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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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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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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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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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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을_잘_지키는_운전문화가_부럽다..jpg

  싱가포르를 말한다
-배울 것과 버릴 것-

외국생활에서는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 아울러 배울 것도 있고 알려 주고 싶은 것들도 있다. 외국에 나가면 자연스레 자국의 홍보대사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의 장점을 알려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해 증진의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이미지 제고는 우리 자신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상품 판매고에도 알게 모르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인종마다 문화가 다르고 관습이 다르다. 언어도 다르고 행동거지나 도덕성의 기준도 다르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빨리빨리 문화로 알려져 있다. 오늘의 세계경제 10위권 선상에 올린 동력이다. 싱가포르의 대형 건설공사를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속도전의 덕분이다. 지금 이곳에 조기유학을 오게 된 것 또한 우리의 조급한 민족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날치기’의 오명도 존재한다. 이렇듯 반드시 옳고 그르고 낫고 못함의 이분법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악착같은 배금주의라든가, 무슬림의 히잡 문화도 우리네 생활관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런저런 이유로 싱가포르 생활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그저 이해하는 정도로 지나칠 것들도 더러 있다.
먼저 속도 이야기부터 해 보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열대지방의 느린 문화다. 바쁘다거나 조급하다는 느낌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다. 처음에는 짜증스럽고 답답하더니 이제 그 여유로움이 좋아진다. 이사를 하자마자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의 물이 찔찔거리며 잘 내려가지 않았다. 수리를 요구했지만 기사가 와서 수리하기까지 만 사흘이 걸렸다. 이 정도의 소요시간은 아주 양호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늦어도 하루 만에 해결될 문제다.

베독 레저뷰어 로드(Bedok Reservoir Rd) 쪽의 콘도에 이사 갔을 때 집 앞에 위치한 버스정류소 이전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는 배수로를 돌리고 콘크리트 바닥 위에 빔을 세워 지붕을 얹는 단조로운 공사다.
그때가 1월이었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때인 11월까지 완공이 되지 않았으니까 1년도 더 걸린 셈이다. 아마 우리나라 같았으면 관계 기관은 민원에 견딜 수 없었을 것이고 건설회사는 부도가 나도 한참 났을 것이다. 콘도 도색도 1년 넘게 걸렸다. 그럼에도 손길은 섬세하고 꼼꼼해 각 세대의 창문과 문틈 구석구석까지 닦고 칠했다. 느리기는 하지만 뒷손이 필요 없다는 장점을 보았다.
이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다. 삶의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생활관습이나 방식도 다르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의 식습관은 푸드코트 위주다. 하루 한두 끼는 바깥에서 먹는 중국의 외식문화 영향인 듯하다.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푸드코트는 동남아 각국의 음식의 전시장이다. 태극마크가 선명한 한국음식 코너도 쉽게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볼 수 없어 아쉽다. 쇼핑몰마다 자리 잡은 삼성과 엘지의 전자제품은 언제나 가슴 뿌듯하고 반갑다.
쇼핑몰이나 재래시장에 나가면 비닐봉투가 넘쳐난다. 우리말 그대로 아낌없이 준다. 유제품과 과일류, 채소류, 견과류, 어류, 육류 등 품목별로 따로따로 비닐봉투에 담아 준다. 비닐봉투를 공해물질로 경계하는 우리나라 정서와는 너무 다르다. 그래도 빵 하나마다 봉투에 넣어 주는 위생관리는 본받을 만하다.

음식쓰레기는 물론 온갖 생활폐기물은 집집마다 마련된 쓰레기 창구로 던져진다. 처음에는 폐기물 분리수거함이 없는 줄 알았지만 한참 뒤에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 사람들 역시 쉽게 그리고 적당히 살고 싶기는 여느 나라 사람들과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자신도 어느 날부턴가 예사로운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결코 습관화되어서는 곤란한 일인데도 말이다.
다음은 교통 관련 이야기다.
자동차 운전문화는 확실히 선진화되어 있다. 운전자들은 거의 완벽하게 교통신호를 잘 지킨다. 정지선 밖에 불쑥 나가는 자동차는 거의 없다. 보행자가 시야에 들어오면 ‘일단 멈춤’도 아주 잘한다. 예외는 물론 있다. 하지만 90% 이상은 잘 지키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운전문화다.
특히 버스 운전은 본받을 바가 많다. 우선 승강장의 정확한 위치에 정차한다는 것이다. 승강장 보도와 버스의 사이가 10센티를 넘지 않는다. 승객을 도로 한복판에 예사롭게 내려놓는 우리나라 버스 운전자들의 의식은 부끄럽다. 꼭 배워야 될 것 중의 하나가 운전문화다. 시설에 관한 문제이지만 행선지를 알려 주는 서비스는 그저 그렇다. 버스에는 안내방송도, 안내스크린도 없다. 이제 이곳도 우리나라처럼 버스정류소에 도착시각을 알려 주는 시스템이 한참 설치 중이다.

