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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생활-1년4개월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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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빈 (yeski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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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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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산다는 낯설음도 넘쳐나는 호기심으로 누르고 지내 온 1년 4개월입니다.
한국촌이 싱가폴로의 출입문이 되어주어, 에어콘 청소업체도 알게되었고, 물이 새는 수도,고쳐주는 아저씨 연락처도 알게 되었고, 아이들이 안에서 문을 잠그고 닫아버려 문 열어주는 아저씨도 다녀갔네요. 다들 한 번씩은 겪는 일이더군요.
인터넷과함께 설치한 집전화는 고장이 나서 몇개월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스타허브에 문의하고 나면 선로에 이상없음이란 글과 어김없이 추가되는 비용... 짧은 영어에 이것도 양보하고 맙니다. 연극에선 이런걸 아마 "독백이라고 하지요. 전화기에도 이상없음~궁시렁 궁시렁~~^ ^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중에 어느것 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크게든 작게든 한번씩은 경험하게 된다고 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을 나이 마흔에 되뇌이게 됩니다. 싱생활도 마찬가지이네요. 처음에는 먼저 오신 분들이 정보를 너무 안주신다고 속상해 했는데 이제 저도 쪼~금 살아보니 안주는게 아니고 못주는거란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촌이란 곳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요. 좋은 정보도 얻고 나쁜 정보도 알게되고, 그러면 안되지만, 다른 이의 상처를 나의 약으로 삼아 ~아, 나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니구나~하며 위로해 볼수도 있으니깐요.
저 개인적으로는, 남편과 떨어져지내는 시간을 그 동안 미뤄두었던 책도 많이 읽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지만, 그래도 살포시 기웃거리는 아쉬움자락들이 있네요.
그래도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우리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꿈 꿀 수 있어, 충분한 보상으로 여깁니다.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꿋꿋이 견디어 내서, 이제는 자기 자리를 찾아서 말뚝까지 박은 개척자같다고 할까요! -엄마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세요. 엄마가 되면 뻥~이 과해진답니다.^ ^
입싱때부터 집 주변의 도서관에서 해주는 스토리텔링을 일주일에 세번씩 들으면서 영어 투션을 대신했고, 금요일마다 가는 천문대도 벌써 1년이네요. 웬만한 별들은 다 봤네요. 그리고 이주일에 한 번씩 가는 사이언스도 일년 회원권을 갱신했네요. 매일 꾸준히하는 아이들의 공부 습관이 저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 주는군요.
2년을 낮춘 2학년인 큰 머슴애는 미래의 꿈이 축구 선수랍니다. 그래서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집 옆에있는 스타디움을 세바퀴돌고, 두유를 사서, 콘도의 수영장에서 수영을하고 집으로 온답니다. 힘든 일이지만 달콤한 아침 잠과 타협하지 않고 일어나서 나가는 녀석을 보면 살 맛난답니다. 요즈음은 시험결과를 보고 2학기에는 3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해주겠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내년에는 제학년을 찾아가기를 꿈 꿔봅니다.
추가)******큰아이는 2학기에 한 학년을 올라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밥챙겨먹고 설겆이까지하고서 등교하는 모습에 맏형의 의젓함이 뚝뚝 묻어납니다. 등교길은 동생들이 학교까지 배웅하고 동생들 하교길에는 큰애가 마중을 나가네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들끼리 잠시떨어져있는데도 보고싶다하면서 말입니다.
1년을 낯춘 딸아이는 싱가포르에 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을정도로 물 만난 고기입니다. 중국어가 너무 좋아서 커서 싱에서 중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답니다. 꿈대로 되어라~주문을 걸어둡니다.
막내는 현장 영어입니다. 공부보다는 만들기, 책읽기, 게임하기, 장난치기를 더 좋아해서 큰 기대 안했는데, 얼마전 작문한 걸보고 잠시 놀랐습니다. 내용보다는 노트 5장에 달하는 양을보고서-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한글로는 그렇게 쓸 수없을 듯하여서, 잠시 감정이 교차하더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P1이 유학 시기로 적당한 것 같습니다. 2년을 하고 돌아가도 좋고, 외국생활에 적응하기도 좋은...
그리고 지인의 딸이 여중생입니다. 온 지 9개월째네요.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해서 참 다행스럽습니다. 질풍 노도의 시기, 사춘기도 큰 출혈!없이 지나가는 것 같아서 한시름 놓입니다. 학과에서는 포함되지않지만 중국어를 꼭 배우고자해서 학원은 꾸준히 다니고 있답니다.
올 초에 합류한 P1, 여자아이가 있네요. 부모곁에서 떨어져 많이 힘들텐데, 대견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통 챙기기, 간식통 챙기기, 용돈 기입장 적기, 늦게 시작했는데도, 착실하게 잘 해주네요. 지금은 학교에서 현지인 반친구들의 수학을 가르쳐주기도 한다네요.
ㅎㅎ 대단합니다.
추가)***** 중국어를 특별히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였는데, 오빠가 영어 연수 가있는 캐나다로 가기위해 한국으로 돌아갔답니다. 애교쟁이가 하나 빠지고나니 허전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휴시시간에 자꾸 찾게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저희 가족은 싱가포르에 연착륙하여, 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며든다고 했던가요?
더 많이 부딪혀서인지 싱가포르의 많은 것들이 아이들에게 더 많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저도 싱가포르속의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들을 밑거름 삼아 이제는 싱가포르 속으로 들어가보렵니다. 아이들처럼 많이 부딪혀가면서 말입니다.
제가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 들 한가지씩 품고 있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싱에서는 집값이 떨어졌다는데, 체감하기 어렵고, 갈 수록 올라가는 환율에, 세계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싱 물가에 부쩍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광우보다 더 먼저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에, 유전자 변형 콩에, AI에, 먹을게 없다고 외국으로 나오려는 분들도 많습니다....
자칫, 넋놓고 있다가 일상을 놓쳐버려, 재정비하려면 힘이 듭니다.
아이들에겐 우리가 세상을 보는 거울일겝니다.
고이 고이 접어 두었던 희망이 너무 많은 생각에 덮혀있는건 아닌지요?
오늘은 아이들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 다시 나누어보는건 어떻습니까?
감히 무례를 무릎써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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