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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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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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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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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
    3. 0
    4. 200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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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서의 삶 가운데 가장 기다리는 것은 비내리는 풍경이다.

항상 후덥지근한 날씨, 더구나 요즘 들면서 훨씬 더 더워지기 시작한 날씨 속에서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온세상을 집어 삼킬 듯이 내리는 소나기이다.

서쪽으로 가는 꿈을 자주 꾸게 된다.

어제 일요일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싱가폴에 살고 있는 몇몇 운동좋아하는 한국인들과 배드민턴, 탁구를 치러 클라멘티로 향했었다.
그 전날 윈터소나타를 새벽두시까지 보다가 잠이 들었던터라, 눈을 뜨기도 힘들었는데, 조금은 찌뿌드한 몸으로 클라멘티로 향했었는데, 탁구를 치다보니, 배드민턴까지 치다보니, 몸에 활력이 넘치는 느낌을 가져본다.

3시간의 운동을 마치고, 음료수 한잔을 마시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하여 갑자기 내리는 비구경을 해본다.

비내리는 싱가폴, 너무나 아름답고, 시원하다.

우리나라의 한여름날, 주룩주룩 내리는 소낙비,
밭에 선 옥수수 잎, 줄기들의 너울거림과,
막 푸른 빛을 벗어나 붉은 흔적들이 돌기 시작하는 사과 열매들의 흔들림 속에서 여름은 싱그럽기만 하였었다.

이곳에서 다시 느껴보는 그런 시원한 비,
서쪽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 어떤 분의 말씀 처럼 똑같이 내리는 비,
그리고 앙모키오로 돌아서서 오는 길에서, 거짓말같이 말짱하게 개어 있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시 서쪽으로 핸들을 꺾고 싶은 충동감을 느껴보게 된다.

그냥 대화가 통한다는 생각만으로, 마냥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들,
그들 가운데 곧 떠난다는 사람이 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는 이별을 얘기해야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들 가운데는 오늘 처음 온 사람들도 있다.
처음 본 얼굴들이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운 마음이 크기만 하다.

아직 아무런 정이 들지도 않았는데도,
우리들 가운데,
지금 이곳에서 함께 시간을 가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별과 만남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그리곤 왜 목이 뜨거워지는지...

흐르는곡: 김신우의 비오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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