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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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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가 (jp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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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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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서 결혼해서 처음 장만한 집은 둘이 쓰기에는 너무 컸다.  HDB 4A였지만 아무튼 무지 커보였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진 이 자산으로 무엇을 할까?
태어날때 손에 주산을 쥐고 나온다고 할 정도로 경제감각이 탁월하다는 중국인 나라에서  배운것대로 체면은 순간이고 이익은 영원하다는 무진장 지고한 논리아래  텅텅 빈 방 하나를 세놓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싱가폴 경기가 잘나갈때라서  그냥  방하나에 적어도 달마다 4백불이나 되는 공돈을 챙길수 있다는 것에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것 마냥  감격했지만 문제는 누구에게 세를 주느냐?  다른말로는 누구와 같이 살거냐?  라는 실질적인 문제는 쉽지가 않았다.

난 별로 상관없이  아무랑 살아도 될것 같은데 신랑은 요구조건이 무지 많았다.
1. 인종이 너무 틀려도 안되고 - 인종 틀린 마누라랑 사는 남자가 눈섭도 하나 흔들림이 없이 이런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2. 남자는 15세 이하나 65세이상만 가능 -  이게 다 지눈에 무진장 색시한 마누라 둔덕이 아니겠수.
3. 여자는 자격제한 없음 - 아이구, 어리고 예쁜 여자면 더 좋겠지???  

내가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광고 및 인터부를 내가 담당키로 했지만 속셈은 예쁘고 매력있는 여자애들은 미리 탈락 시킬려고 하는 잔머리와 에이전 없이 내가 직접 신문에 광고를 내면 소개비 20%는 절약할 수 있다는 흐뭇한 계산과  함께.

하지만 광고후 쏟아져 들어오는 전화 응대에 잔머리는 커녕 온몸으로 상황대처에 들어가야 했다.
우선,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왜 내가 전화번호를 신문에 냈을고,  후회가 막급하게 밤, 새벽, 낮없이 전화가 왔다.  밤에는 밤에 걸맞는 색시한 목소리와  그에 상응하는  껄쭉한 내용으로, 새벽에는 귀신 휘나리까먹는 헷소리로,  낮에는 대낮에도 정신을 못차리는 어떤 미친년놈에게서.(절대 요 년놈은 딴말로 대체할수 없다. 요렇게 밖에 불러질수 밖에 없는 인종이 따로 있다)  신문에 낸 광고료 때문에 안받을수도 없었다. 혹시 아나? 내가 안받은 저 전화들 중에 알짜가 들어 있을지....
욕도 각종 영어 욕, 중국 표준말 욕, 말레이 욕 하다 목해 중국방언 각각의 욕을 정말 배부르게 먹었구.  일주일만에 바른 언어생활은 아니지만 현지언어의 바닥을 아주 완전정복을 했다.  나중에는 배운것을 바탕으로 나도 전화에다 대고 푸지게 응대을 했는데 조금도 막힘이 없었으니까.  학습치고는 정말  완전학습 이였다. - 그래, 언어는 그렇게 배워야 겠더라구요, 열받아서.

정말 신물나게 색스에 관한 재미도 감각도 없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더럽고 변태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그 값어치 없이 지저분하기만 한 전화통화들을 옮겨서 이 지면과 읽는 분과 아니 키판을 치는 내 손가락을 같이 모욕할수 는 없어서 그냥 지나가지만 어떨땐 한밤에 전화소리에 깨서 그 밤잠없는 어느 불쌍한  변태놈의 타령을 듣고 있노라면 단돈 4백달러를 위해 그 시간에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내가 너무 서러웠다.   한참을 말 없이 전화를 쥐고 있다가 돌아와서 조용히 침대에 누워 엎드려 버린 내게 신랑이 손으로 머리를 토닥거렸다.  말없는 몸짓으로 아마 " 괜찮아, 괜찮아"  뭐 그런 뜻 아니였을까

암튼.  싱가폴에 인구는 작아도 정신이상자는 정말 많고  다들 바쁜 것 같은데 할일없는 사람들이 정말 차고 넘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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