MRT의 경우도 다음 역을 알려 주는 팻말이 없다. 물론 종합안내판은 있지만, 섬세한 서비스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불편하다. 지금은 새 자동차로 교체되면서 차내 안내스크린이 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싱가포르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는 지상에 전봇대가 없다는 것이다. MRT의 동력도 지하에 매설되어 있어 쾌적하다. 계획도시답다.
도보습관은 배울 게 없다. 인도를 이용하지 않고 큰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신호등을 무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 차량 사이를 비집고 건너가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 같은 시민들의 삐뚤어진 통행습관은 운전자들의 선진문화를 반감시키는 병폐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곳처럼 심하지는 않다. 외면하고 지나쳐 버려야 할 시민의식이다.
교통정책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트럭의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모양은 볼썽사납다.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도 우리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가의 공통현상이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이용자가 많다는 데서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교통문화에 있어서는 선진과 후진이 함께 어우러진 양상이다.

이른 아침의 길거리와 아파트 주변에는 휴지와 담배꽁초와 비닐봉투 페트병 등 쓰레기가 예사롭게 널려 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야 눈이 무서워서 조심하겠지만 후미진 곳과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꼴불견이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도 휴지와 담배꽁초가 버려져있고 오물도 흘려 있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말이다. 깨끗하다는 싱가포르 이미지를 송두리째 뭉개 버리는 흉물스런 현상이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부들의 대량 투입이 아니라면 감당할 수 없을 듯하다. 싱가포르정부의 ‘전 국민 고용’이라는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면 깨끗한 환경은 유지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청소인력이 많이 투입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의 수준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는 뜻이다.
버스와 MRT 이용 손님들의 차례 지키기도 그저 그렇다. 솔직히 질서의식에 대해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를 논할 자격이 없다. 우리나라와 오십보백보니까 말이다.
어쨌건 우리는 배우고 버릴 것들을 눈여겨보고 좋은 점만 챙길 수 있는 기회다. 외국에서 보고 느끼는 감정은 특별한 데가 있어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뭐니 뭐니 해도 기러기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고 고민하는 부분은 주택임차다. 2~3년 살면서 집을 매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콘도든 아파트(HDB)든 월세를 얻어야 산다. 전세는 제도 자체가 없다. 위치와 주거형태(콘도, HDB, 주택) 그리고 임차료라는 기본원칙에 부딪친다. 정말 잘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대부분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이니까 귀가 어둡기 마련이다. 그래서 억울하고 울화통 터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싱가포르에서는 주택임차 중에 중도해지는 없다. 중도해지를 하려면 쌍방 누구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세 얻은 임차인이 중도해약을 할 경우, 임차인은 계약만료일까지의 잔여임차료를 지불하고 에이전트 비용까지 물기를 강요당한다. 나갈 때 디포짓 해결도 문제 가운데 하나다. 집에 조그마한 흠 자국도 용납되지 않는다. 약점이 잡히기만 하면 바가지 쓰기 일쑤라는 게 이곳을 살고 간 기러기들의 하소연이다.
이런저런 핑계거리가 제공되면 디포짓 받기는 어렵다. 약점이 없다고 해도 이삿짐을 빼야 받을 수 있어 항공기 출발시간에 맞추기도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마지막 달 월세는 미루다가 그냥 가 버리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집세와 디포짓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2년 계약의 경우는 두 달 치의 보증금이 걸려 있으니까 한 달 치는 손해다. 결국 우리나라 이미지 추락에다 손해만 보고 가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보편적 상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일이다.

