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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나의 실패담 -- 이삿짐회사에 대해..
- 아란존자 (kookhwa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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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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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준비
> 우선 집을 옮겨야하기에 여기저기 알아봤습니다. 이미 현재 있는 집은 비워줘야 하고, 들어왔던 날에 맞춰 나가기로 했습니다. 독한 주인을 만나, 계약서상 날짜에서 하루라도 연기가 안되었습니다. 여기 한국촌에도 뻔질나게 들어왔었고, 실제 몇 집은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러 이유로 계약이 안되었고.. 지금은 HDB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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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삿짐 회사에 대해..
> 몇군데를 연락했습니다. 여기 한국촌 게시판에서 추천하는 곳까지 해서 4군데 알아봤는데, 마침 옮기려는 날이 구정을 앞둔지라 예약하기가 쉽지않더라구요. 그러던 중, 어느 이삿짐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먼저 연락했던 한 이삿짐회사 이름을 덜먹이며 그곳에서 소개받았다며.. 기뻤죠.
> 어쨌던 영업manager가 집에 방문해 견적을 내고, 박스 크기 및 필요한 수량, 날짜, 이사 목적지며 모든 걸 상담하고 돌아갔습니다. 그 때가 이사를 거의 일주일 좀 더 남긴 즈음이었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집으로 박스 수십개가 배달되었는데, 이상하게 절반은 새거고 나머진 쓰던걸, 심지어 다른 회사 마크가 박힌 박스, Dell 회사 박스 등이 섞여 왔더라구요. 쉽게 생각했죠, 어차피 한 번 쓸건데 중고면 어때..
> 그런데 중요한게 비용인지라, 전화로 invoice 달라고하니,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주겠다라고 해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말도 안되지만 그 때는 경험이 없어서 그려러니 했었습니다. 그후 몇번을 더 재촉하니, 걱정마라 당일날 주겠다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땐 이미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딴 회사로 바꾸거나 하는 등의 달리 도리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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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삿짐에 문제가 생기다
> 아침 일찍 짐을 옮겼습니다. 그냥 모든게 잘되었습니다. 새로 구한 집에서 짐을 풀 때, 열심히 이건 여기 놓고 저건 저기에 두고.. 그러다, 어라 다리가 부러졌네.. 티테이블의 다리 하나가 꺾여진채로 옮겨지는걸 발견하고는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곧 그중 메니져급에 있는 사람에게도 말했죠. 그런데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꺾여진 다리 하나를 손으로 힘껏 틀더니 바로 붙이곤 이내 딴 일을 열심히 하더군요. 가서 만져보니 이미 꺾여진 다리는 지탱할 힘을 잃어 티테이블이 흔들거렸습니다. 어쨌던 모든 이사를 마치고서 그 매니져가 돈을 달라고 하자, 나는 이 티테이블 수리비를 빼고 주겠다고 했죠.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 이때부터 분위기가 좀 사나워지더군요. 그들의 주장은 일단 오늘 한 일에 대한 비용은 오늘 입금시키고, 수리비는 나중에 처리해주겠다. 난 나대로 수리비를 빼고 주거나 아님 나중에 수리해준다는 걸 말로 하지말고 종이에 적어달라고 했죠.
> 몇번 옥신각신하다 결국 그들은 다음 스케쥴 때문에 돈을 받지못한 채 돌아갔고, 이게 싸움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 그후, 근 일주일간 서로의 주장에서 한발짝도 안옮긴 채로 전화로 계속 다퉜죠. 나중엔 경찰을 데리고 집에 방문하겠다는 등 별 우스운 협박도 다 하더군요.
> 짐 정리 후 다시 점검해보니 일인용 소파도 좀 흔들리고, 큰 접시 2개 박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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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경찰서(neighborhood police office)에 가다
> 그냥 문득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여권을 잃어버려 경찰서에서 신고 할 때, 한국하고는 많이 다르구나 하는 인상이 있었기에 그냥 도움말 정도 구한다 싶어 가볍게 들어갔죠. 잠시 기다리다 내 차례가되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곤 난 외국인인데 이런 경우 싱가폴 관습법은 어떠냐 그리고 어떻게 해야되냐 등등..
