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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사는 이야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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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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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9-30

본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
-결혼기피현상과 저출산의 문제-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비너스(Venus)는 사랑과 미(美)와 풍요(豊饒)의 여신이다. 포근한 모성과 아름다운 여성성을 상징한다. 화가들은 비너스를 나체 또는 반쯤 벗은 반나체로 그린다. 벗겨진 옷의 주변에는 흩어진 꽃과 보석과 함께 아기천사들이 있다.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피치노는 “사랑은 뺨을 붉히게 만드는 매혹(Pulchritudo)의 시선에서 시작해 육욕(Voluptas=즐거움의 육감)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욕망(desire)의 큐피드화살에서 육욕의 비너스로 끝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화가 프랑수아 부셰(Francois Boucher)는 ‘비너스의 화장’ 등 그의 많은 그림에서 비너스의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묘사하고 있다. 그토록 비너스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이자 사랑과 다산의 상징이다.

신화속의 여신 비너스가 있다면 불멸의 명화에 모나리자(Mona Lisa)가 있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Renaissance)시대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과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함)에 의해 그려진 모나리자는 정숙한 미소를 머금은 다소곳한 표정과 편안한 손의 표현으로 생명력을 얻었다. 모나리자로 하여 다 빈치 역시 신기(神技)로 일컬어졌다.
내가 모나리자를 만난 것은 2000년 겨울이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첫 대면을 가진 것이다. 무엇이 모나리자를 그토록 감탄케 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저 빛바랜 한 점의 유화에 불과한데...? 솔직히 신비의 감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술에 대해서는 무외 한이기에 어찌 걸작의 진수를 논할 수 있겠는가? 금을 금이라니까 금인 줄 알뿐 금의 구성분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다름없듯이 말이다. 그 때 아내에게 “당신만큼 예쁘지 않는데...”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럼에도 굳이 비너스와 모나리자를 들먹거리는 것은 여인의 존재의미와 그로 하여금 구현된 아름다움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수세기동안 철학자들과 미술가들이 애써 담아내려했던 여성의 신비를 모두 그려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천재적 상상력과 신적 표현으로서도 심오한 여성의 존재를 온전히 벗겨내지는 못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비너스와 모나리자에서 보듯이 말이다.

신화에 비너스가 있고 걸작미술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현실의 여성상은 어떤가? 우리는 흔히 여성의 아름다움을 꽃에 비유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꽃을 좋아한다. 꽃이 사랑 받는 것은 아름다운 꽃잎이 있고 향기까지 있어서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들춰낼 수 없는 기기묘묘한 색깔이 있다. 미풍에 흔들거리는 가냘픔이 있고 강렬한 햇빛을 받아치는 영롱함이 있다. 코끝을 교란하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하면 풋풋한 잎사귀가 떠받치고 있어 조화롭기 그지없다. 여인과 꽃이 없는 시와 노래와 그림은 없다. 이들이 있어 생명이 있고 사랑과 철학이 존재한다. 아무리 풀어도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오묘함이 있어 여인과 꽃은 언제나 신비롭다.

그럼, 신은 왜 여자에게는 꽃에 비유되는 아름다움과 짙은 향기를 주었을까? 강력한 힘의 상징인 남성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사춘기만 벗어나면 남녀 누구나 알만한 이 같은 시답잖은 의문을 제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종의 보존이라는 생존본능이 너무나 크게 퇴색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신화에서 말하는 꽃과 봄과 번영을 주관하는 꽃의 여신 클로리스(Chloris)의 이야기 가운데서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와 행운의 여신 뤼케(Luiche)는 살아있을지 몰라도 결혼과 출산의 여신 헤라(Hera)는 죽어가고 있다. 남신의 제왕 제우스도 힘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나는 OECD국가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기피현상을 두고 말하려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인 우리나라의 실태를 말이다.

