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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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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8-2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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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맛깔난 음식을 먹은 듯 정말 배부른 느낌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 온지는 1년이 되었지만,
싱가폴이 자랑하는 Esplanade를 처음 가봤습니다.
우리나라의 예술의 전당과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훨씬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더군요.
음향설계나 건축 설계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예술의 전당과 같이 천정이 높아 사람을 압도시키는 면은 없어도,
콘서트홀 내부는 뭐랄까, 꽉 찬 느낌으로, 따뜻하고 배려깊게 설계한 듯 싶더군요.
윗쪽을 향한 스탠딩 마이크 두대로 충분히 음악을 잘 빨아드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예술의 전당의 콘서트홀은 아주 높은 천정에서 길게 내린 마이크를 볼 때면 늘,
저게 없으면 꼭대기층까지 소리가 들릴것인가가 참으로 궁금했었거든요.
하지만 표가 없으면 콘서트 홀 자체를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
그리고 그 바깥쪽의 공간배려가 너무 작은 것은 불만이었답니다.
콘서트 홀 바깥쪽 로비도 음악회에 온 많은 청중들을 위해 좀더 오픈되어 있고,
음악회의 시작을 기다리면서 지인들과 짧은 담소를 나누거나
약속을 할 수 있는 좀더 오픈된 자리였음 싶더군요.
특히,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내 남편을 위해 파이나 샌드위치 한조각 정도 파는
오픈마인드의 커피숍도 아쉽구요... 그런 면에서
음악회를 좀더 대중에게 끌어내기 위한 배려는 아쉽더군요.
사실, 척박한 싱가포르의 예술 문화를 체험하면서 정명훈씨같은 거장이
찾은 간만의 콘서트가 저에겐 단 샘물과 같았습니다.
사실 정명훈씨가 온다는 소식을 공연 첫날에 들은 관계로
서둘러 표를 구입한 저로서는 당연히 좀 후진 자리를 감수해야 했지요.
(그래도 표가 있는게 어딥니까? 한국같았으면 로얄석 20만원짜리나 겨우 남아있었겠죠,
그나마도 구하면 다행이고...)
남편을 기다리면서 서있는 박스 오피스앞의 삼십여분동안,
싱가폴의 음악회에 볼 수 있었던 두번째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주로 예술의 전당같은 곳에서 음악회 시작전에 로비에 서 있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똑같이 봅니다.
혼자 오는 사람, 그 와중에 암표를 거래하는 사람, 사오십대의 동창끼리 온 아줌마들,
가끔씩 앙드레김아저씨도 보고, 주로 직장인들처럼 수수하지만 일상복처럼 보이는
정장들(혹은 그냥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서둘러 속속 음악회에 입장하곤 하지요.
그중 제일 존경스러운 사람은 노부부입니다. (머리하얀 사람이 혼자오면 괜시리
더 멋져 보입져...^^) 아! 그러고 보니 좀 유명하다 싶은 음악회엔 외국인들이 좌악
들어와서 로얄석으로 자리를 잡는걸 보면 어찌나 속상했던지...
그런데 이곳 싱가폴 음악회는 순간 제가 뭔가 착각했나 싶더군요.
파티복 수준의 아름다운 옷들과 깨끗한 양복을 챙겨입은 대다수의 청중들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간만에 진주세트를 꺼내 귀와 목에, 그리고 손가락에 끼고 갔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쇼울, 스카프등을 어깨에 두르고, 때론 발끝까지 내려오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거나, 허리에 스카프를 매어 몸매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거나...
그리고 아이들에겐 공주처럼 멋진 드레스를 입혀 데리고 왔더군요.
일종의 파티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에선 대다수의 여성들이 평상시에 아름답게
꾸미고 다니고, 또 음악회라고 해서 특별하게 튀는 의상을 입지는 않는데,
(만약 그렇다면 웃길겁니다.) 이곳엔 평상시엔 촌스러움이 용서되도
모처럼의 음악회같은 특별한 "사건"엔 용서가 안되나봐요??? 하여튼 나름대로
그것도 삼삼한 요깃거리였습니다.
Esplanade 자체에서도 음악회라는 것에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 싶더군요.
짙은 회색 정장(그냥 정장이 아닌, 차이나 칼라의 제복)을 입은 남자 도우미들이
티켓을 검사하거나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더군요. 약간 친숙하다기보다는 위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정명훈과 도쿄오케스트라라는 애매한 조합 때문인지 일본말과 한국말을 각각 하고 있는
청중들이 많았고, 개중에는 노랑머리를 한 서양인들도 꽤 되더군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제 뒷자리의 어린 일본인 공주님이 하도 뽀시락 거리는 바람에
한번 뒤돌아서 째려봐줬답니다.
