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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는 내 삶의 설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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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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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3
    4.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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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있어 2008년은 두 번째의 큰 설렘을 안겨준 해였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엄습했던 싱가포르다. 태형이 존재하는 엄격한 법의 나라, 사계가 없는 상하의 나라, 깨끗한 아시아의 선진 부국, 등등 긍정적 측면이 도드라진 동경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불안도 컸다. 더위와 해충과의 전쟁을 어떻게 치려낼지 못내 걱정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 지난해 달포정도 머물 때의 부정적인 면면이 또렷이 각인되어 밀러와서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내 사랑하는 손주들과 오붓이 산다는 기쁨은 물론 싱가포르의 진가를 온몸으로 부대끼며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설렘은 곧 역사의 모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설레었던 기억은 지금의 아내와 맞선을 볼 때였다. 지인의 중매로 아가씨의 집안 내력과 인물의 됨됨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지만 막상 만난다는 그 시간의 간극이 좁혀들수록 가슴은 터질듯 콩닥거리고 부풀어 올랐었다. 감당키 어려운 설렘을 하루하루 손꼽아 밀쳐내며 ‘얼마나 예쁠까?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을까?’.., 그렇게 만난 그녀는 황홀했다. 그 때까지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새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을 같이할 반려자라는 확신에 그만 정신을 놓았다. 목숨을 담보로 최고봉을 정복하는 등반도, 우주를 유영하는 모험도 이와 같은 설렘의 에너지가 그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눈떴다.



이삼년만 머물지, 아니면 십년도 더 살아야할지, 확약할 수 없는 싱가포르이었기에 그 설렘의 강도는 드셌다. 어쩌면 늙은 부부가 뜻밖의 신접살림을 차리는 듯한 착각에서 더욱 묘한 기분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대로 들떴던 설렘은 곧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하늘색도 달랐고 흙냄새조차 독하게 코끝을 스치는 이국의 땅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낯설고 물 설은 남의 나라 싱가포르가 아니던가.

설렘과 두려움이 한참 교차하던 그 때, 한인회가 마련한 ‘대보름맞이 경로위로연’은 나에게 있어 단비였다. 그날을 통해서 교민들의 안정된 삶을 엿보았고 끈끈한 동포애를 가슴깊이 새겨 담았다. 처음의 만남이었지만 아주 오랜 친구처럼 속내를 터놓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어 이곳도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손녀 손자 두 녀석들도 다국적 교우들과 잘 어울리고 나날이 늘어가는 영어와 중국어 실력에 우리 내외는 마냥 즐거운 보람으로 충만했다. 그러나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일어난 아내의 교통사고는 절망의 늪이었다.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더욱 간절한 설렘을 스스로 만드는 계기로 삼자고 다짐했다. 운명에 좌절하거나 안주하는 겁쟁이가 아니라 도전이라는 설렘을 만들어 돌파하는 용기가 절실했다. 이는 곧 ‘한국촌’에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를 연재하게 했고 등단하는 동력으로 승화시켰다.

아~ 싱가포르! 행복에 넘친 환희든, 불행의 고통이든, 과거사가 하나같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정녕 세월의 탓일까?

내 인생에 있어 아내는 두 번의 엄청난 설렘을 주었고 싱가포르 또한 나를 거듭나게 한 설렘의 발원지였다. 내 휴대폰 액정에 담긴 아내와의 사진 위에는 ‘내 영원한 반려자’란 자막이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





PS : 이는 싱가포르 한인회가 매월 발간하는 ‘한누리’ 최근호에 실린 글입니다.

      모처럼 이곳에 들렸더니 정다운 글들이 더러 보여 좋습니다. 그동안 너무 적조하였다 는 생각에

      이것으로 안부 전하려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댓글목록

kidnicky님의 댓글

kidnicky (nick8000)

이제 곧 싱가폴에 갈 사람으로서 글을 읽으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Jsing님의 댓글

Jsing (paik1220)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네요. 작년 6월 초 한국가서 올해  설을 지내고 다시 입싱했습니다. 역시 싱가폴은 그대로 입니다. 한국있는 동안 겨울 산행도 두번이나 갔다오고 겨울을 만끽했는데도 벌써 그립습니다. 한국에서는 애들이 그립고 여기오니 한국이 그리우니.... 그래도 길고긴 여정에 거의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좀더 고삐 졸라매고 힘 좀 내야겠지요. 남강님 같은 분들의 글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계속 소식 전해주시고 사진도 잘 찍으시던데 사진도 좀 올려 주세요. 그럼 꽃샘추위 조심하세요.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kidnicky님 반갑습니다. 그야말로 설레는 나날이겠군요. 참고가 될지 모르겠으나 저가 이곳에 연재한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를 보시지요.
Jsing님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는 8월 싱가포르에 추억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그 때 뵈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예전 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벌써 나만의 꿈에 설레고 있답니다. 멀고도 가까운 곳, 애증 모두를 보듬고 싶은 곳 싱가포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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