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8
- [re] 외로운가_허하네요.....^^
- 싱쑨이 ()
-
- 1,864
- 0
- 0
- 2005-03-22 16:24
페이지 정보
본문
그래저래 몇마디 끄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몇자 적네요.
처음 싱가포르에 와서 거의 한달 동안은 차소리와 그리고 에어컨이 웅웅 거리는 낯선 소음 속에서 잠자리에 들때마다 "내가 여기서 뭐 하는거지?" 하고 자문 했었다. 가족과 너무 떨어져 있다는 것, 연로한 부모에 대한 걱정은 묻어 두자라고 달래던, 그러면서도 잠들때마다 퍼뜩 퍼뜩 가슴을 아리게 했던. 내가 원해서 온 것이고 ,직업을 찾기 위한 노력 뒤에 그리고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드디어 오게 된 것이다.
이층버스를 타고 출근할 때마다 차안에서 내다 보이는 바깥의 싱그러운 풍경을 보기 위해(그속에 있으면 결코 그렇게 느끼지 못하지만) 꼭 위층 맨앞자리에 앉아서 스스로 행복한가 라고 묻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부모님도 왔다 가시고 나도 한국에 갔다 오고 하면서 비행기 여섯시간이라는 것은 그냥 서울에서 부산 거리 밖에 안되는 거잖아 라고 공간감을 억지로 죽이던.
학업이나 직장의 이유로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혼자사는 삶이란 내게 낯선것이 아니었고, 당연히 기대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열망으로 들떠 있어야 했지만, 모험을 사랑하기에는 나는 너무 나이가 들은 것이 아닌가.......
지나가는 길에 들렀었던 싱가포르는 너무나 아름다웠었다.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길 옆에 늘어섰던 열대수와 후끈하게 밀려 오던 열기도 클럭키의 바닷 바람을 받으며 걷던 길도 나를 매료 시키기엔 충분 했었다. 동서양의 것으로 다양해 보이던 현지 음식들 조차도.......
산다는 것과 지나간다는 것은 이리도 다른가.
처음 싱가포르에서 느꼈던 허기짐은 음식에서 였다.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싱가포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로컬인들의 자부심에 가득찬 자랑과 별개로, 집주위에 직장주위에 먹을 것이 없었다. 고렝이나 반미엔 같은 것으로 점심을 저녁을 때우고 나면 푹푹찌는 더위를 못 이겨내겠는 것은 음식 때문일거야 라며 종합비타민까지 챙겨 먹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말의 깊음과 현란함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이 생겼다.
처음에는 영어권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오랫동안 배웠던 것들을 생활에서 쓸 수 있다는 것, 갈고 닦을 수 있다는 것(?), 다른 인종들과 생활 공간을 공유하고 감정을 피상적이나마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마냥 뿌듯했다.
우리는 그래도 이전 세대보다는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인터넷으로 내나라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고 그리고 이렇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도 있는데.
무슨 이유로 내말을 쓰지 않음으로 인해서 자꾸 감정이 소진되어 가고 무감각해져가는 듯 느끼게 되는 것일까?
이전엔 친구사이에서도 직장에서도 미묘한 감정의 앙금과 갈등 같은 것이 종종 생겼다 사라지곤 했던 것 같다.
항상 그런 미묘한 갈등의 한가운데 있었다. 친구들과 동료들과 별 의미 없는 몇마디를 주고 받으며 풀어 나갔던.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감정이 좀 쿨해졌다. 서로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쿨하게 행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주변 인물들과 그리 많은 감정의 기복 없이 살 수 있는 듯 하다. 항상 웃고 별 기대 없고 공유 못할 부분은 빨리 포기하고.
난 너무 쿨하게 사는게 싫다. 세월에 무게가 없다는 것은 슬프다.
나는 종종 싱가폴인들이 불만 가운데에서도 여러 인종이 별 갈등 없이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감정을 깊게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빌려온 언어로 서로의 감정과 문화를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뿌리 언어는(?) 말만이 가능한 수준이지, 정서를 이해하기는 부족한.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젠 허함이 총체적으로(?) 발전해서 요즘엔 삶의 목적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하하, 시간이 많은가 보다.
한국에서는 항상 바쁘게 지냈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거리의 교통 시스템이 약속 시간을 바쁘게 만들었고, 빠듯한 회사의 예산과 일정이 개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았고 해야할 일도 많았고 경쟁은 치열해 보였고 시간은 없었다.
지금은 내게 주어진 일을 하고 주어진 범위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 단순함을 사랑했었던때도 있었는데, 복잡함과 쫓김이 그립다. 배부른가 보다.
내 게으른 본성이 자꾸 살아난다. 몸을 살찌고 편안한데 마음은 허하다. 외롭다기 보다는 허하다.
싱가폴에서 배우고자 했던 중국어도 언어에 대한 현기증을 느끼며 밀어 버린지 오래다. 내 허함이 채워지면 다시 열정이 생길까라며 게으름에 대한 변명을 해 본다.
그래 저래 쓸데 없는 얘기 주절 거리면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결론을 가져 보는 나는, 천성 별로 감정이 없는 것 같다....(???)
교류하고 살고, 집착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열심히 살아 봐야 겠다. 아직은 재밌게 그리고 가슴 끓이며 살아갈 날이 더 많은듯.....
헤이즈 때문에 머리가 아픈 3월에......겨우 4년차가 주절 주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