> 그 친절한 경찰관은 수리를 해주는게 관례이고, 이사중인 가구의 손상 여부는 주인이 아닌 이삿짐회사에서 증명할 책임이 있고, 경찰은 민사사건에는 관려를 하지 않기때문에 경찰을 데리고 방문한다는 이삿짐회사의 말은 얼토당토 않고, 그리고 원한다면 사건 개요서를 써주겠다 이걸 갖고 CASE란 곳에 가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해결하라 등등 많은 조언을 해줬습니다. 결국 내 행동이 옳다는 확신과 사건 개요서, CASE 소개서를 갖고 돌아왔죠. 그외 콘도 경비실 직원들에게도 물어보니, 수리 또는 새물건 아니면 돈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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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에 가서 중재를 요청, 최종 합의
> CASE란 곳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고선, 나름대로 자료를 모았습니다. 가구를 수리했을 경우 예상 비용이며 새로 살 경우 등등. 몇군데 가구점엘 가서 가격도 물어보고, 혹시 비슷한 것 수리도 해주냐 물어보니 예상한대로 자기 것 아니면 수리가 안되니 자기껄로 사라.. 각각 다른 매장 몇군델 가보니 가격이며 자기가 판매한 제품이 아니면 수리가 안되는 것 등이 거의 비슷해서 더이상 가구점은 가질 않고 바로 CASE로 갔습니다.
> MRT 녹색라인 BUONA VISTA 역에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조그만 6층 건물의 한켠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기다리다 차례가 되어 창구로 가선 영어가 짧아 경찰서에서 작성해준 사건 개요서를 보여주곤 도움을 청했죠.
>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우선 내 입장에 서서 이삿짐회사로 보내는 서류를 작성, 송부하고, 그 회사의 반박, 재송부, 이러한 과정을 몇번 거친후 합의점을 찾으면 최종적으로 결과만 내게 통보하는거죠. 물론 나도 그 결과에 만족해야,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는 거겠지만.
>아무튼 내 조건은 앞의 여러 이유를 들어 이삿짐 비용의 반만 주겠다 였습니다. 그리곤 그 내용을 포함한 제안서(proposal letter)를 작성한 후, CASE 직인을 찍고 내 싸인을 한 후 돌아왔습니다. 나머지 과정은 CASE에서 대행하니 결과만 기다리면 되었습니다.
> 중간 중간 CASE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이번 이사에 관한 어떠한 서류라도 갖고 있느냐, 계약서, 영수증 등.. 당연 없었죠. 몇번 요구하다 포기했으니..
> 한번은 이삿짐회사가 계약서가 없으니 수리를 못해주겠답니다. 대개 계약서 문구중에 이런 내용을 의례적으로나마 한번쯤 언급하는데, 이런 계약서가 없으니 수리 책임이 없다고 하더랩니다. 그래서 이렇게 조언했죠, 그럼 이사비용도 계약서에 언급되는데 나도 돈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만약 내가 그날 먼저 이사비용을 치르고 지금 수리비를 청구했더라면, 저렇게 당할 뻔 했었구나 싶었죠. 그날 이사비용 따로 수리비 따로 하자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싶었습니다.
> 그간의 진행사항은 생략하고, 결론적으로 말해 내 요구대로 반만 지불하기로 서로 합의하고 끝냈습니다. 들어보니 그 전날 CASE에서 그 회사 높은사람을 불러 서로 얘기하고 합의를 했다고 하네요. 마지막 돈을 지불하는 순간에도 영수증 없이, 자필로 돈을 받았다는 글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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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에 대해
> Consumer Association of Singapore (소비자 보호원)
> 170 Ghim Moh Poad #05-01, Ulu Pandan Community Building, Spore279621
> 이건 민간단체이며,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합니다. 중재안에 대해 꼭 승복할 필요는 없지만, 제3자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여 객관 타당한 쌍방 중재안을 도출해내는게 일이죠. 물론 결국 안되면 재판까지 해야죠, 소액재판 (Small Claim Tribunal).
