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3
- 기러기 小考
페이지 정보
- 서생 (h12k13)
-
- 3,121
- 0
- 0
- 2008-10-10
본문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부를 두고 왜 “기러기”라는 대명사가 붙었는지?
사전에서는
“기러기는 짝을 잃고 홀로 되면 다른 배우자를 다시 찾지 않는 철새...
갓 부화된 새끼는 첫 여름만 보살핌을 받고 그 뒤에는 둥지를 떠나 스스로 살아가게 한다”
이다.
그렇다면 신조어 “기러기 엄마, 아빠”는 적절한 비유어가 아니다.
기러기는 새끼 때문에 헤어져 살지 않는다.
새끼도 날 때 쯤 스스로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러기는 새끼 때문에 인위적인 이별도 하지 않고 새끼를 끝까지 거두지도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턱도 없는 기러기인가?
아마도 금실 좋은 부부 이별의 애틋함을 역설로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름이야 어떻든
한참 좋은 시절에 부부가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인생은 유한하며 한 번 지나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보장 받은 것도 아닌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 금전적 고초는 차치하고서라도 부부의 시간까지 담보해야 하는가?
인생의 여정이 제아무리 길다 해도 일일이여삼추라면 비록 그 기간이 1~2년이라도 10년 20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회의를 느꼈음 직 하다.
또 하나
어느 나라 엄마 아빠가 우리들처럼 애절한 “기러기 望夫歌”(?)를 부르고 있을까?
아빠랑 멀리 떨어져 있는 어린 자녀들은 과연 마음 편하고 행복할까?
행여 어른들의 이기심이 자녀의 정서마저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결론은 “아니다”인데...
그럼에도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얻기 위해서란 말인가?
기러기 엄마 아빠의 애환은 이미 일상화 되어 있다.
중도 포기는 절대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막연한 패배의식이 기러기의 사슬을 끊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조기영어유학이라는 무지개가 오늘도 부부의 어깨를 짓누른다.
가정이란 둥지를 박차고 떠난 우리네 기러기의 슬픈 연가를 들으며 날밤을 샌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