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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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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사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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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자노스 (rlawle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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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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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신문에 실린 국제 교육 교류 단체인 YFU (Youth For Understanding International Exchange) 의 한국 지부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신정하 회장의 인터뷰 기사는 타국을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당부와 같았다.

“외국에 나가려면 고생해야 제대로 배우죠. 편하게 지내려면 집에 있지 왜 외국으로 갑니까.”
다소 격앙된 어조의 말이지만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고등학생 1500명을 미국,일본 등 11개국에 내보낸 노(老) 회장의 당부에는 너무 곱게 자란 우리나라 학생들이 고생을 감내하지 못하고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베어있는 듯 했다.
그가 해외 교류를 나가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왕자병, 공주병을 버려라” 라고 한다. 특히 외국의 홈스테이(Home Stay)에서 머무는 경우 그 가정의 자녀들도 분담하는 가사일을 우리 학생들은 거부하는 일이 있어 마찰이 잦다며 그저 현지 학교만 다니는 외국 생활이 아니라 가족처럼 지내면서 글로벌 에티켓과 일상 문화도 깊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곳 싱가포르에서 공부하고 있는 많은 우리 학생들에게도 강조되어야 함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최근 많은 유학생들이 보여주는 여러 모습 중에는 공부를 잘해서 명문학교에 진학하고 각 종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는 자랑스러운 경우도 많지만 반면에 모든 것이 자녀 위주 였던 우리나라에서 자라온 일부 아이들이 너무 이기적이거나 성적에 집착하여 현지 아이들과는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모습도 종종 있다. 또 외국 유학에 대한 헛된 환상을 가진 일부 아이들은 부모에게 받은 부를 유감없이 과시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이 하기에는 너무 과한 소비행태도 문제고 그들이 즐기는 파격적인 문화도 염려스럽다. 이전 다른 나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도피 유학의 행태도 보인다. 이 곳 싱가포르 사람들이 기대하는 예의 바르고 정이 많은 우리 나라와는 어울리지 않은 모습들이다.

비단 학생들 뿐 아니라 이곳에서 어떤 이유로든 현지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누구라도 이방인으로서 가져야 할 준비와 자세가 그리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열려있는 마음이 필요할 터인데 주위에서 제법 많이 보게 되고 듣게 되는 것들은 지나친 우월감으로 또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너무 부족한 이들이 쏟아내는 불평이나 갈등들이다. 물론 그 이유가 때로는 모두에게 공감되는 경우도 적지않지만 더 많은 경우가 우리나라, 우리 한국사람의 기준에서만 생각했을 때 부딪치는 이질감, 불편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실 지금의 우리나라 만큼 편리한 환경과 대고객 서비스가 훌륭한 나라가 또 있을까?  여전히 변화와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계층간의 갈등이 있지만 이미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우리나라의 생활 수준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준으로 이 곳 싱가포르에서 살아가려면 참으로 답답하고 갑갑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겉으로만 보여지는 이 곳 싱가포르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세련되고 예쁘고 멋진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리에서 만나고 스치는 사람들 중에 우리 한국 사람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수가 거주하고 있고 방문하여서도 그렇지만 누가 봐도 멋지고 세련된 사람들이 우리들이고, 당당하고 목소리 큰 이들도 우리들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노래가 여러 세계인이 즐기고 열광하는 지금을 사는 우리들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어떤 현지인들에게는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자칫 오만한 이방인으로 비추어 지기도 하고 그저 최근에 급성장한 졸부 나라의 국민으로만 보여지기도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반 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에겐 너무 억울한 일이다. 우리가 얼마나 오랜 인고의 역사를 거쳐 지금을 이룬 민족임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부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촌스러운 현지의 어떤 모습에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 느리고 답답한 일 처리를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보여주는 우리이면 좋겠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개선해야 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저 조언 정도만 해주는 그래서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그들의 몫으로 남겨 줄 수 있는 근사한 이방인이 우리들이면 좋겠다.  

한국 YFU 학생들은 “토파트(TOPHAT)” 란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외국 현지에선 말하고 (Talk), 순응하고(Obey), 참여하고(Participate), 돕고 (Help), 감사하며 (Appreciate), 믿으라 (Trust)” 는 의미다.

이 곳 싱가포르에서 살아갈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토파트”를 실천한다면 우리는 이미 영향력이 큰 이 나라의 고마운 이방인들이다.    

댓글목록

dudndi님의 댓글

dudndi (hwee)

좋은 글 이네요. 토파트를 철저히 무시한채,, 무료한 싱가폴 일상에 지쳤거든요.

줄리앙님의 댓글

줄리앙 (kofather)

외국 유학생들이  더불어 생활하며  지켜야 할 규칙을 비롯 살아가는데 필요 한 '금과옥조'인  말씀을 하셨군요. 저의 집 얘들에게도 필히 주지시키고 싶습니다.

이던님의 댓글

이던 (a2797484)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문화가 아름다운 나라, 마음이 아름다운 나라^^-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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