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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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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에 달가듯이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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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29
본문
난 네가 그렇게 추워서 아파하는 줄도 모르고,
추워서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가을이면 네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만 했었다.
그냥 어느 가을날,
실연을 당한 한 사람에게 쓸쓸한 풍경을 남겨주는 배경으로만 알았다.
이번에 내가 널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너의 아픔을 진심으로 느끼고,
맘 속 깊이 너의 져가는 모습을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
낙엽,
난 아마도 영원히 너처럼 인간들에게
더운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광합성을 해서
인간에게 유익한 영양분과
인간에게 유익한 산소를
만들어줄 수도 없고,
죽는 순간에는 그처럼 활활타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기쁨을 줄 수도 없이
그냥 공해로만 살다가
갈 것 같다.
난 아마도 너보다 훨씬 값없는 삶을 살아왔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가을,
난 너의 존재가 인간에게 그토록 소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그런 삶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댓글목록
나그네되어님의 댓글
나그네되어 (ara285)
아~~ 똑같은 낙엽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주옥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멋진글 .... 감사 감사.
rkatkgkqslek.님의 댓글
rkatkgkqslek. (viridia)
네. 요즘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에 저 또한 모든 자연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구름에 달가듯이님의 댓글
구름에 달가듯이 (jxkk)
어느날,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한참 동안이나, 제 마음에 밟혀 오네요.
어설픈 글에 대해 과분한 칭찬,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맛깔님의 댓글
맛깔 (karchizorim)
빛바랜 색으로 떨어져 뒹굴다 썩어 또 생명의 양식이 되는 낙엽의 삶은 치열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세찬 비바람, 갈증과 열정을 삭히고 조절하면서 때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
요즘 싱가폴의 거리에도 낙엽이 많이 휘날리더군요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쓸쓸함이 비록 이 파란나라 12월에는 무디게 느껴질지 모르나
숭숭 구멍이 뚫린 체 휩쓸리는 이파리들은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각인 되는 건 사실이지요
한계절을 이렇게 쉬어야 나무도 또 새 생명의 잎을 생산하리니....
감동의 눈길로 이 계절을 가만 보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