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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사는 이야기-(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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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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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2-01-01

본문

어찌 남 탓만 할 것인가
-내 인생은 나의 책임-

“뿌린 것만큼 얻고 가꾼 것만큼 거둔다.” 필자의 지론이다. 누구나 즐겨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렇다. 무엇이든 욕구대로 안되는 것은 모두 남의 탓으로 덧씌우고 불평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면제부다.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고 무절제에 대한 핑계다. 그들에게는 치열한 도전정신이 없다. 칠전팔기의 승부근성과 오기조차 없다. 한두 번만 넘어져도 탈진한다. 재기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순탄한 길만 존재하지는 않는 법이다. 누구나 수많은 고난과 부딪치고 극복하는 반복의 연속선상에서 고뇌하고 정진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풀려진 꿈과 희망에 갇혀 있어서도 안된다. 내게 알맞은 새로운 꿈의 아이콘은 천지에 널려있다.  

내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공통점이다. 쉽게 벌어서 풍족히 쓸 망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을 탓하고 풍족한 재산을 남겨주지 못한 부모를 원망한다. 잘나가는 친구를 질시하고 이웃을 적대시 한다. 그리고 절망하고 타락한다. 나의 불행은 곧 남의 탓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분노한다. 너희들 때문에 내가 못살고 초라하다고 항변하고 반항한다.
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는데 비례하여 범죄자는 날로 늘어난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거듭 늘고 있다. 이 모두 남의 탓의 결과다. 물론 남의 탓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이 불공정하기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마저도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을 스스로 기르고 다져야 한다.

달랑 칼 한 자루와 물통 하나 그리고 부싯돌만 가지고 오지에서 살아남는 전직 영국의 특수부대원 ‘베어 그릴스’의 100% 리얼 다큐멘터리 "Man Vs Wild"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아울러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말 그대로 가슴 뭉클한 한편의 감동드라마다. 주인공 그릴스는 물고기와 짐승을 잡아 생채로 먹는다. 맹수가 득실거리는 케냐에서는 칼 하나로 자신을 지키며 악전고투한다. 원시인의 삶 그대로다. 특별한 사람의 별난 도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어떠한 최악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모진 생명력과 지혜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별난 이야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들의 과거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불과 반세기 전에 우리들이 겪어야했던 난관과 도전의 이야기와 진배없어서다. 6.25 전쟁의 폐허어서 한조각의 빵을 얻기 위해 피눈물을 흘린 우리의 삶이 엊그제 같지 않은가. 일을 하려고 눈을 휘둘러도 일 할 곳을 찾지 못했다. 농사일도 공사판도 우리에게는 없었다. 오로지 절망과 한숨만이 세상에 가득했다. 보릿고개를 겪어보지 않은 세대는 도저히 실감나지 않을 소리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식당에서 밥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챙기는 사람들이면 그 때 그 사람들이다. 쌀 한 톨의 중요성과 값어치를 알고 있다는 무의식의 표현이다. 그래서 말했다. 눈물의 빵을 먹어보지 않았으면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말이다.

오늘 우리는 물질만능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벌이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업자가 넘쳐 난다. 동남아 빈국의 노동인력이 우리나라에서 일하기를 학수고대하며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나는 두 해 동안 싱가포르를 여러 차례 오가며 그 실상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인도네시아 등지의 젊은이들이 수십명씩 옹기종기 모여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들에 있어 코리아는 낙원이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여겼다. 마치 우리의 부모형제가 독일 광부와 간호사로 떠날 그 때처럼 그랬다. 3D업종조차 그들에게는 코리아드림이다. 일자리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몰려오는 그들, 일자리가 없다며 불평하는 우리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우리는 언필칭 삶의 질을 말한다. 넥타이 메고 펜만 잡으면 그것이 마치 질 높은 삶의 표준으로 여긴다.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사활을 걸다시피 한다. 과외가 판치고 어린 아이들이 조기 유학길에 오른다. 하나같이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부담과 고통을 안겨준다. 아무리 벌어도 아이들 과외비와 유학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아이는 아이대로 학교 수업과 과외로 눈코 뜰 사이가 없다. 마음 놓고 놀 수가 없다. 늘 쫒기다보니 여유로운 인성을 만들지 못한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도 없다. 친구를 이겨야 내가 살 수 있는 구조가 인간애마저 무너뜨린다. 직장에서는 더욱 치열한 경쟁구도다. 경쟁에서 밀리면 그것으로 끝장나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다. 하지만 결과는 낙담과 남의 탓으로 귀결되기 일쑤다.  