이유야 어디에 있던 늑장 결혼과 이혼율의 증가, 그리고 출산기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는 이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1000달러 시대였던 60~70년대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던 구호와 함께 예비군들에게 정관수술을 권장했었다. 격세지감을 떨칠 수 없다. 수치로 보면 1970년대 출산율은 4.53명이던 것이 80년대 2.82명, 90년대 1.56명, 2000년대 1,47명, 2009년에는 1.15명으로 뚝뚝 떨어졌다. 이 통계에 나타난 출생아 수를 보면 1970년 100,6645명에서 1980년 862,835명, 1990년 649,738명, 2000년에는 634,501명으로 감소현상이 계속되다가 2009년에는 70년대의 절반 이하인 445,200명으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16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2018년에는 총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2100년에는 현재 인구의 3분의 1 이하로, 2200년에는 총인구가 140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믿기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와 노인 부양비 급증으로 회색한국(Gray Korea)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지금 선진국은 우리보다 높은 출산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출산장려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할 처지가 됐다.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이 28.3세로 늦어지면서 2010년 출산율은 1.22명으로 미국 2.1명과 영국 1.9명, 프랑스 2.0명, 일본 1.37명 등 OECD 평균 1.73보다 0.5명 이상이나 적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곧 고령인구로 연결돼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로 진입한데 이어 2020년경에는 노인인구비율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2026년경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에 도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2007년에는 9.1%를 기록해 젊은이 한사람이 세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할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생아는 줄어들고 노인인구는 꾸준히 늘어나 2009년도 노인인구는 약 521만5천명으로 총인구 약 4,874만7천명의 10.7%라고 한다. 이로서 비노동인구는 증가하고 핵심생산가능인구(25세~49세)는 해마다 감소해 2011년에 1994만 명으로 줄어들어 2천만 명 선이 붕괴된다는 것이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자료 분석 결과다. 저출산으로 인한 핵심생산가능인구 저하는 노인부양 인력부족 뿐만 아니라 지구촌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제2의 재앙으로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서 여성과 꽃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인간에 있어 꽃이 없는 세상은 무의미하다. 꽃은 분명 인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여인을 꽃에 접목할 수 있어 여성의 아름다움이 스스럼없이 화선지에 옮겨지고 그윽한 향기까지도 시와 노래로 읊어지지 않았던가. 그래서 여인과 꽃을 떼어놓고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연인과 사랑을 따로 말할 수도 없다. 세상 어느 곳에도 꽃과 여인이 존재하지 않는 데는 없다. 이처럼 인간에 있어 꽃은 절대적인 존재다. 꽃의 역사는 아마 인간의 문명과 함께 수없이 변신하면서 거듭 태어나는 진화를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꽃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예쁘게 진화해도 어찌 여인의 미에 따르겠는가? 여인에게는 꽃이 가질 수 없는 지(知)와 덕(德)이 있는 동적인 아름다움이 있기에 참으로 곱고 예쁜 것이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어 여성은 그토록 신선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여인이 모두 예쁜 것만은 아니다.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여성스러울 때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거리풍경에서 꺼내본다. 웬만한 도시의 중심가는 멋진 여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엉덩이를 살짝 가린 미니스커트,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찢겨진 너덜너덜한 청바지, 젖무덤의 경계선이 아슬아슬한 블라우스, 10센티도 더 높아 보이는 킬힐..., 그 차림만으로도 생기발랄하고 예쁘다. 구김살이라고는 어디에도 없다. 대담하고 당당하다. 희고 매끈한 몸매는 백인을 뺨칠 만도 하다. 거무스레한 피부색은 외려 건강미가 넘쳐 더욱 매력적이다. 참 아름답다. 그리고 기분 좋다. 가깝게는 내 손녀가 그렇고 내 손자가 있어 그렇다. 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재원이기에 참으로 귀하고 예쁜 것이다. 그 여인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다.

그 사랑과 존경의 대상은 여성이 여성스러울 때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모습이 여성스러운가? 때 맞춰 결혼하고 제 때 아들딸 낳고, 그래서 한 가족 이루고 한 평생 화기애애하게 더불어 사는 그림이 가장 아름답고 존경스럽다는 이야기다.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켜져라

햇님 보면서 짝짜꿍
도리도리 짝짜꿍
우리 엄마가 웃는다
우리 아빠가 웃는다

아기, 그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세상에 그만큼 예쁜 꽃이 어디에 있던가. 보름달이 울고 갈 복스러운 둥근 얼굴, 별빛이 서러울 영롱한 눈망울, 이만한 희망과 행복이 어디 또 있던가?
그래서 이 동요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사람 사는 모습이다. 행복이라는 환상을 현실로 옮겨놓은 그림이다. 비너스보다도 모나리자보다도 어여쁘고 깔끔하며 사뜻하지 않는가?  
내가 사랑 받을 수 있는 부모가 있다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자녀가 있어야 옳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완성인 것이다. 아무도 자기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며 자기 멋대로 살겠다고 한다. 결혼도 출산도 이혼도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어쩌면 맞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천리(天理)에 어긋나는 방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경제적인 사정도, 출산의 여건도, 따지고 보면 구차한 변명이다. 그 해답은 우리의 부모로부터 찾으면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지, 잘 사는 방법인지, 곰곰이 한번쯤 생각할 때다.

인구문제에 있어 학자에 따라서는 크게 다르다. 이 지구상에 살 수 있는 적정인구를 1억 명에서 10억 명으로 잡는가 하면 100억 명에서 150억 명으로 잡는 학자도 있다.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지금의 대략 인구가 67억 명이라고 하니까 이미 포화 상태이거나 아니면 꽤나 부족한 상태이거나 둘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우리나라의 만혼이나 결혼 또는 출산 기피현상도 어쩌면 인구 조절을 위한 자연의 법칙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반대로 만약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 때는 사람의 숫자에 버금가는 그 어떤 생물체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억측도 하게 된다. 그 생물체로 인해 인간이 누려야할 공간을 침해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들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노동인구 70%에 비노동인구 30%가 적정선이라고 하니까 경제적 동물인 인간으로서는 섣불리 판단하고 비켜갈 일만은 아닐 것 같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은 ‘아기를 업고도 배부른 여인’이다.

                                                             <22회에서 계속>

드리는 말씀 : 저는 결코 출산장려 홍보대사는 아닙니다. 오로지 사람 사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비록 단편적이지만...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지난 글에도 귀한 댓글을 주신 웃자님, 에라디혀님, 훌랄라님, 간띠분곰님, ellen님. 그리고 추천을 눌려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독자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사진은 오늘 오전 이마트로 현장 학습을 나온 대구 ‘프레리 키즈 놀이학교’ 원생들의 일부만 찍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사진 촬영을 허락하신 김은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댓글목록

간띠분곰님의 댓글

간띠분곰 (encarrot)

좋은생각의 공유 감사합니다....어르신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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