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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사는 이야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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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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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18
본문
-절제와 나눔의 철학-
‘무소유’란 ‘가진 것이 없다’는 뜻이다.
‘가지지 않고 산다?’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고 정신이 물질에 종속된 이승에서 가지지 않고 산다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인가? 세속인은 상상도 할 수없는 불가능이다.
법정스님은 그의 산문집을 통해 ‘무소유’를 선언하였고 일생동안 실천했다. 스님의 무소유는 이승에서 끝나지 않고 저승길에서도 또렷이 보여주었다. 우리가 애도의 눈물을 뜨겁게 흘린 이유다. 비록 산사의 스님이기는 하지만 그는 그렇게 살았고 그의 삶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무슨 제왕이라고 세상 떠들썩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또 사리를 줍는다고 재를 뒤적이는가.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 수의도 만들 필요 없다. 내가 입던 승복 그대로 입혀서, 내가 즐겨 눕던 작은 대나무 침상에 뉘여 그대로 화장해 달라. 나 죽은 다음에 시줏돈 걷어서 거창한 탑 같은 것 세우지 말라.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이 마지막 가르침을 남긴 ‘무소유’의 수행자 법정(法頂)스님은 세기 2010년, 불기 2554년 3월 11일 목요일 오후1시 51분, 세수 79세, 법랍 56세로 송광사 서울분원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입적하시기 전날 밤에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도 이승을 살다간 고마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스님 저서에서 약속한대로 스님에게 신문을 배달했던 사람에게 전하여 줄 것을 상좌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큰 선물이다. 삶의 가치를 돈으로만 계량하는 세속인들의 눈으로 보면 하찮게 여겨질 책 한 권이다. 하지만 스님의 ‘무소유’정신이 배어있을 그 책속에 담겨있는 가르침은 그 어떤 금화보화보다 더 값진 것이리라.
스님은 말한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스님의 이 말씀은 위선과 탐욕에 찌든 부끄러운 현실을 일깨우는 죽비다.
마지막 가는 길에서까지 중생에 큰 깨우침을 남긴 법정스님의 법구는 지난 13일 오전 11시41분, 순천 송광사를 나섰다. 형형색색 만장도, 꽃상여도 없이 비구 법정이라고만 쓴 위패와 영정만 앞세워 다비장을 향해 옮겨갔다. 수의까지도 소유로 여겼던 스님은 평소의 차림 그대로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무소유’를 다시 한 번 더 반추케 하는 실천적 가르침이다. 이는 종교와 인종과 이념을 떠난 오로지 인간의 문제다.
그렇다면 세속의 소유와 무소유의 한계는 어디까질까?
인간이 인간다운 정신세계를 갖지 못하고 오로지 물질의 포로가 된 오늘의 우리 삶에 던진 무거운 화두다. 무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답게 사는 진정성과 절제의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스님은 말한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라고 했다. 필요량이 얼마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요이상의 탐욕에서 벗어나라는 일갈임은 틀림없다.
법정스님의 눈에 비친 위정자들과 경제인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위선과 독선과 분열과 반목이 판치는 정치권, 세습재벌의 아귀다툼과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속세에 연민하였을 것이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에 장탄식을 하였을 것이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극도의 이기심과 폭력적 사회상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너는 악이고 나는 선이라는 능청맞은 정치꾼들, 수천 수조 원씩 쌓아두고도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는 재력가들이 법정스님의 산문집 ‘무소유’를 읽었다고 자랑한다. 나는 국민을 위해서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인이라고 큰소리친다. 그들은 과연 권력욕과 부와 명예욕에서 얼마만큼 비켜 서 있는가? 소시민들의 눈에 투영된 그들의 모습은 영 아닌데 말이다.
서민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부귀영화를 이승에서도 모라라 저승까지 가져가려 용쓴다. 너무 과하다. 정치적 반대자를 경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내몰면서도 그도 모자라 더 목말라한다. 현란한 미사여구가 우민의 눈을 가리고 권모술수가 판을 친다. 그 뒤안길엔 배경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든다.
빌 게이츠와 나란히 세계 최고의 부자 순위 1.2위를 다투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투자가라 불리던 워렌 버핏은 전 재산 470억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자녀들은 당연히 받아주었다. 빌 게이츠 역시 "전 재산의 4600분의 1만 자식에게 주겠다"고 했다. 465억 달러에 이르는 그의 재산은 99%가 자선사업에 쓰이고 세 자녀들에게는 1천만 달러씩만 물러준다는 것이다. 이렇듯 선진국의 재벌들은 이미 무소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비록 내가 번 돈이지만 이웃과 나라가 있어 가능했던 축재였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일정부분을 일정기간동안 맡겨진 명예와 부귀이기에 죽기 전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책임의식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스님은 지난해 4월20일 봄 정기법회에서는 “생명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다. 많은 생명체를 위협하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중단해야한다"며 자연 파괴를 경계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정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과욕부리지 않고 비우면 풀지 못할 것이 없다는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장례일 동안 ‘비워야 할 사람들’이 송광사를 찾아 추모했다. 그의 정신을 진정 기린다면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통합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이웃을 보듬고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 개개인의 부질없는 탐욕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 떳떳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세계인의 눈에 비친 인색한 나라가 아니라 평화와 정의를 실천하는 품격 높은 국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신뢰가 두터운 국가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
미래의 역사를 위해서다.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을 잃었다. 나눔의 가치를 몸소 가르쳐주신 우리의 정신적 지주였었다. 그리고 법정스님이 비움의 철학을 일깨워 주시고 이렇게 떠난 것이다.
우리는 이 두 분의 가르침을 한 번쯤 되뇌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12회에서 계속>
드리는 말씀 : 지난 회에 법정스님의 ‘인연’ 한 구절을 소개하였더니 입적을 맞게 되어 이 또한 ‘인연’인가 싶습니다. 그저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소박하게 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우리 그렇게 비우고 나누는 마음으로 살아가요.
아무쪼록 낯선 타국에서 늘 건강하시고 나날이 발전하시기를 충심으로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SJ님의 댓글
SJ ()항상 좋은 말씀으로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시네요....^^ 너무 감사드립니다...건강하세요..^^
웃자님의 댓글
웃자 (emsabina825)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난해부터,, 제가 믿고 의지했던분, 가르침을 일깨워 주셨던 분들이 떠나시는것을 지켜 봐야하네요.. 이번에도 또한번 마음속에서 무언가 툭하고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투썬즈님의 댓글
투썬즈 (jungsoowoo)무소유의 삶. 정말 닮고 실천하고픈 삶이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는걸 느껴요.저렇게 훌륭하신 분들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시는걸 보면 허무하기 짝이없네요.다들 돌아갈땐 빈손인것을..항상 검소하게 이웃과 공유하는 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전 감사의 표현도 몇 줄 못적겠는데 어떻게 매번 장문의 글을 잘도 쓰시는지 감탄한답니다. 건강하세요. 할머님도 빨리 완쾌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