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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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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을 캐려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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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1. 3,785
    2. 1
    3. 2
    4.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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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_가슴보다_더_뜨거운_영산홍이여....jpg



지난 세월이 그토록 아름다운 줄은 예전엔 정말 몰랐었다. 오늘 하루가 이토록 소중한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좀 더 치열하게 살 것을, 보다 더 많은 것을 섭렵할 것을, 더 넓은 세상에서 아파볼 것을..., 싱가포르의 추억이 너무도 소중한 것도 이래서다. 2년 동안 아주 많은 것을 안겨주고 가르쳐 준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비록 서울의 면적 크기에 불과하고 450만 부산 인구 정도의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그곳엔 질서와 평화가 있었다. 우리와 판이한 환경은 물론이고 다문화가 공존한다는 것도 나에겐 낯선 광경이었다. 무엇보다 2만여 우리 교민이 둥지를 틀고 당당히 산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코리안’이라는 말이 부끄럽거나 주눅이 들지 않아서다.



나는 이따금씩 나의 추억이 오롯이 피어나는 싱가포르 한인회 홈페이지를 자주 열어본다. 싱가포르에 가자마자 Botanic Gardens에서 맞게 된 교민들과의 만남, Fort Canning Park에서 개최된 “2009 한인가족 한마당” 행사에서 거머쥔 대상 수상, Serangoon Stadium에서 열린 “한인 연합체육대회” 장년 마라톤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 또한 나의 자랑거리이자 값진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싱가포르의 대표적 광관지 Sentosa와 거대한 merlion상의 배경으로 찍어댄 수백 장의 사진과 동영상, 무비자 체류기간 3개월을 갱신할 수 있는 편법 수단으로 활용했던 말레시아 조호바루 나들이에서 벌어진 웃지못할 해프닝도 지금은 너무도 소중한 추억이다. 그동안 손쉬운 택시를 이용해 드나들다가 구경삼아 열차를 이용하자던 어느 날이다. 열차의 중간을 때내 쿠알라룸푸르에 간다는 안내방송을 지나치는 바람에 몇 정거장이나 갔다가 되돌아 온 이야기는 지금도 배꼼을 빼게 한다. 이래저래 이국의 정취를 만끽하며 일흔의 인생을 곱씹었던 상하의 나라 싱가포르다. 그곳을 오는 8월에 간다. 추억을 자근자근 씹으려 갈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에 눈뜬 손녀가 미국에서 돌아오는 그 때 우리 가족은 똥강아지(손주 애칭)들의 체취가 곳곳에 베여있는 추억 캐기에 나설 것이다. 주인공인 손녀는 지난해부터 미국 미시간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중이다. 중학교 2학년인데도 고등학교 학생실력을 인정받아 크리스천고교에 들어갔다. 토론대회에 나갈 정도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조기유학에서 얻은 수확이다. 그래서일까 손주들은 여태까지 싱가포르의 친구들과 인연의 끈을 잇고 있다. 초등학교 유학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는지 올해 들어 부쩍 싱가포르를 다녀오자며 졸랐다. 나 역시 어언 2년의 세월이 흘러가버린 이즘 싱가포르가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어쩌면 아직도 내 온기가 서려있을지도 모를 Bedok Reservoir Rd를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특히 그곳엔 내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비운의 거리기에 더더욱 잊을 수가 없다. 아내 역시 이른 아침이면 손주들을 배웅하고 4킬로미터를 걷던 그곳 저수지의 추억이 가슴을 흔드는 모양이다. 이름 모를 열대림이 우거진 그곳에서 내 나라 동포를 만났고 싱가포르를 익혔기에 그럴 것이다. 싱가포르의 쇼핑센터 Orchard Rd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의 거리다. 럭키플라자에서 50~60%씩 가격후리치기로 배꼽을 잡고 웃었던 그곳 또한 꼭 다시 찾고 싶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창이국제공항이야말로 가장 많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잉태한 곳이다. 들어갈 때도 떠나올 때도 그곳엔 늘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었다. 이별의 아픔도 만남의 기쁨도 오로지 그곳에서 피어나고 사그라지기를 반복하지 않았던가. 그 어찌 예사롭게 지나칠 곳이겠는가.

아직도 눈에 선한 것은 누나가 1년 먼저 귀국길에 올랐을 때 손자 녀석이 보여준 창이공항에서의 이별 추억이다. 애써 울음을 찾고 눈물을 삼키던 그 때의 아픈 모습을 떠올리노라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8월이 오면 그 때의 눈물을 말끔히 닦아내리라.



PS : 이 글은 한인회가 매월 발간하는 ‘한누리’ 110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내 노트북 ‘즐겨찾기’에 걸려있는 ‘한국촌’에서 때때로 싱가포르의 추억을 낚고 있답니 다. 오늘 들렸더니 글방에 불이 꺼져있네요. 어쭙잖지만 마중글로 삼고자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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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go2lse님의 댓글

go2lse (paik1220)

반가워요. 오신다니...
손녀분이 잘 해내고 있어 더욱 반갑고 한국 꽃사진도 고맙습니다.
영산홍이랑 진달래,철쭉이 늘 헷갈리네요.
글 잘 읽었구요.
오시면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go21se님, 닉네임이 바꿔졌군요. 몰라볼번했어요. 한국촌을 통해 댓글을 주고받은 지도 어언 2년이 넘었군요. 참 세월이 빠릅니다.
지난 2010년4월2일, 싱가포르의 까다로운 비자발급으로 많이 속상해 하셨지요. 그래도 버리지 못하는 싱가포르.
세상사 다 그런거지요. 싱가포르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지나간 발자국을 발아보고 싶어서요. 왠지 그러고 싶네요.
나이들면 외려 어린애가 된다고 하였던가...,
뵙고 차 한 잔 나누기를 기대합니다. 건강과 행복의 꽃 활짝 피우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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