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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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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퀴, 마뱀이 동반 생활기2(비위 약한 분 클릭 금지!)
  • payalebar (wrk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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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4-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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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콘이 마뱀이들의 통로 역할 하는 걸 알고난 뒤, 일단은 열심히 휴지로 벽면과의 틈새를 틀어막았죠.
하지만 윗 부분은 손이 않닿아 불가능한데다 며칠 뒤 에어콘 청소를 와가지군, 남이 진땀뻘뻘 흘리며 공사해놓은 걸," 여기 물 새요? " --;;; 하며 슥슥 빼던지니..

이유를 말하기도 쪽팔리고, 다시 시도할 맘도 안들고 해서 그냥 뒀죠.
대신 낮밤을 안가리고 에어콘을 강냉으로 틀어 온 집안을 북극 이글루로!!
( ---> 에휴. 다음 달 전기값이 80불 가량 더 나오더군여. 그래서 불청객들이 좀 잠잠해진 뒤부턴 적당껏 절전하고 있어요. )

그래도 암튼, 이후론 상당히 쪼그만 놈들로 한 마리씩 봤을 뿐인지라 주로 퇴로에 문을 열어놓고 빗자루로 쫒아버리는 정도로 저도 적당히 적응이 되어갔는데요,
그러던 어느 새벽녘이었어요. 목이 말라 잠결에 노크 없이? 부엌 불을 켰는데
물을 마시다 말고 뭐 거의 공룡 만한 것들과 위로 한 놈 아래로 한 놈 눈길이 찌릿~!!  

아.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을 흝는 전율.. 물맛은 또 어찌나 역겹던지..

몸서리를 치며 도망가 비명을 질렀죠. 물론 저도 무적의 대한민국 아줌마인지라
비명은 지르되 일단 옆집에서 경찰 안부를 정도의 쉰소리로 톤을 낮추고, 도마뱀 도망 못가게 부엌문 꼼꼼히 닫은 뒤에! 깽깽 발로 진저리를 치며 큰머스마 방을 두드렸고요

그간 엄마의 이런 비명 톤이 뭘 의미하는지 경험했던 아이는 벌떡 일어나 빗자루를 들고 추격전을 벌여 차례로 치고 덮치는데 성공!! 휴지 뭉치로 집어들고는 냉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는 거였어요.

저는 도망다니며 웩 마뱀이 뻗을 때 웩 하필 변기냐고 웩 계속 웩웩 거리다 삔이 좀 나가서, 아이에게 기왕의 생명인데 그냥 쫓아내지 그랬냐는 나무람 보다는,

넌 왜 휴지를 아깝게 뭉치로 덮냐, 그러다 화장실 막히면 어쩌냐,
예전에 화장실이 푸세식일 때는 "빨간 손 줄까~ 파란 손 줄까~" 하는 변기 귀신땜에 무서웠는데 이젠 볼 일 볼 때 마뱀이가 도로 올라올까 겁난다는 둥 헛소리만 퍼부어댔는데요.

이런 제 말을 말같이 새겨들은 것은 (바퀴에 당하고 슈퍼에서 씨리얼 칸을 멀~리 비켜다니는) 비위 약한 작은 애였던 지라, 꽤 오랜 동안 그 화장실 변기를 두려워하더라는....

휴.
하지만 비극의 피크는 따로 있었어요.
그놈이 아무래도, 저희 집에 대대로 숨어 살며 바퀴를 치워주던 터줏대감이던지...
그 후로 부엌이 점점 바퀴벌레 테마파크가 되어가는 것이었어요.  

해서, 전용 에어졸을 매일 향수 뿌리듯 양념 뿌리듯 뿌려대다,
아무래도 바퀴보다 우리가 더 먼저 죽는게 아닌가 싶어 이젠 정말 바퀴 오라오라라도 사다놔야하나 고민하던 중..
이것들이 우리집 식군데 윗집을 놀러 갔는지 윗집 식군데 우리집에 다녀간 거였는지
세탁실에서 빨래를 하는데 느닷없이 쓰레기통 틈새로 소독약이 콸콸콸~~
부엌문을 뚫고 거실까지 따라오며 뭉개뭉개 스며드는 게 아니겠어요..

첨엔, 설겆이 새로 할 생각에 열이 뻗쳐 웃집에 처올라가서 들이받을까 하다가 문득
햐~ 공꼬로 방역하는구나 싶어 오히려 씽크대까지 온 문짝을 다 열어제쳤죠.
그리고 꽤 기쁜 맘으로 설겆이며 청소를 마치고 밤잠도 푹~ 잤는데요.

