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연구진은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영향을 미치는 예측 불가능한 "블랙 스완" 사건을 고려하여 싱가포르 해당 지역의 해수면 상승 예측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이는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저지대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빙상(ice sheet)의 돌이킬 수 없는 붕괴와 같은 현상이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까지 싱가포르의 해수면 상승 예측치는 2100년까지 최대 1.15m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난양기술대학교(NTU)의 한 연구에서 극단적인 사건을 고려할 경우,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이 기존 예측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2024년 12월에 발표된 해당 연구는 전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 예측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극단적인 사건을 고려할 경우 평균 해수면이 기존 예측보다 최대 90cm 더 상승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기상청(Meteorological Service Singapore, MSS) 산하 기후 연구센터(Centre for Climate Research Singapore, CCRS)는 NTU와 협력하여 싱가포르 및 주변 지역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의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균일하지 않습니다. 해류 순환 및 국지적인 지반 이동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지역별로 상승률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 가장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을 제공하려면 지역화된 분석이 필요합니다.

 

현재 지구에는 두 개의 주요 빙상이 존재하며, 하나는 남극(Antarctica), 다른 하나는 그린란드(Greenland)에 있습니다. 만약 두 빙상이 완전히 녹을 경우, 해수면은 최대 65m까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의 붕괴 가능성이 극단적인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로 꼽힙니다. 해당 지역의 빙하와 빙붕(ice shelf)은 점점 더 따뜻해지는 바다 위에 불안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해수의 지속적인 침식으로 인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빙상의 대규모 붕괴가 발생할 경우, 대량의 얼음이 바다로 유입되어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며 수세기 동안 전 세계 해수면을 수 미터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단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 됩니다.

 

유엔(UN) 기후 과학 기구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전에 전 세계 해수면이 2100년까지 0.63m에서 1.01m 상승할 가능성이 66%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확률은 통계 분석을 통해 도출되었습니다.

 

싱가포르의 해수면 상승 예측치는 IPCC의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여 작성되었으며, 지반의 침강 또는 융기 여부와 같은 지역적 요소도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었습니다.

 

그러나 빙상 붕괴와 같은 저확률·고위험 사건은 높은 불확실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IPCC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실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확률을 할당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를 "신뢰도가 낮은(low-confidence) 예측"으로 분류하였습니다.

 

한편, NTU 연구진은 다른 예측 방법을 적용하여 기존의 해수면 상승 예측 모델과 빙상 과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결합하는 '융합(fusion)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연구는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연구진과 협력하여 수행되었으며, 높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2100년까지 예상되는 전 세계 해수면 상승 범위를 0.5m에서 최대 1.9m로 조정하였습니다. 이는 기존 IPCC 예측보다 최대 90cm 높은 값입니다.

 

이번 연구는 NTU 물리·수학 과학대학(Physical and Mathematical Sciences)의 벤자민 그란디(Benjamin Grandey) 박사가 주도하였으며, CCRS의 국가 해수면 프로그램(National Sea Level Programme)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CCRS는 NTU와 협력하여 '융합 방법'을 활용한 고위험 해수면 상승 예측을 싱가포르 및 주변 지역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그란디 박사는 "우리 연구의 새로운 기여점은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최악의 상황을 수치화한 고위험 예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싱가포르의 공항과 항만과 같은 장기적 인프라 계획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안 지역에 위치한 창이 공항 터미널 5(Changi Airport Terminal 5) 및 투아스 항(Tuas Port)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북극과 남극에서 발생하는 변화는 단순히 해당 지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극지방에서 빙상이 녹을 경우, 해양 질량이 증가하면서 강한 중력으로 인해 적도 지역으로 더 많은 해수가 이동하게 됩니다. 이는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CCRS의 응 박사는 설명하였습니다.

 

그란디 박사와 연구팀의 융합 방법은 현재 싱가포르의 해수면 상승 예측뿐만 아니라 IPCC의 지역별 예측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한편, 2025년 예산안(Budget 2025)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해안 및 홍수 보호 기금(Coastal and Flood Protection Fund)’에 50억 싱가포르달러(약 4.9조 원)를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싱가포르 국가수자원청(PUB) 해안 보호 부서장 헤이즐 쿠(Hazel Khoo) 박사는 "해수면 상승은 점진적이며 동적인 과정이므로 지속적인 적응이 필요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NTU와 CCRS의 공동 연구에 대해 "기후 과학이 발전하고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해수면 상승 예측은 계속 진화하고 정교화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PUB는 현재 2m의 평균 해수면 상승을 가정한 해안 보호 조치를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기후 과학의 발전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