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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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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것이 그리 큰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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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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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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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싱가폴에 처음 온 것은 3월 24일,
그리고 토요일 저녁에 떠났으니까, 꼭 17일만의 일이다...

그가 처음 오던 다음날부터 싱가폴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3월 25일 Good Friday,  많은 싱가폴리언들이 금토일 연휴를 즐기러 싱가폴을 비우고 난 뒤에...  그는 텅빈 도시를, 억수같이 퍼붓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녹색도시, 깨끗한 도시(Green, Clean City)의 첫날을 맞은 것이다.   그로부터 17일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추적추적 우리나라의 가을비와도 같은, 아니 우리나라의 장마비와도 같은 지루하게 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7년간의 긴 세월 동안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이제 막 대한민국에서 적응하려던 시간에 싱가폴로 향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생겨서 용기를 내어 본 것이...  매일같이 내리는 비, 그리고, 잘 맞지 않는 음식으로 인해서 계속 설사가 끊이지 않았고, 건강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던 그에게 싱가폴은 의외로 난공불락의 요새로만 느껴지게 된다.  무슨 연유일까.  오늘이면 멈추겠지...  그러면서 보내던 시간들 가운데 환영의 만찬들은 이어졌었고, 아뿔싸 지난 일요일(4월3일)에 급히 벌어진 저녁 식사 파티에 생굴을 넣은 김치를 먹은 것이 문제였었는지, 7명의 일행가운데 유독 식중독 증세를 보인 두사람중에 한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때부터 비롯된다.  월요일 내내 더 심해진 설사로 탈수 증세가 심해지고, 월요일밤부터는 한기와 배앓이까지 심해진 것이다.  간헐적으로 다가오는 그 후벼파는 아픔과 불면의 시간들, 설사약을 먹고, 진통제를 먹은 것들이 모두가 나쁜 쪽으로만 작용하여서 결국 5일에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나빠졌다.  피검사, 변검사 합하여서 250불...   병원에서 받은 항생제와 진통제로 어떻게 몸을 수습하려 노력을 해보았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흐느끼다가 마침내 6일자정 무렵에 Glen Eagles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상황이 되어서...  응급처치료 328불, 그리고 2인 병실 하루당 230불, 그외 각종 처치료, 의사 상담료, 합하여 1300불을 내고 7일 오전까지(정확히 반나절) 링겔 주사를 계속 맞다가 조금 호전되는 기미를 보여서 퇴원하게 된다.

퇴원한 뒤에도 음료수나 음식물을 섭취하기엔 너무나 벅차서 그냥 내리 굶고 있다가 마침내 한국행을 결심을 하고 말았다.  9일밤 비행기로 떠나기로 하고...  9일 오전이 되니 계속 탈수 증세로 인해 힘이 없이 나른해지는 건강 상태로 비행기 타는데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링게르나 한병 맞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그것이 또다른 화근이 되어서...  동네 클리닉 세군대를 거쳤는데, 모두다 링게르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마지막으로 폴리클리닉으로 갔는데, 접수대에서는 의사를 만나보고 결정을 하라고 해서, 한시간반을 기다려서 의사를 만났더니 하는말, 여기도 시설은 없다고.....  정말 화가 났다.  아니, 클리닉들은 분명히 시설이 없어서 안된다고 했었는데, 여기서는 마치 될 것 처럼 해놓고는, 한시간반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시설이 안된다고...  어쩜 그럴 수 있냐고 의사에게 얘길 했더니, 의사가 그러면 자신의 상담료를 받지 않겠다고, 큰 병원으로 빨리 가보라고 한다.

벌써 토요일 오후 3시, 결국은 다시 Glen Eagles...  응급실로 들어선다.
그저께 피검사한 그 의사가 나와서,,,,  탈수 증세가 너무 심해보인다고, 그래서 어차피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을테니까, 링게르만 맞고 가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안된다고, 피검사를 다시해야 한다고, 그저께 한 검사 결과가 있는데 왜 또 피검사가 필요하냐고 했더니, 지금은 그때랑 상황이 달라졌기에 또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그냥은 링게르를 놔줄 수 없다고...   아니, 그저께 첨 왔을 때도, 피를 뽑으면서 검사 결과도 보지 않고 바로 링게르를 놔줬으면서, 왜 지금은 안되냐고...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의사는 다른 환자와 상담을 시작했고, 접수대에 가서 우리는 그냥 가겠다고, 했더니, 수간호사가 그냥 링게르만 맞는 것을 원하냐고 물어서, 그러고 싶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자기가 놔주겠다고...  그래서 링게르를 맞기 시작하고 5분정도 맞았을 때, 일행중 한사람이 급한일로 이동할 일이 생겨서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 사이에 의사가 나타나서, 링게르를 뽑고, 결국은 그 친구 혼자서, 상담료만 내고 병원을 떠났단다...  

어쩜 이런 강아지 같은 날이....

그래서 저녁 시간 창이 공항...,  몸이 불편하니, 조금 신경써달라는 의미로 의사 소견서를 보여줬더니, 아니 이 싱가폴리언 메니저라는 친구는...  의사의 여행해도 괜찮다는 내용의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그러면 비행기에 태울 수 없다고, 다른 환자들의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정말 어의가 없다.   30분을 옥신각신하다가, 너의 상위 직급자를 연결시켜달라고 해서 한참을 얘기한 끝에, 본인이 서약서를 쓰면 태워주겠다고...
첨부터 그럴 것이지...

그렇게 해서 강아지 같은 날들의 긴긴 시간과 마지막 하루, 심지어는 공항에서까지 철저히 버림받았었던 우리 한국의 건아는 자유의 나라 한국에서 지금 평온한 휴식의 시간을 갖고 있답니다.

80년의 봄에 한국 민주화의 봄에 광주에서 태어난 그에게 있어서 싱가폴은 아직도 넘기 힘든 철옹성의 모습을 던져주고 있었던 것이다.  

싱가폴에서 아프면 무조건 한국행 비행기를 타시는 게 현명할 듯...  물론 개인적으로 돈이 많거나, 형편이 좋으시다면 뭐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특히 입원할 경우 하루 병원비가 100만원은 기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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