웬걸.
이젠 아침마다 부엌 바닥에 반쯤 기절한 놈이 한 두 마리씩 벌러덩~ 뻗어있는 거였어요.
그것도 어디서 몰려든 개미들에 뜯기면서 몸부림을 치는... 으으으... 차라리 달아나는 놈은 같이 흥분한 김에 에어졸 뿌려대기나 쉽지, 이건 뭐 꿈틀대는게 딱하기도 하니 완전 뻗기 전까지 차마 어찌할 수도 없더라고요.

근데 무엇보다도,
비록, 잡아치워주던 마뱀이가 없는 건 그렇다 쳐도,
혹시나 장봐올 때 알이라도 묻어서 들어왔다 쳐도,
이렇게 꼼꼼히 막아놓고 잡아 제끼는데 대체 어디 숨어사는 건지가 넘 의아스러웠어요.

그러니 이제는 식품류는 완전 철수해서 싱크대라기 보다 창고에 더 가까워진 싱크대를
아무리 기웃대봐도 더이상 틀어막을 틈사리도 없는데.. 투덜투덜.. 하면서............
(음. 웩. 그날의 충격이 또 떠오르네..@@;;;;;;  잠시 진정하고.)

싱크대 속에 밥솥이 하나 있었는데요.
첨에 입싱해서, 한국서 부친 짐이 오기 전에 임시로 산거고 성능도 그저 그래서
잘 닦은 뒤 깊숙히 넣어뒀던 것을,
혹시 뒷쪽에 뭐 숨은 거 있나 투덜대며 스윽 꺼내는 순간, 속에서 뭔가가 타다다닥!! 난리들을 치는 소리가 나는 거였어요!

아니, 증기도 못새가나게 밀폐된 전기 밥솥속에 뭐가 들어있다는게 말이 되냐고요...

큰애가  올 때까지 부엌은 폐쇄됐고 저녁 요리는 포기한 채 기다렸죠.
근데 이놈이 제 묘사를 듣더니, 윗줄의 제 말과 똑같이 읊으면서, 채 말릴 틈도 없이
말이 되냐고요... 하고 뚜껑을 벌컥~!!!!!!

아.
음...
정말 찰나의 순간에 빛과 같은 속도로 닫았으나 놓치고 말았습니다.
바글거리는 여러마리의 바퀴중 두마리 정도는요.
그것들은 몇시간 뒤
깨끗이 닦아서 말려서 넣어두었던 김발 말린 속에서 체포됐고요.
밥솥은 정말 다섯 번이나 썼나싶은 새것이었지만
마뱀이 사냥꾼 큰애가 여러겹 비닐로 싸들고 콘도 재활용 박스앞에 몰래, 살짝, 꽁지 빠지게 놓고 달려들어왔습니다.

이후로는 평화가 찾아오더군요.
부엌의 모~~든 식품 냄새 날만한 것들을 서브 냉장고 한 대 더 사서 넣어두고 나서요.

특별한 조치 없이 두어달 지났는데, 아직은 조용합니다.
앞으로도 부디, 바퀴벌레와 도마뱀 때문에 싱가폴을 떠나왔다는 소리만큼은 하게되지 않기를 오늘도 열심히 빌어봅니다.

댓글목록

해피엔딩님의 댓글

해피엔딩 (kistune)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어요, 특히 잠깨어 화장실 갈때면 먼저 불부터 켠다음 일부러 큰소리를 내어 도마뱀에게 경고를 보내고 화장실에 가곤 했어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개네들도 귀엽게 보이기도 하지만...현지에서 오래 사신분께 들은 퇴치방법 알려드릴께요^^ 수퍼에 가시면 도마뱀이 그려져있는 스프레이를 사셔서, 창문틀(특히 화장실 , 샤워실), 전등밑, TV전선뒤, 집안의 어두운곳 ,마지막으로 현관문등에 뿌려 주시고, 외출하셨다가 들어오셔서 문 열어 놓으시면, 몇개월은 도마뱀이 집에 얼씬도 안해요^^ 어디선가 도마뱀 울음소리 들리시거든 그때 다시 약을 치시면 되요^^

해피엔딩님의 댓글

해피엔딩 (kistune)

스프레이를 뿌리시면 하얀가루가 남는데, 깔끔떨어서 그걸 닦으시면 안되요. 마뱀이 그 냄새가 싫어서 안오는거래요

카모마일님의 댓글

카모마일 (july8066)

