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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사는 이야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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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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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07-23

본문

            1등이라는 오답
     - 인생에 등급은 없다 -

인생에 등급이 있을까?
한마디로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은 등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학교 공부 등급에서부터 그렇다. 누구나 1등을 염원하며 추구한다. 출세의 지름길로 여긴다. 명예와 지위를 확보하는 출세라는 면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확률임에는 틀림없어서다. 성적을 매기는 시험제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수단이라는데 부정할 수도 없다. 1등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경쟁사회에서의 불가피한 측면도 냉엄한 현실이다. 그러나 1등은 다분히 제한적이다. 학교의 경우만 보아도 1등은 단 한 학생의 몫으로 귀결된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과 결과물이다. 그만큼 노력과 인내를 투자한 것이다. 그래서 더 귀하고 값진지도 모른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제일 잘한다, 제일 많다, 제일 크다’ 등의 ‘제일(第壹)’을 두고 1등, 2등, 3등이라는 우열의 등급을 매기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상위등수에 들어야 한다. 그럼으로 1등을 쟁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기를 쓴다. 1등에 목맬 정도로 심각하다. 학교와 학생이 그렇고 직업과 직장이 그렇다. 사회의 모든 구조가 1등 제일주의다. 1등이 아니고는 대접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거야말로 인간을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1등이 무조건 인생의 전부이고 최고 최대의 가치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인간이 지향하는 가치관이 제마다 각양각색이다. 삶의 수단방법도 무한하다. 그래서 1등은 어떻게 보면 물질만능주의자들의 전유물인지도 모른다. 1등을 통해 자신들이 지향하는 부와 권력의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을 기계로 만드는 간편한 방법이다. 그것을 최선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집요하게 1등만 챙긴다. 사람들은 그들이 요구하는 1등을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는 유치원에서 시작되어 대학까지 이어진다. 일류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시달린다. 정신적, 물적 비용은 엄청나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인생의 등급이 매겨진다는 데 있다. 1등 인생과 꼴찌 인생으로 갈라진다고 믿고 있다. 정말 그런가?

1등의 자리가 어떠한지 보자. 불안하고 초조하다. 뒤쫓는 추격자가 두려운 것이다. 그때부터 1등 노이로제에 걸린다. 긴장과 불안이 겹친다. 친구는 선의의 경쟁대상을 넘어 물리쳐야 할 적으로 보인다. 1등을 놓치면 인생 전부를 놓치는 것만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이는 승급의 단계를 거듭할수록 더욱 거세진다. 갈수록 상대는 버겁기 마련이다. 소위 최고의 인재들이 겨뤄야 하니까 한숨 돌릴 틈이 없다. 일류 대학생들의 자살률이 보통 대학생보다 많은 이유도 버텨 낼 수 없는 이 같은 등급환경 때문이다.

사회는 어떤가? 역시 일류직장 타령이다. 최고로 분류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욱 피나는 노력을 쏟아야 한다. 자격시험도 거치고 입사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그 힘든 모든 난관을 통과해야 비로소 나름의 목적에 도달한다. 돈과 명예를 거머쥔다. 뭇사람들의 조명도 받고 좋은 혼처도 나선다. 선망의 대상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승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험난하고 벽은 높다. 승진과 자리보존에 여유가 없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끝이 없다.

무엇이든 어디든 평생 동안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인생은 지극히 유동적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들이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무슨 연유로 치솟을지 아니면 갑자기 추락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명예를 얻는 것도 한순간이다. 극단적인 비유지만 로또 같은 요지경도 있고 줄 잘 서는 묘한 우연도 있기 때문이다. 1등 학교를 졸업하고 1등 직장을 얻었다고 해서 인생 또한 1등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최고의 학력 학위로서 1등 재벌 되고 통치권자가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타덤에 오르는 사람도 별로 없다. 기껏해야 몇 단계 앞서갈 뿐이다. 회전의자 크기에 불과하다. 1등을 폄훼하고자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1등의 결과와 꼴찌의 결과가 반드시 비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예전의 우리 시절에는 의사와 판검사는 최고로 쳐주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반면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이들은 광대패거리로 경멸하며 최하급 인생인 양 치부했다. 그런데 그렇게도 업신여김을 당하던 광대가 어느 날 연예인이라는 금빛 찬연한 스타로 탈바꿈했다. 세상은 그들을 환호하고 동경한다. 그토록 선호하던 소위 ‘사’자 돌림은 직업선호도 2~3위로 내려앉았다.
학업성적 1등이 반드시 인생의 1등은 아니다. 그래서 ‘인생엔 등급이 없다.’ 굳이 등급을 매긴다면 모두 1등이다. 타고난 재능과 소질이 다르고 인생관이 다르다. 사람마다 갈 길이 다른 만큼 삶의 길도 수없이 많다. 그 길 하나하나가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소중한 것들이다.

