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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샬라(inshallah)*- 딸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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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깔 (karchizo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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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04
본문
사랑하는 나의 토끼야
지금은 네가 꿀잠을 잘 새벽 4시로구나
달콤한 잠에 빠진 너를 생각하니 문득
인생의 맛이 무얼까 생각하게 되네
세상의 맛 중에서
좋은 맛만 보고 살도록 선택받은 사람은 없을 거야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별의별 특별한 맛을
터득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목적이 다는 아닌 것 같다
모래 폭풍이 이는 춥고 더운 사막에서
설상가상 모래 늪에 빠질 때 있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다 한가운데서
나침반을 잃어 방향을 놓칠 때도 있겠지만
선인장꽃이나 깊은 바닷속 물고기 해초를 보면
숨이 막히도록 눈물겨워
사랑하는 나의 똘망아,
우리가 행복했던 날보다
더 활짝 웃을 수많은 날이 너를 손짓해
그곳에 닿기 위해 숙제도 답도 보물찾기지만
너의 잠재력을 엄마는 믿어
수평선과 지평선, 보이지 않는 허공의 선까지
모두 보이면 네가 신이게?
사람이 많은 만큼 신도 많고 또 그만큼 종교도 많지만
너를 지켜보고 도와줄 신이 많다는 엄마의 신앙을
너도 믿었으면 해
적도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 만큼 열정이 컸다면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보고 쉬면서
웃자란 가지들을 쳐내고 식히기도 했으면 해
그러다 훌쩍 고독하고 지친다 생각이 들면
비행기가 날아가는 동쪽을 봐
고작 6시간 간격을 두고 가족이 있어
눈물이 나면 울어도 돼
그래도 못 견딜 때는 손에 들린 전화를 열어
다 있잖아,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 어느 순간, 순간순간마다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비는 엄마의 기도에
저 사막의 땅에서 보낸 격려까지 보탠다
인샬라!
*인샬라(inshallah) ; 아랍어로 알라신의 뜻이라면
신의 뜻대로 또는 신의 돌봄이 함께 하길 기원하는...이런 의미로 사용되지요
댓글목록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자식에 대한 엄마의 애틋한 사랑과 격려가 아련히 묻어나는 아름다운 편지군요.
참 모처럼 이곳에 들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건강과 행운을 빌면서...,
맛깔님의 댓글
맛깔 (karchizorim)
저도 오랜만에 들어와 남강 님께서 남기신 댓글을 봅니다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신다고 소문으로만 들었는데요
건강도 함께 하길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제 아이는 열심히-- 죽어라? 공부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