필자는 오랜 세월을 거듭하면서 많은 것을 잃기도 하고 얻기도 했다. 부침의 반복이었다. 그토록 사생결단했던 경쟁에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자문하고 있다. 아무리 나에게 유익했던 일들만 간추려보아도 남는 것은 회한뿐이다. 좀 더 양보하며 더불어 살았을 것을 왜 그렇게도 옹색하였을까? 그 때는 최선을 다했다고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마음의 문은 언제나 닫쳐 있었음을 이제야 느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갔다. 멀쑥하고 부끄럽다. 되돌릴 수 없기에 쓸데없는 망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의 그 시절이 다시금 온다면 적어도 분에 넘치는 욕심만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과욕이 나도 이웃도 망치는 남의 탓의 근원이라는 것이 명백하니까 꼭 그럴 것이다.

오늘도 우리 주변은 모순 일변도다. 보통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온갖 법망이 거미줄 같이 촘촘히 엉켜있다. 크고 작은 법을 어긴 사람들이 줄줄이 처벌을 받고 있다. 그래도 범법은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 질서인 도덕이 무너진 결과다. 남의 탓이 낳은 안타까운 산물이다. 어제까지도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유명인들이 교도소로 가는 장면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리고 무엇을 다짐하는가? 탐욕의 결과가 어떻다는 것쯤은 너나할 것 없이 공감하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돌아서면 남의 것이 더 크고 화려하고 부럽다. 그것이 잘 못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욕망이라고 단순 치부하기에는 가슴 아프도록 처절하다.  

필자는 요즘 밀림 오지에 살고 있는 원시생활에 매료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탐욕이 없다. 모아두고 쌓아둘 필요도 없다. 거추장스런 것은 하나도 없다. 내일의 삶에 대한 고민도 없다. 오로지 오늘만이 존재한다. 오늘 배부르게 먹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러니까 남을 헐뜯을 이유도 없다. 경쟁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인간적이다. 아이들은 맨발로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깔깔거린다. 치열한 경쟁 상대가 아니니까 질시하고 비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홀랑 벗고 다니거나 나뭇잎사귀 하나로 치부만 가리고 다니니까 치장에 목을 맬 필요도 없다. 명품에 눈에 가시가 돋을 이유가 근원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류 학교도 일류 직장도 그들에는 무의미한 것이다. 오로지 문명인들의 전유물일 뿐이다. 그 문명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엄청난 비용을 치루고 있다. 인간이 외려 문명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이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르면 자연과 더불어 아기자기 살고 있는 그들이 얼마나 부럽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움막에는 벽이 없다. 몸도 마음도 모두 터놓고 산다. 갈등이라는 단어도 없고 시기와 오만도 없다. 하늘이 지붕이요 땅이 놀이터인 그들에겐 삶 그 자체가 지상의 파라다이스다. 인생을 완벽하게 즐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코 염세주의가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가 3D TV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조절한다고 해서 얼마나 편안하고 만족하게 느끼는가? 로봇청소기가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하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나들이를 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만족한가? 문명은 결코 인간에게 만족을 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더 편리한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세론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달에 사람이 가고 화성을 탐구한들 인간에게 얻어지는 보편적 가치는 하나도 없다. 탐욕의 자기충족일 뿐이다.

결론은 자연에 순응할 때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발버둥치고 억지 치부하고 벼슬길에 올라도 그 영화라는 것도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모두가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인데 어찌 그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하기야 그래서 수도가 있고 염세가 있는 것인가. 봄이 오면 싹트고 꽃이 피듯이 우리의 마음도 봄처럼 온화하고 무욕하다보면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지 않을까?
1등도 고집하지 말고 크고 많은 것에 집착하지도 말자. 내 몸에 맞는 만큼 내 노력에 걸맞은 나의 인생을 찾자. 우리 서로 탓하고 원망하지 않으면 왜 해치고 상처주고 받겠는가?
내 그릇에 알맞은 씨앗을 뿌리고 알뜰살뜰 가꾸면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니겠는가.
내 인생은 끝까지 나의 책임이다. 어떤 결과이든 자신의 탓으로 돌릴 때 가장 편안하고 건강하다.  

                                                                                                                 <35회에서 계속>

                             2012년 용띠 새해를 맞아 웅비하시길 빕니다.  



                      

댓글목록

훈이네님의 댓글

훈이네 (dany17)

남강서생님 글을 접하면 항상숙연해지고 제자신한테 한번쯤 채찍질을 할수있는기회를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남강서생님도 올한해도 더건강하시구 뜻하는모든일들 다이뤄지세요 새^ㅁ^해 복많이받으세요 새해첫날 전 대청소라도 하려합니다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훈이네님, 흑룡의 해를 맞아 큰 뜻 이루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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