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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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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사는 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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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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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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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_2010...백호의_해.jpg

  -21세기의 주역-

21세기에 들어선지 어언 10년째다. 헤아려보면 20세기가 막을 내리던 2000년도 말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21세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러니까 조기유학의 출발선에 위치한 초등학교 4학년 이하의 아이들이다. 말하자면 이 아이들의 어깨에 21세기의 명운이 걸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언제나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고 희망이지만 이렇게 따져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보면 사뭇 그 뜻은 엄청 크게 다가온다.
21세기를 맞으면서 많은 지식인들의 화두는 국제화와 세계화였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할 것 없이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지금 조기유학의 길에 올라있는 기러기가족들도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시대는 날로 변하면서 발전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손자들도 그랬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어 더욱 그렇다.

2010년은 우리 민속으로 따져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열일곱째인 경진(庚辰)년 호랑이 띠다. 그것도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행운과 약진의 상징인 흰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내 손자가 1998년생으로 열 두해를 맞았다. 그래서인지 범띠는 감회가 더욱 새롭다.
이 녀석이 한 살 위인 누나와 싱가포르 유학길에 오를 때가 2006년 10월이었고 귀국은 2009년 11월이니까 만 3년을 싱가포르에서 보낸 셈이다.
싱가포르의 학기 시작은 1월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월이다. 싱가포르의 학기말 방학은 11월 중순이지만 한국은 12월 말께다.
이 때문에 손자도 난감했다. 임의(불법)유학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중학교를 갈려고 하면 6학년의 두 학기 이상은 마쳐야 하기에 내 손녀도 손자도 여기에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손주들은 싱가포르 공립학교에 입학하면서 한 학년씩 낮춘 탓으로 5학년이던 손녀는 지난 해 2월에 귀국해야 했었다. 귀국하자마자 학력평가시험을 치고 6학년으로 입학했다. 3년을 함께 다니던 학우들이었지만 3년 만에 만나니까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슬펐다(손녀의 표현)고 했다. 옛 교정 옛 친구들이었지만 3년이라는 간극은 그토록 낯설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의 학교에서 유행병처럼 번지는 소위 ‘왕따’의 두려움도 극복하고 너무 잘 어울리면서 초등학교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들 반에 방학 때마다 호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이 있어 다소 경쟁의식도 있었고 반목도 있기는 하였지만 나중에는 서로 도와주는 친한 사이가 되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학생은 학교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영어웅변대회에서 늘 1등을 해왔고 그 여세는 우리 손녀도 2등으로 밀어내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어공부에서는 우리 손녀가 1등을 독차지 한다니까 우습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나는 가끔씩 손녀에게 너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냐고 묻곤 한다. 토셀의 등급을 떠나서 실용 실력이 궁금한 것이다. 단순 비교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부질없는 본전 타령에서다. 아무리 짜게 계산해도 한 녀석 밑에 3년간 들어간 유학비용이 1억원은 상회할 것 같다. 1억원어치 영어는 되어야 한다는 논리니까 어쩌면 황당한 이해타산일 수도 있다.
손녀는 할아비의 속내를 꿰뚫어 보듯이 “할아버지 내 영어실력은 원어민 선생님이 인정하고 있어요. 네가 차라리 영어 선생을 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영어선생님의 발음이 자기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다. 우스갯말이었겠지만 그만큼 언어는 현지인과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배우고 읽혀야만 효과적이라는 반증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다. 유학생활을 통해 미진한 학과도 많기 때문이다. 국어와 사회는 어쩔 수 없지만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계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었다. 전 학과목이 시험위주인 한국식 교육이어서  그랬다. 예체능계의 종이 시험은 치지 않는 싱가포르 학교 수업으로 인해 소홀히 했던 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예체능의 첫 시험에서 20~30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충격으로 중학교 진학은 싱가포르 국제학교를 생각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지난 9월 화총국제중학교에 다녀오기도 했었다. 또 혼자 싱가포르에 보내기 싫어서 한국 중학교 진학으로 결심은 하였지만 갈등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유학에서 부족했던 국어 사회 그리고 예체능도 90점 이상 받게 되어 한숨 돌리게 되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하였다는 결론이다.
손자는 겨울방학 직전인 12월 중순에 평가시험을 치고 5학년 입학절차를 끝냈다. 누나의 경험도 있고 학기 시작 전의 방학 공백도 있어 유학으로 인한 부족한 학과목 보충은 집에서 가능할 것 같아 다행이다. 3월이면 손녀는 중학생, 손자는 6학년이 된다.  