편리한 생활패턴도 많다. 반소매에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 차림이면 못 갈 곳이 없다. 상하의 나라에 사는 편의성이다. 여름이면 3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우리나라지만 이곳 옷차림새로 전국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차림새도 다양하다. 우리나라 표현대로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감싼 무슬림의 히잡 복장은 과히 경이롭다. 인도 여인들의 금빛 롱드레스는 물론 코걸이 발걸이 그리고 얼굴에 박은 링까지, 그 화려한 장신구도 놀랍다. 손으로 밥을 먹는 모습도, HDB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교의식도 낯설기만 하다. 드럼통에 불을 지피고 복록을비는 무속도 신기하다.
이처럼 다민족 다종교가 한데 어울려 사는 싱가포르의 모습을 일상으로 경험할 수 있어 괜찮은 덤이다. 이색문화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하기에 그런 것이다.
싱가포르의 엄격한 법치주의가 우리들의 법의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체계가 오늘의 싱가포르를 번영케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계 최하위의 범죄 발생률이 입증하고 있다.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없다는 사실도 뒷받침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태형(곤장)이 있고 살인과 강간, 마약사범은 사형집행이 엄수되는 나라니까 혹독하다는 말이 나올 법한 형벌이다. 그런가 하면 해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해의 수익금을 골고루 나눠 주기도 한다. 가구당 우리 돈으로 200~300만 원씩을 배당받는 것이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거대한 주식회사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들 주택보유율은 거의 100%다. 국민들의 불평이 있을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복지정책이다.
싱가포르에 오면 싱가포르 법을 따라야 한다. 우리가 배우고 본받을 일이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남의 나라에 살면서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배우며 익혀야 할 것도 많다. 옳고 그르고의 판단은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몫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1970년 국교수립 이후 지금까지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교역규모는 10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 부동산 투자도 활발해 서울시그마타워, 프라임타워, 서울파이낸스타워, 무교빌딩, 코오롱빌딩, 스타타워빌딩까지 굵직한 빌딩들의 주인이 싱가포르인이다.

정치적으로는 더욱 긴밀하다. 국교수립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의 세계경제 10위권의 대한민국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도력에서 비롯되었다면 불과 인구 500만의 싱가포르가 세계경제 40위권에 드는 부국을 일궈 낸 영웅은 리콴유(Lee Kuan Yew) 전 총리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지도자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또렷이 알려 준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인연의 시각에서 싱가포르를 이해하고 긍정해야 옳다. 그리고 배울 것은 확실히 익히고 부족하고 불편한 것은 우리 것으로 고쳐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꼭 배우고 싶고 부러운 것이 있다면…
2년 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싸움은커녕 말다툼도 본 적이 없다. 술주정을 부리거나 비틀 걸음을 걷는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유흥가에 가본 적이 없어서일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택가이든 유흥가이든 가릴 것 없이 꼴불견의 무도장이 아닌가.
옷깃만 스쳐도 예외 없이 SORRY 연발이다. 좁디좁은 인도에서 부딪치기만 해도 눈을 흘기고 구시렁거리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폭력이 없는 나라, ‘SORRY’, THANK YOU, EXCUSE ME가 몸에 배어있는 싱가포르인들의 예절과 친절이 부럽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깨끗한 이미지의 ‘백의민족(白衣民族)’, 바르게 사는 예절의 나라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고 싶다.

                                                                             <토요일에 계속>

댓글목록

Chris님의 댓글

Chris (chris19kim)

싱가포르에 살면서도 몰랐던 싱가포르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둘리맘님의 댓글

둘리맘 (sohnjung)

오래 지내지는 않았지만 제 느낌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약간의 통제감도 있어 보이고 그러다가도 중국인 특유의 배금주의로 버티기..이런 느낌에는 살 짜증이 나기도 하고...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그래도 여기서 아침마다 일본아줌마와 사는 얘기하고 집으로 오는 튜션샘(인도, 중국)과 사는 얘기하면서 우리 가족 외에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못한 날이 더 많은 이런 생활 덕에 제 머리 속에는 영어단어 나열이 항상 맴맴 돌고 있는 지금이 참!! 신기합니다...어르신 처럼 시간을 두고 좀 더 많은 경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ireneyun님의 댓글

ireneyun (ireneyun)

오늘 국제면허를 신청하러 갔는데 5분도 안되어서 다 끝나더군요.이렇게 빠른 문화에 젖어있다가 싱가폴 이야기를 들으면 좀 우울하기도 합니다.그래도 다 좋은 경험이리라 믿고 이 글 적어주신 분처럼 다 이겨내고 제 나름의 것을 찾아나가렵니다.입싱하기 3주전입니다. 이분의 글을 읽어가며 맘을 정리하고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Chris님, 둘리맘님, ireneyun님, 좋은 아침에 산뜻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을 익혀간다는 것이겠지요. 좋은 기회라 여기고 새로운 문물 많이 담아오세요. ireneyun님은 국제면허증을 가지고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싱가포르 교통문화와 법규는 엄격합니다. 필히 보험 가입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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