> 분쟁조정 대상은, 개인과 단체간만이고, 개인대 개인은 아니랍니다. 그러니깐 소비자 개인이 이삿짐회사나 백화점, 기타 상점 등과의 분쟁이 생기면 중재를 해주고, 집 랜트시 집주인 개인과 세입자 개인간의 분쟁은 중재를 안한답니다. 어쨌던 소비자 개인이 단체와 거래를 하다 억울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한 경우, 소비자측 입장에서 단체에게 항의를 대신해주는 거죠. 최악의 경우, 그 단체에서 묵살하면 할 수 없고... 그러니 너무 큰걸 기대할 수도 없죠.
> 다시 말해, CASE에서는 개인을 대신하여 단체에 항의, 중재안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고, 어떤 사안에 대해 이게 옳니 그러니 하는 판단(judge)은 재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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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론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싱가폴에서 네고하는 방법, 분쟁시 처리 방법, 로컬사람들의 생각들 조금, 결국 나중엔 이게 모여 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하우가 되겠죠. 그간의 경험으로 이제부턴 로컬사람들과의 분쟁이 생기더라도 좀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어쩔줄 몰라하거나 그 순간을 넘기기위해 그네들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거나 하는 바보가 되지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현지인들이 한국사람에 대해 좀 알고있는듯 했습니다. 성미 급하고 참을성 없고, 체면 땜에 작은 돈에 대해 무신경하려는 것, 돈으로 해결하려는 성향 등등. 돈에 민감한 싱가폴 사람과 체면에 민감한 한국 사람, 나중엔 둘이 좀 섞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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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으로 해서 배운 것 (Learning point)
>1. 아래 이삿짐회사는 쳐다보지도 말자.
> Citimap, 전화6754-2555 --> 이번 문제의 이삿짐회사
> Good House Mover --> 위 회사를 소개한 곳. 이 회사 서비스는 모르겠지만, 만약 딴 곳을 소개해준다면, No.
>2. 모든 것은 서류상으로. 아님 지금의 웃음띤 얼굴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3. 돈은 마지막에 넘겨라. 먼저 계산부터하고 나중에 다시 어떻게하자는 말은 안하겠다는 말과 같다. 어떤 이유로건 내가 꼭 쥐고 있어라.
>4. 주위에 도움을 청하라. 싱가폴 사람들은 남의 일에 훈수두는 것만은 즐긴다. 하지만 좋은 자료다.
>5. 사정 얘기 하면 딱하게 여겨 봐주지 않을까? 꿈깨라. 내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상대방은 더욱더 강하게 나올뿐이다.
>6. 상대방이 딱해보여도 일단 싸움은 이겨라. 이긴 후 베풀면 감사하겠지..
>7. 이상하게도 한국사람이 봉 취급받는다. 그래서 어느나라에서 왔느냐 물어보면 대답하되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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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한달이 더 지난 옛날 얘기이다보니, 그 순간순간의 욱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그냥 스토리만 머리속에 남았네요. 그 땐 싱가폴 전체를 싸잡아 욕하기도 했고 그네들 전체 교양 수준이라던지 민족성을 덜먹이며 분개했더랬습니다. 근데 이렇게 적고나니 별게 없네요. 단지 내가 부주의해서 발생한 것일뿐.. 그래서 그냥 내 반성문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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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좋은 경험 올려주어서 감사합니다. 간접체험이죠. 세상일 다 겪어서 알려고 든다면 목숨이 두 개라도 모자를 거에요. 많이 배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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