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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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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이 바뀌나 봅니다.

페이지 정보

  • DeadPoet (and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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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6
    4. 2013-09-06

본문

이 더운 나라에 무슨 계절이 있나 하시겠지만,

오래 사신 분들은 아시죠. 덜 더운 계절이 있다는 것을.



매일같이 비가 오고, 가끔씩 아침엔 그 시끄러운 새가 잠을 깨우기도 하고, 잠시 해가 뜰때면 고향 하늘을 날던 잠자리가 보이기도 합니다. 창을 열어두면 아침으론 찬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적도 위에 있는 이 더운 나라에서도 살만하다 느끼는 때가 점점 다가옵니다.



처음 싱가폴에 올 땐 12월이었었는데, 하루 한번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비가 오곤 했었죠.

그리 덥지 않을 때 싱가폴에 넘어 왔으니 살만 하다 느꼈었나 봅니다.

그 땐 그래도 덥다 여겼었는데 이젠 그 계절이 시원한 계절이라 생각하며 반기게 되었습니다.



참 답답한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아 불만이 항상 넘쳤었던 때였습니다.

어딜 가나 긴줄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고, 수없이 많은 음식들을 먹어 봐도 우리 입맛에 맛는 것을 찾지 못해 항상 한국을 그리워 했었고, 다들 잠자는 새벽에도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굉음소리와 주말마다 모여드는 젊은 청춘들이 공원이나 수영장에서 내는 노래나 소음 소리에 잠을 깨며 이나라 사람들을 욕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죠.



6, 7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젠 어떤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고, 어디의 어떤 식당이 음식을 맛있게 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어떤 집이 살기에 좋은지도 알게 되어 조용하고 많이 걷지도 않는 집을 찾게 되었고,

휴가때마다 가까운 여행지 찾아 다니며 즐기는 법도 알게 되고,

가끔씩 가까운 공원 다니며 산책도 하며 사니

이젠 말도 서툰 타향 삶이 많이 익숙해져 버렸네요.



항상 고국땅 대한민국으로 눈과 귀가 고정되어 있는 재외국민으로서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곳에서 살 던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여기 삶과 비교하다 보니 오히려 더욱 어둡고, 걱정되는 일이 많아 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나도 싱가폴 사람이 다 되어버렸는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 집니다.

점점 흉폭해 지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가진자나 없는자나 모두가 고통스러워 하는 주택문제, 세계 최고의 경쟁적 교육체계이면서도 더욱 경쟁적이려 하는 교육문제 등등 정치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너무도 많은 문제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반면 싱가폴에서의 생활은 살인적은 물가를 제외하고는 별 걱정없는,

정말 삶인 것 같네요.

자식들 무슨 일 생길까 걱정근심 안해도 되고,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밤늦게가지 학원보내며 공부시키지 않아도 되고,

큰 부담 없이도 유명한 휴양지로 여행 다녀올 수 있고,

방사능이다 태풍이다 자연재해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좀 있으신 분들은 어느정도 가사에서 자유로울 수도 있고,

도시가 나무들로 가득한 데다, 담배피우는 사람도 적어서 실내외 어디서든 공기도 맑은 편이고,

한국인으로서 차별 느낄 일도 없고, 오히려 자부심을 갖고 살아도 되고요.



처음 싱가폴에 올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죠.



싱가폴이 덥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싱가폴 음식이 맛있다고 느껴지면,

싱가폴 여자가 예쁘게 보이면,



싱가폴을 떠나야 할 때가 된거라구요.



아직은 싱가폴 여자가 예뻐 보이지 않고 한국분들이 예뻐 보여선지,

싱가폴을 떠날 마음이 생기진 않네요.



오랜동안 더위로 우릴 괴롭혔던 더 더운 계절이 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아침 저녁으론 시원하고, 살기에 좋은 덜 더운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생각하며 차갑기만 했던 내 마음 속 계절도 점점 바뀌고 있나 봅니다.

 

댓글목록

드디어^^님의 댓글

드디어^^ (hyangin321)

한줄한줄 공감하며 끝까지 읽었네요.. 소중한글 감사드립니다.

비욘즈님의 댓글

비욘즈 (majjoneelove)

저도 공감하네요~~

JunJang님의 댓글

JunJang (junjang)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큐어님의 댓글

큐어 (clubcure)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alsera님의 댓글

salsera (slk222)

우아..글 잘일었오여..

biocad님의 댓글

biocad (biocad)

싱가폴에 온지 이제 한달 조금 넘었는데...덥고 낯설고 불편함에 힘들게만 느껴져 감사가 너무도 부족했던 싱가폴 생활....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저도 공감할 날이 오겠지요...앞으로는 조금 덜 더운날씨 시즌이라니 반갑습니다.

이끼야님의 댓글

이끼야 (skjoh86)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음에 담아갑니다 :)

jjun님의 댓글

jjun (emtakasi75)

너무 공감되는 글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권희영님의 댓글

권희영 (tkfkd4014)

하아 저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츄츄님의 댓글

츄츄 (cntnwls12)

좋은 글이네요..힘을 얻고 갑니다!!^___^

DeadPoet님의 댓글

DeadPoet (andwi)

그저 평범한 삶의 넋두리에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로 직접 만나볼 일 없더라도,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비슷한 경험들을 나누고 있는 가까운 이웃임을 실감합니다.
감사합니다.

Harry.L님의 댓글

Harry.L (awdec)

오늘 새벽에 출근하는데 날씨가 춥더라구요..깜짝 놀랐네요 이제 싱가폴 온지 1달정도 되었는데. 처음으로 바깥 기온이 춥다고 느껴진....
그리고 글 보면서 대리 공감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싱가폴 생활이 쉽지많은 않네요^^ㅎㅎ
감기 조심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빌리보이님의 댓글

빌리보이 (parksd70)

넘 공감하는글  감사합니다

읏흥님의 댓글

읏흥 (skuldskuld)

좋아요 누르고 싶은데 ㅋㅋㅋ

사랑1님의 댓글

사랑1 (give640)

싱가폴입성을 준비중인 사람입니다.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들어갈수있지않을까..
올해  추석에다녀왔는데, 제가 몰라서 그런지 타향이란 생각이 덜들더라구요.
전  미용사입니다.  남편은 요리를 합니다.
글을 읽고  웬지  편해짐을 느꼈네요^^

Mark1125님의 댓글

Mark1125 (najeongun)

저는 큰일이네요. 일년도 되지 않았는데 위에 말씀하신 세 가지가 모두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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