인간이라는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도움을 주면서 도움을 받는 데 있다. 나만이 갈 수 있는 일방통행은 없다. 있다면 피해야 할 길이다. 일방통행은 충돌이 불가피해 위험하다.
시시각각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세상은 날로 다양해져 간다. 삶의 개념과 척도가 달라지고 있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도 없다. 각자의 지향하는 바와 성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절대라는 것이 없어졌다. 굳이 따진다면 사회의 기여도가 가늠자가 될 것이다. 가장 많은 봉사를 할 수 있는 직종일수록 가장 존경받고 대우받는 시대로 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청소하는 미화원이라는 이야기가 그 실례다.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고 1등을 굳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 1등도 좋고 스포츠 예능 1등도 좋다. 어떠한 직종이든 1등은 분명히 선망이다. 다만 그 범위와 인식의 문제다. 간단한 실례로 건설현장을 보자. 목수, 벽돌공 할 것 없이 그들은 어엿한 건설기술자들이다. 그들에게는 남다른 기술력과 강인한 건강이 있다. 무엇보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만의 역할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분야의 1등이다. 우리 아파트 청소부 아주머니를 보노라면 늘 기분이 좋다. 내 몸을 깨끗이 씻어 주고 닦아 준다는 뜻에서 늘 반갑고 고맙다. 그리고 항상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즐긴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누구와 어떻게 어울려도 문제될 것이 없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경계심이 많다. 해코지할 사람이 없는지 늘 불안한 것이다. 명예와 직위가 높은 사람들은 더욱 행동반경이 좁다. 처신이라는 것이 생활의 발목을 잡는다. 언제나 남을 의식하는 삶이다. 판검사들을 보면 친구와 마음 놓고 어울리지도 못한다. 사건 청탁이 두렵고 남으로부터 오해받을 수 있어서다. 인정의 개입을 차단하고 거부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정치인들이 늘 비난의 도마에 오르고 사정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마음 놓고 교류할 수 없는 삶인 것이다.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인간은 모름지기 정으로 사는 고등동물이다. 정으로 얽히고설켜 사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다. 그것을 제약받는다는 것은 고통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한데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자유분방하다는 말을 즐긴다. 말 그대로 어떤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에 있어 자유만큼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 자유로운 삶이 어떤 이유로든 제한되거나 유보된다는 것은 양질의 삶이 아니다. 물론 주관적 판단이다. 제한적 자유도 누리기에 따라 다르다. 다만 일반적 시각과 보편적 사고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아는 사람과 밥 먹고 술 마시고 거침없이 속내 털어 내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거래조차 의심받는 삶이라면 그렇게 편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인생에 있어 폭넓게 산다는 것은 큰 가치다. 남녀노소 계층과 상관없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더없는 행복이다. 서로를 보듬고 나눌 수 있어서 그런 것이다. 이와 같은 인간관계는 1등과 무관하다. 외려 등급과 상관없는 인생이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그 보폭은 더욱 클 것이다. 거침없는 자유, 홀가분한 마음, 풍부한 감성이 모든 것들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도 누구나 바라는 1등에 목을 맸다. 꼭 의사가 되고 싶었다. 늘 아프시던 어머니를 볼 때마다 그 꿈은 더욱 컸다. 하지만 끝내 1등을 놓쳤다. 40대까지 아쉬웠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참으로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픈 사람과 하루 종일 부딪치고 함께 아파하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나름의 보람도 크겠지만 인간적인 손실도 클 것이 분명하다. 죽어 가는 생명을 살렸다는 것과 끝내 구하지 못했다는 인간적인 갈등은 얼마나 크겠는가. 이 역시 1등의 과실이 곧 인생의 1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판사가 법복을 벗어던지고 스님이 되고, 의사가 가운을 벗고 택시기사가 되는 사례도 있었다. 극단적 변신일까? 희소할 뿐이지 놀랄 일은 아니다. 누구나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비록 내 삶에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여도 그 속에서 가슴 에이는 아픔과 슬픔을 절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작은 과실에도 감사할 줄 알았다. 이는 나의 삶에 있어 매우 큰 가치다. 어설프지만 인생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자아자찬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다. 산전수전의 모진 실전에서 터득한 나름의 해답이 있어서다.
결언하자면, 사람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이라 했다. 사회적 구성원에 의해 영위되는 것이 사람살이다. 그 속에는 여러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각 분야마다 능력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것도 현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또한 1등과 꼴찌와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1인자인 사장 혼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아니다. 2인자 3인자가 있고 간부사원이 있고 평사원도 있다. 심부름꾼도 청소원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바로 그들이 맡은 업무에서 1등인 것이다. 그 결합이 곧 회사라는 체제다.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1등의 개념을 이렇게 정리하면 열등생이 있을 리 없다. 집을 짓는 데도 수만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야만 완성된다. 시멘트든 벽돌이든 그 하나하나가 제 역할을 다할 때 집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제각기 맡은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을 다할 때 사회가 굴러가고 국가가 지탱한다. 그 구성요소들이 바로 1등의 집합체라 할 것이다.    
그럼으로 학교나 직업, 직장의 1등을 인생 1등으로 셈하는 것은 오산이자 오답이다. 어떻든 특정 분야의 1등이 개개인의 외형적 성취일 수는 있겠지만 인생의 1등으로 매길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인생이야말로 진정한 1등이기 때문이다.

                                                                                                              <31회에서 계속>

댓글목록

캔디님의 댓글

캔디 (mieco)

마음에 확 와닿는군요~~그런데 행동으로 실천이 잘 안된답니다ㅠㅠ 오늘도 아이에게 1등말고 최선만 다하면 된다하면서 내심 은근히 1등을 바라는 나의 마음이 많이도 부끄럽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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