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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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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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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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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많이 이지러진 달이지만... 그래도 점점더 차오르는 달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추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달처럼 큰 복을 받게 되기를 빌어본다.
한국에서 보는 달과 같이 기울기를 안가지고, 그냥 아래 위로만 배가 불렀다가 꺼지는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운치가 덜한 달이라서, 더 속상한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름달이면 한국에서 보는 달과 똑같아서 좋다. 낮에는 비가 오고, 항상 높은 구름들로 덮여 있어서, 쨍쨍한 해를 보기가 힘든 이곳 생활이지만, 대부분의 밤마다 자정을 넘길 무렵이면, 구름들이 훤하게 걷혀지고 달님이 꼭 얼굴을 보여주는 게 이곳 적도에서 맞는 달의 새로운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제 나흘 뒤면 추석인데...
한국에서는 장마도 끝나고, 이제 구름 한점 없는 파아란 하늘, 쳐다보고 있노라면 눈이 시려지는 파아란 하늘, 그리고 밤이 오면, 그냥 까맣게만 올려다 보여지는 하늘 가운데 총총 별들이 떠있고, 달은 우리들에게, 설혹 우울한 사연들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밤하늘을 쳐다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환한 밝은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이 밝은 모습으로 우리 들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계절일텐데...
지난 가을, 한국에서 떠나오는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그 맑은 하늘이 나의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하였었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 명절을 보내러 부모님 따라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그런 날 밤이면, 달의 밝은 빛으로 인해 주위의 웬만한 물체들은 구분이 갈 정도이고, 바둑이를 불러내어 사립문 밖으로 나가 벼이삭들이 여물어가면서 고개를 숙인채, 밤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다가, 인기척에 돌아보면, 할머님이 내 손을 펴서는 그 위에 올려주시던 송편 속의 고소하고 달콤한 깨소금 맛과, 아직은 색이 완전히 나지는 않았지만, 일찍 주황색으로 바뀌어서 익혀진 감홍시의 달콤한 맛이 지금까지도 한점 줄어들지 않고 입 속을 맴도는 것을 보면, 그 시절, 그 기억들이 워낙 강하게 남아 있나보다.
바쁘게만 지나치는 해외에서의 생활 가운데서, 명절 기간이 되면, 거의 본능적으로 고향 생각도 더 나고, 고향으로 못가는 것이 마치 큰 죄를 지은 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단순히 어릴 때부터 교육되어온, 길들여진 습관 탓만은 아닐 것 같은데...
생각나는 고향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안부 전화를 띄워보면, 다들 힘없이 이것저것 속상한 일들이 많다는 얘기들만 늘어놓고 있지만, 그래도 추석때 집에 가는 얘길 하다보면 어느새 들뜬 분위기로 바뀌어 갈 수 있는 모습을 보면 역시 고향이 좋긴 좋은가 보다...
일년에 두번씩 꼭 고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명절 증후군, 그렇게 힘든 발길 속에서도 무엇인가 가족, 친지들과 하나된다는 기대가 크다보니, 하루종일 걸려서, 도착하는 귀성길에도 지쳐서 뻗어버리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도착하면 바로 친구들, 지인들 만나러 나가봐야 하는 여유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사람에게 희망이란 것이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되는지 알 것도 같다.
아니, 어쩌면 그 힘든 시간들을 통해서 세상 살이에 찌들리고 힘들었던 사연들을 다 소멸시키고, 오히려 더 큰 새로운 힘을 받아서 돌아오는 지도 모르겠다.
보따리보따리 싸서 들고 돌아오는 추석 명절 음식들 속에는 또다른 보약들이 가득가득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싱가폴 생활에서 혹, 여유가 없으시더라도..
오늘부턴 자정 무렵에 하늘을 한번씩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지시고,
달님과 비밀 얘기들을 하나씩 둘씩 나누시다 보면,
고향에 가지 못하시더라도,
고향으로부터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는 힘들이 전달되어 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달님 보면서 나눈 사연들, 이곳에 글 남겨서 함께 나누시면 그 기쁨 열배, 백배가 된다는 것도 다들 아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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