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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들이 싱가포르 추억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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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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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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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굣길에서 마주친 손녀와 손자의 익살스런 표정
지난해 연말이었다. 둘째 며느리가 아이들이 추억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한단다. 그들이 조기유학을 다녀왔던 싱가포르에 가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꼭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가야한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했다. 순간 눈물 나도록 감격했고 고마웠지만 사양했다. 두 늙은이가 합류할 경우 그 비용이 얼마냐는 이해타산이 앞서기도 했지만 장손으로서 설 차례도 문제였다. 고사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여태껏 간직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가슴을 채우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깨져버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해마다 봇물처럼 불어난다는 관광적자다. 차라리 아직도 못다 본 우리나라의 명소들이나 여생을 통해 모두 가보고 싶어서다. 제법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결론은 늘 우리나라만큼 좋은 데가 그리 흔치 않더라는 것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그 이후 며느리와 손녀 손자는 함께 다녀오자며 여러 번 졸라댔다. 녀석들로서는 그럴 것이다. 불과 아홉 살과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외국 유학을 가겠다고 했고 아이들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 없는 아비와 어미였기에 예사로운 곳이 아니다. 1년 동안 한국인 하숙집과 홈스테이로 전전했지만 결국은 우리 늙은 내외가 뒷바라지 했던 3년간의 싱가포르 유학생활이다. 그야말로 낯설고 물 설은 타국 땅에서 혈육의 정이 얼마나 끈끈한지를 몸소 겪었던 아이들이니 어찌 그 때 그 모습이 애틋하게 다가오며 그립지 않겠는가?
아들과 며느리가 설 차례를 비켜나면서 이른바 추억여행을 갈 수밖에 없었던 그 나름의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 아비 어미의 시간이 그믐날부터 2일까지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손녀의 경우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교환학생으로 1년간 다녀온 데다 엄마와의 미국여행도 가졌지만 손자는 그러지 못했다. 그 손자가 올해 기숙사 생활로 가족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타지의 자율고에 합격했기 때문에 앞으로 마음대로 여행도 할 수 없다는 여건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손녀가 미국에서 1년간 수학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장학금을 받으며 전교 1등을 누릴 수 있게 된 기반도 싱가포르 유학의 힘이었고, 손자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율고에 합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영어실력이 뒷받침된 중학교의 우수한 성적이었다. 누나와의 학업경쟁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 나머지 동생도 뒤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 또한 싱가포르를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에 있어서는 값진 성장통을 앓았던 곳이었기에 어찌 그리운 곳이 아닐 수 있겠는가?
손자가 어젯밤(29일) 한 달간 가졌던 자율고 기숙사에서 나오자마자 전화가 왔다. 3년간 함께 공부하며 생활할 친구들과 마음을 열수 있어 좋았고 친구를 위해 가장 먼저 일어나 세탁도 도맡아 해 줄 수 있었다는데 보람을 느꼈다는 이야기였다. 얼마나 착한 마음씬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득함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땀이 저절로 쭈르르 흐르는 상하의 나라 싱가포르, 별을 보면서 손주들과 버스 승강장으로 나갔던 싱가포르, 서툰 말과 몸짓으로 쇼핑가를 누볐던 싱가포르, 손주들의 통역으로 흐뭇했던 싱가포르, 한인회 주최의 사진촬영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노장층 단축 마라톤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던 싱가포르, 하지만 아내의 고통사고로 기러기 할아비가 되었고 그것으로 ‘한국촌’의 단골 논객이 되었던 싱가포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싱가포르의 추억은 나에게 있어 영원한 동반자다.
하숙집이 그립고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로 맺어졌던 팬들과의 만남도 한없이 그립다. 팬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던 ‘피닉스’도, 다카시마이야에서 곰탕을 사주던 ‘로사리아’도 보고 싶다. 한인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한누리의 편집방향을 논의하고 ‘몸살림운동’을 한인회 차원으로 이끌었던 그 순간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중심이다. 2009년 11월 싱가포르는 떠나오던 날 창이공항까지 배웅 나왔던 피닉스와 로사리아의 가슴 따뜻한 인연은 영영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가 더 간절히 다가갔을 것을...,
오늘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싱가포르의 동포애가 있어서 그렇고 내 사랑하는 착한 손주들이 건강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조기유학과 삶의 둥지를 틀고 있는 내 조국의 교민들이 그곳에 존재하기에 그렇다. 내일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6시간 내에 날아갈 수 있는 곳이기에 또한 그렇지 않은가. 어쩌면 행여나 찾아올지도 모를 아내와의 싱가포르 추억여행의 그 날을 위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팬들과 만났던 부기스의 한국 레스토랑 ‘창’, 꼬박 2년을 살았던 베독의 콘도와 아파트, 손주들의 등하굣길을 배웅하고 마중 나가며 보람을 느꼈던 그 날이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곳엔 분명 나의 체취가 살아 잇을 것인데...,
PS : 손주들이 다녀오면 이와 관련해 글을 올리려합니다.
댓글목록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글을 올려놓고 보니 또 걱정이 생기네요. 혹여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꾼 노인네로 여겨지지나 않을까 봐서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싱가포르 체류 후일담을 들려드리고 싶었고 조기유학이 학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실례를 알려주기 싶었을 뿐입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복 많이 받는 즐거운 설되시기를 빌어마지않습니다.
janie님의 댓글
janie (hjy9232)
아 ~ 손주들의 밝게 웃는 사진을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타국에서 얼마나 뒷바라지를 잘 하셨을지 상상이 가네요~~~
지금도 훌륭하게 잘 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실거 같아요~
저도 이 글을 읽으며
아직은 얼마 되지 않은 싱가폴 생활이지만 여기에서의 인연들 소중히 생각하며 잘 지내야 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아이들 교육하면서 중국어 공부에 영어공부에 또 한글 잊지 않도록~ 하기위해 요즘 너무 많이 힘든데~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후에 많이 도움이 되리라 위안을 얻게 되네요~ ^^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janie님, 새해 복 듬뿍 받으셨지요. 아이들이 어늘 밤 싱가포르의 추억 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답니다.
돌아오면 이야기꽃을 피우리라 상상 됩니다.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는 터라 다음 주쯤이 되겠지요.
말씀주신 대로 정말 뿌듯합니다. 저들 부모가 공부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들이 모두 알아서 하니까 더욱 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웃과 좋은 인연을 맺으며 열심히 사노라면 바라는바 술술 잘 풀리리라 여겨집니다.
저희 손주들도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고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조기 유학을 싱가포르로 정했던 것도 두 외국어를 동시에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고요.
자식을 바르게 키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특히 외국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그것이 부모의 자식 사랑이니 어쩝니까? 풍부한 감성과 자상하고 인자로운 마음씨가 눈에 환히 비칩니다. 누구보다 훌륭한 엄마가 되고 기대에 크게 보답하는 아이들이 되리라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janie님의 댓글
janie (hjy9232)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설명절 잘 보내셨지요? ^^
명절은 북적북적하고 음식장만도 해 서로 나누며 집안 어른들께 세배도 드리고 해야하는데요
올해로 두번째 싱가폴에서 맞는 설인데 저희 가족끼리만 타국에서 보내는 명절이 아직 적응되지 않고
적적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다음주면 손주들의 싱가폴 이야기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리라 생각되네요
선생님의 답글을 읽고 많은 힘을 얻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