국민윤리 선생 같아진다. 왜 그렇게도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은지……. 하루에도 몇번씩 이 이국인의 사가지 없음을 한탄하고 흉을 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안 잊어 버리고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너그러워 지지 않는다.
가끔 한국에 가보면 이젠 한국에서도 적용되는 않는 많은 사고의 잣대를 나는 이 이국땅에서 타국민에게 적용하고 있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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