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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쿼시동호회
-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라면서...(퍼온글 +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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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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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6-08
본문
♬ Evergreen(Susan Jacks)
~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늘 저는 W.B 예이츠의 싯구절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일랜드인입니다. 오세요, 저와함께 아일랜드에서 춤을 춥시다." 아일랜드의 전임 대통령 메리 로빈슨 취임사의 한구절입니다. 일요일 저녁 무심코 TV채널을 돌리다, 그녀의 이 한마디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이 얼마나 멋진 프로포즈입니까?
I am of Ireland,
And the Holy Land of Ireland,
And time runs on, cried she.
Come... dance with me in Ireland.
I am of Ireland - W.B. Yeats
최초의 아일랜드 여성대통령, 영국을 방문한 최초의 아일랜드 대통령, 소말리아를 방문한 세계 최초의 국가원수인 메리 로빈슨, 그녀의 재임기간 동안 아일랜드 경제는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작년 아일랜드의 국민소득은 영국을 앞질렀습니다. 이 멋진 취임사를 남긴 아일랜드 대통령이 깜장구두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바로 대통령 집무실 창문에 매달아둔 이민자의 등불입니다. 질병으로, 기아로 인구 1/3이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땅을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위한 마음의 등불이라 합니다. 고국 아일랜드는 매순간 너를 기억하고 있단다, 라고 집떠난 자식들에게 어머니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대국, 지배국의 반쪽짜리 세계사를 배운 깜장구두는 아일랜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 <파 앤드 어웨이>에서 지주의 횡포에 못이겨 고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 청년(톰 크루즈)을 통해 아일랜드의 슬픈 이민사를 잠시 엿보았을 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대여배우가 니콜키드먼이었군요. ^^;;;) 복거일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에서 보여지는 아이리쉬인들은 참으로 강건한 민족입니다. 영국의 식민지로 200년이 지나면서 자민족의 말을 잃었지만 아직도 글만은 자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부끄럽기 그지 없는 짧은 지식이지만, 메리 로빈슨이 인용한 예이츠의 싯구(나는 아일랜드 사람입니다)의 힘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보궐선거로 이 나라의 정치가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좀 어설프다 싶었던 메추와의 협상결렬에 깜장구두의 자존심은 급기야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국민의 혈세 수십억을 써가며 돈만 밝히는 남의 나라 감독을 데려다가 1등을 한들 2002년 4강의 기쁨을 되찾으리라 착각하는 축구협회의 단세포적 사고는 귀엽다고 해야할지, 가상타고 해야할지요? 2006년 월드컵에서 16강에 못들면 어떻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마음의 중심이며, 구심입니다. 어두운 미래를 견디고 이겨나갈 마음의 등불입니다.
메리 로빈슨의 취임사를 다시 떠올리면서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며칠 뒤 TV뉴스에서 한 남자가 나옵니다. 그는 국무총리여도 좋겠고, 차기 국가대표축구단을 이끌 감독이어도 좋겠습니다. 어수룩한 차림에도 눈빛만은 맑은 한 남자가 연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백범 김구 선생의 소원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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