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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조기유학 광풍] <2> 한국학생들이 점령한 국제학교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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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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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국제학교 30% 차지 포화 상태
대입자격 없는 사립학교 선택 불이익 감수도
"대기번호 100번 넘어"… 무작정 왔다간 낭패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한 영어학원에서 국제학교 SIS(Sayfol International School)에 다니는 8학년 여학생 3명을 만났다. 한국 학년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3명이 조를 이뤄 그룹 과외를 받고 있었다.
모두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공부했다. 말레이시아로 건너온 지는 각각 7개월, 1년3개월, 1년6개월, 출신 지역도 광주 부산 수원으로 서로 달랐다. 홈스테이 어머니 언니 등 현지 보호자도 차이가 있었다.
이들은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30명이 한 반인 학급에서 20명이 한국 학생들이다. 한국 학생들이 몰리면서 이 학교는 재학생이 2,000명까지 늘었고, 현재 이 가운데 45% 정도가 한국 학생들로 채워졌다.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한 반에 절반 이상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는 한국 학생들이 넘친다. 한국 학교 인지, 외국 학교 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현지 교육 전문가들은 "30여 개 국제학교 재학생 1만4,000여명 중 4,000명 이상이 한국 학생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10명 중 3명은 한국 학생이란 뜻이다. 외국인 중 단연 으뜸이다. 학비가 비싸건 싸건, 학제가 미국계든 영국계든 한국 학생들은 늘 메이저 그룹에 속해 있다. 국제학교 수업료는 1년에 200만~1,700만원 정도 되지만 학비에 상관없이 한국 학생 비율이 이미 임계치에 도달했다.
따라서 무작정 건너 왔다간 자녀 입학도 못 시키고 낭패를 보는 일도 있다. 실제로 SIS의 경우 이번 학기에는 초중고 모두 자리가 없다는게 학교측 설명이다. 교민들은 그러나 "조만간 쿠알라룸푸르와 푸트라자야 등에 생길 신생 국제학교도 한국 학생들로 채워질 것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필리핀 국제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 학생들이 몰리자 들어갈 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필리핀 내 명문 국제학교로 통하는 ISM(International School Manila)과 브렌트(Brent)는 우리나라와 같은 12학년 시스템인데다 졸업 후 외국대학 진학이 용이하다고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다.
1년 학비가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필리핀의 다른 사립학교보다 몇 배나 비싸지만, 이미 30% 가까이 한국 학생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도 한국 학생들의 대기행렬은 끝이 없다. 입학을 알선해 주는 현지 한 유학원 관계자는 "대기번호가 100번이 넘어 언제 입학할 지 기약 없다. 더구나 순수 유학생보다는 상사원과 주재원 자녀에 입학 우선 순위가 있다"고 귀띔했다.
명문 국제학교에 자리가 없자 한국인들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사립학교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필리핀 사립학교는 대부분 중학교 과정이 없는 10학년이나 11학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졸업 후 우리나라 대학에 바로 입학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필리핀 상류층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알라방 빌리지 내 사립학교인 라살(La Salle)이나 우드로즈(Woodrose) 같은 학교는 이미 한국 학생들이 꽉 차 입학이 쉽지 않다.
한국학생 입학이 비교적 쉬운 것으로 알려진 필리핀 사립학교 사우스빌(Southville)의 레미 라게라 입학담당관은 "3년 새 한국 학생들이 3배 정도 늘면서 이제는 정원의 20% 가까이 된다"며 "특히 ESL 과정 대부분은 한국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ESL은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과는 별도로 영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입학한 지 얼마 안돼 영어에 서투른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 학교 ESL 과정에 다니는 4학년 김모(11)양은 "교실이 전부 한국 학생이다 보니 한국말로 잡담해도 교사가 통제를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의 필리핀 행렬이 멈추지 않자 최근엔 필리핀 내 이름 없는 사립학교나 한국인이 현지에서 세운 학교까지 한국 학생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입학할 여유가 있는 학교는 학생 유치에 더욱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태국은 방콕에만 국제학교가 70개나 있지만 한국 학생 비율은 2~10% 정도로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방콕 시내에서 만난 미국계 국제학교 트리니티(Trinity)의 뷔롯 시리와타나카몰 이사장은 "우리학교는 방콕 시내 중심에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 커리큘럼과 같다"며 "졸업하면 세계 어느 대학이나 입학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는 현재 9% 수준인 한국 학생 비율이 계속 늘고 있어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방과후 무료 영어강좌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리와타나카몰 이사장은 "외국인 중에 한국인이 가장 많지만 현재 6대 4 수준인 태국인 대 외국인 비율이 5대 5가 될 때까지 계속 받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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