아....정말 끔찍한 이야기네요. 도마뱀과 바퀴벌레만 생각하면 싱가포르 생활이 무서워요. 다행히 저희 집은 레노베이션한지 얼마 안됐고, 또 쓰레기통이 바깥에 있는 hdb라서 아직까지 바퀴벌레는 한번도 발견이 안됐고 여기 살기 시작한지 10개월여동안 2~3마리 정도의 새끼 도마뱀만 발견했고  그때마다 바깥으로 내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언제 이 바퀴와 도마뱀이 나타나서 창궐하게 될까봐 항상 두려움에 살고 있어요. 어떨때는 내가 이러다가 정신병원에 가게 되는건 아닐까 싶을정도로 바퀴와 도마뱀에 민감하죠.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저희 남편이 집안 발코니에 화단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화분을 마구 사들이고 있답니다. 저는 바퀴벌레와 도마뱀의 원상지가 되지 않을까 그것이 매우 두려운 상황이랍니다. ㅠㅠ 워낙 신랑의 취미생활이고 자연을 좋아하는지라 말릴 수도 없고, 전 그냥 매일매일 도마뱀과 바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하고 있는 중이랍니다..암튼, 매우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당...

ponytail님의 댓글

ponytail ()

님, 남부럽지 않을(?) 공포영화를 찍으셨을 텐데 저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ㅠㅠ. 저는 다행히도 도마뱀은 첫만남부터 그 앙증맞은 발가락에 반해서 별로 안무서워해요-_- 그런데 요새는 방에서도 도마뱀과 동거중입니다ㅠㅠ 여긴 내 방인데 너도 여기가 니 방이라고 생각하겠지, 우리 서로 마주치지말고 각자 살자. 근데 내방에 먹을게 없는데... 나쁜 벌레들이나 많이 먹으렴 그런답니다. 다행히 우는 소리도 안나서 방해는 안돼구요. 확실히 도마뱀이 있으면 바퀴를 비롯 다른 벌레들은 안보이는거 같아요. 부엌은... 전 시리얼을 비롯한 왠만한 식량들은 모두 냉장고에 저장해요 ㅠㅠ

passion님의 댓글

passion (chenny)

전 개미도 괜찮고 도마뱀도 괜찮은데 바퀴만은 아직도,,,용서가 안되네요 ㅠ.ㅠ 넘 무셔~

payalebar님의 댓글

payalebar (wrkmk)

도마뱀.. 저도 첨엔 눈에만 안띄면 참아준다 싶었는데, 여기저기 까만 똥이랑 비린내 나는 쉬를 싸놓쟎아요::::  제 헤어드리이어에 쉬를 쌌는지 틀때마다 생선 비린내가 나더라는.. 미쵸;;;;;

레지나님의 댓글

레지나 (lezina03)

아~ 그 생선비린내 같은게 도마뱀 쉬인가요?? 가끔 부엌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신랑한테 물음 안나는데 왜 이리 예민하냐고 그러더라고요...분명 냄새가 나는데 비린내~ 그게 그거군요... 첨엔 몰랐는데 요즘엔 똥이 어떤건지 알고나선 똥이 보이면 아주 짜증이 확 밀려와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답니다... 적응해야 한다고 하는데 글쎄요... 며칠전엔 소독을 하더라고요..저흰 HDB 하나보다 했죠..1시간뒤 마트 가려고 나갔는데 걸어가는 길마다 바퀴벌레로 가득...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가다 소리지르고 또 가다 소리지르고 애하고 손잡고 아주 쇼를 하며 걸어갔죠...어찌나 끔찍하던지...집엔 바퀴가 없어 몰랐었는데.. 1층에 그렇게 많다는건 언젠가 우리집에도 올 수 있다는... 아주 무섭습니다....한국서도 못본 바퀴 여기와서 아주 질리게 봤음다.. 싱가폴 깨끗한 나라라더니...벌레천국입니다...쓰는 지금도 소름이...악~!

마에님의 댓글

마에 (mahapara)

장봐올 때 알이라도 묻어서 들어왔다 쳐도 <--저는 이부분이 제일 무섭습니다 ㅠㅠ

마에님의 댓글

마에 (mahapara)

그런데 도마뱀이 울기도 하나요? ....엄마아..ㅠㅠ

쿤님의 댓글

쿤 (xerox)

어우,, 방금 이글읽고 화장실갔다가 거울을 봤더니 제 뒤에 바퀴가 잇네요,

쿤님의 댓글

쿤 (xerox)

하수구에 샤워기물로 밀어넣어버렷습니다 ㅋ

이슈바르님의 댓글

이슈바르 ()

ㅋㅋ 속편히 그냥 집옮기세요 ㅋㅋ참다참다 집옮긴사람이에요..

희라님의 댓글

희라 (sam73729)

정말 집 옮기고 싶은 사람입니다. 싱가폴생활 한달인데 전 정말 바퀴벌레는 못참겠어요. 집주인에게 말하면 이사가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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