신문에서 정명훈이 바스티유 상임지휘자를 물러섰다는 몇년전 기사를 읽은 후,
일본과 관련된 소식을 읽은건 같은데, 정확히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를 몰랐는데,
그가 도쿄 오케스트라의 "Advisor"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건 이번에 알았군요.
삼성전자에서 만든 리플렛에 따르면 정명훈은 세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일곱살에 서울시향과 협연을 했다고 합니다. (좀 이해가 안될만큼 멍청해집니다.)
"어떻게 일곱살때 협연!!!을 할 수가 있는거지? "
남들은 그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도 힘든데... 쩝... 그가 천재였던지, 그의 어머니가
대단한 치맛바람이었던지, 아니 그 두가지가 모두 가능했어야 될 일이었던 겔껍니다.
전 정명훈이 지휘하는 음악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가 몇년전에 서울에서 "7인의 남자들"이라는 대가들의 공연에서 보여줬던
오만함에 대한 얄미움이 훨씬 컸던게죠.(그땐 피아노를 연주했었거든요.)
몇번에 걸친 커튼콜에 이어 청중들의 두번째 앵콜 요청을 무참하게 무시했던... -_-...
형편은 안되어도 음악회 가기를 좋아했던 제 목적은 소리와 음악보다는
그 분위기에 대한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애호적인 느낌과,
실제 음을 듣는 생생한 느낌이요... 그런데...
이번엔 깜짝 놀랐습니다. 음악회를 다녀오자마자 첫곡으로 선보였던
멘델스존의 같은 곡을 골라 틀어봤습니다. 아직도 그 현악의 아름다운 어우러짐이
귓가에서 웅웅거리는 느낌때문이었죠.
그 순간 저는 CD와 스피커와 오디오 세트를 전부 몽땅 다 버리고 싶더군요. ...
그냥 리모컨을 껐습니다. 머릿속에 그대로 두자!
(사람들이 그래서 진공관 앰프와 몇백만원짜리 스피커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스피커 줄까지 섬세하게 고르는걸까요?)
그렇게 "진짜로" 공명되는 현에 대해 그냥 통채로 가슴에 새겨두자고 뇌이고 있습니다.
두번째 곡은 말러였습니다.(사실 말러라고 하면 먼저 긴장이 됩니다.
듣기를 시도하다가 그냥 잠들어 본적이 몇번 있어서 ^__^...)
근래에 한국에서는 말러 교향곡 전체를 몇년에 걸쳐 모두 연주하는
부천시 교향악단과 그 지휘자 임헌정씨가 많이 뜬다던데... 도대체 말러가 어떻길래?
싶어서죠...(몇일전 신문에선 말러만 연주한다는 지휘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번째 연주곡은 말러의 타이탄이라는 곡입니다. 곡은 좀 지루하게 시작되었지만
중간중간 엄청난 폭풍같은 소리로 잠든 관객을 깨웁죠... 뒷편의 악장을
가면 아름다운 선율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말러를 듣나??? 쩝)
전 개인적으론 아무래도 낭만적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좋았지만,
말러 역시 두려워만 할 대상은 아니라는걸 가슴깊이 깨닫고...
"그래 말러도 한번 들어 볼 만 하구먼"이라고 생각했지요. 손에 잡히는 멜로디가 없는 곡은
역시 평범한 우리에겐 생소하고도 찬밥인 모양입니다. ^^
『그』여서 그랬겠죠? (전 그렇게 믿어요...)
그래서 그의 성질이 더럽건 말건, 오만하건 말건...
천재는 용서할수있어라고 말하기 시작한답니다.
아주 오래전 작은 아이들이 하는 음악회를 간 적이 있습니다.
갔다온 후에, 음악이건 미술이건 "못하는 걸 봐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 줄 알 수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음악의 감동은 진짜 잘하는 사람 것을 들으면 그 순간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동만방의 정명훈 음악회는 제겐 그랬습니다.
전 두번째 날에 다녀왔습니다만, 마지막에 앵콜곡의 제목은 뭐였나요?
곡은 짧았지만 익숙하지는 않았고, 가벼운 곡이었지만 참 좋더군요.
정명훈씨의 대사끝에 머시라고 했는데, 잘 못알아듣겠습디다. 그 마지막 몸짓조차
아름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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