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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어느 며느리의 글
- 비보 (piangca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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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0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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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어느 며느리가 시어머님 돌아가신 후에 쓴 글이라 합니다.
>처음엔 흑흑, 나중엔 거의 꺼이꺼이하면서 읽었습니다.
>돌아가신 시어머님도, 그 며느리도 너무 예쁜 맘이라 한 번들 읽어 보시라고 올립니다.
>
>------------------------------------------------------------------------------
>
>※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
>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 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
>저 시집오고 5 년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
>저혼자 4 년간 똥오줌 받아내고,잘 씻지도 못하고,
>
>딸내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
>4 년간 남편품에 단 한번도 잠들지 못했고,
>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누실땐
>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
>안힘들다고, 평생 이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수
>
>있었던 이유는
>
>정신이 멀쩡하셨던 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
>제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 이를
>
>본적이 없습니다.
>
>알콜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때 집나가서 소식없는 엄마..
>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
>그밑에서 매일 맞고..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줄
>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만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
>어디 나라에서는 남의집 귀한딸 데리고 올때 소팔고 집팔아
>
>지참금 주고 데려 온다는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
>그돈으로 하고싶은 혼수, 사고싶은거 사서 시집오라
>
>하셨던 어머님...
>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
>신랑이 독립해 살고있던 아파트 일부러 처분하고
>
>어머님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습니다.
>
>신랑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
>50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내시는걸 본적이
>
>없다 하시네요.
>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
>하시던 어머님...
>
>단거 몸에 안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있는 제 등짝을
>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
>셋다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
>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
>시어머니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
>처음부터 니가 내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
>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잊어라...하시던 어머님...
>
>명절이나 손님 맞을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하시곤
>
>소리 안나게 살금 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
>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 아이가 되신 어머님...
>
>어느날 저에게 "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
>그래서 저 웃으면서
>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 딸이지요~
>
>할머니는 딸 있어요~?"했더니 "있지~~
>
>
>
>
>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
>이분 마음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
>막내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
>저에게...
>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
>정신 있으실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분을 진짜 엄마로
>
>여기고 대했는지...
>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
>해드리진 못했는지..
>
>형편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비치던 형님..
>
>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소근 귓속말로
>
>"아침에~ 옆에 할매 가고 침대밑에 있드라~
>
>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
>
>(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 인사하고
>
>집에 들어갔는데...
>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으시곤
>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거였어요.
>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
>게으름을 피웠네요...
>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슬퍼하시게
>
>우리 우애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 째입니다..
>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사탕을 사들고 오시던
>
>까만 비닐봉지.
>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배게 밑에 넣어두고..
>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건
>
>너무 큰 욕심이겠죠...
>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곳으로 가시길..
>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
>살으시길 기도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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