여기서 잠시 공부 이야기를 해 보자.
부모들이 자녀들을 바라보는 눈은 우선 공부다. 유학 역시 공부 지상주의의 또 다른 수단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예전에 나 역시 그랬었다. 솔직히 지금도 그 욕심은 크게 변함이 없다. 다만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에 동의하는 수준이다.
즉 삶의 가치관을 어디에 얼마만큼 더 무게를 두느냐의 문제에 부딪치게 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물음표인 것이다.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서로 서로 나누고 채워주는 심덕이다. 이 심덕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 건강한 마음이다.
건강한 마음의 원천은 건강한 몸과 도덕관의 확립이다.
지금 세상은 너무 어지럽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개인주의는 팽배하고 남과 더불어 사는 도덕관은 퇴색된다. 바꿔서 말하면 사회성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즉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는 건강한 자신을 만들고 아울러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인격자로서 발돋움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고쳐 잡기 위해서 유학생 학부모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자녀들의 건강한 마음과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몸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고등학교 전교 1등만 줄곧 하던 학생이 서울대학교 수시모집에서 탈락하였다는 내용이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어느 한 과목도 100점을 놓친 적이 없어 서울대학 진학은 따 논 당상으로 믿었다고 했다. 그런데 시험점수 100%인 그 학생이 사회성부족이라는 어쩌면 생소한 암벽에 부딪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교 신입생 선발도 시험성적위주로만 하지는 않겠다는 신호인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도도 입시개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실 그래야만 한다. 인간이 지켜야할 도덕적 인성교육이 안되면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삶을 살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이 사람을 만드는데 있음에도 지식 주입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람됨의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지식 쌓기를 해야만 제대로 된 교육이다. 선진국의 교육정책 흐름이 이런데도 전 과목시험점수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 틀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듯하여 안타까운 것이다.

그렇다고 공부에 소홀히 하여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건강한 정신과 튼튼한 몸을 1순위에 두면서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는 이야기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식 정도의 이야기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어학연수를 위한 단기간의 유학은 덜하겠지만 중등과 대학까지 염두에 둔 유학생들의 경우는 ‘인간에 있어 가장 절실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먼저 익혀야 할 것인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나 밖에 모르는 아이, 버릇없는 아이로 기르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엄청난 국부를 유출하면서까지 국외 교육을 시키고 있는 학부모들로서는 교육에 대한 올바르고 건전한 생각을 가져야 마땅하다.
국부 유출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심각성을 한 번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해외유학비용으로 쓴 돈이 44억83백억 달러로 무려 5조4천억 원이라는 놀라운 수치다. 유학생 숫자로 보면 초등학교 12,531명, 중학교 8,888명, 고등학교 5,930명, 대학교 216,867명(2009년 243,224명) 학위과정 127,000명(2009년 144,580명)이다. 이에 반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대학 63,952명, 학위과정 40,585명으로 수입액은 6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엄청난 적자로 우리 돈만 해외 유학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봉 18억원으로 서울 학원가의 최고 스타 강사였던 ‘이범’씨의 공부기술을 강의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적어도 중학생부터는 자기로 인하여 돈이 얼마나 들고 있는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모가 자기들로 하여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를 알게 됨으로서 자기에 대한 책임감과 공부에 대한 애착도 더 가지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왕 이범 교육평론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그의 공부기술 강의를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을 나와 국내 최고의 연봉 강사였던 이범씨의 ‘공부기술’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볼만하다. KBS 아침마당 2008년 9월22일자와 10월8일 목요특강의 다시보기를 클릭하면 만나볼 수 있다. 그의 공부 잘하기 방법 가운데 하나가 <1. 학원은 2과목 이내로 한정한다. 2. 복습할 부분을 미리 체크하라. 3. 주간 학습계획을 세워라. 4.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라.>다. 국내 학생들에게 제시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유학생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꼭 한 번 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행운과 힘의 상징인 백호의 경인년 새해를 맞아 싱가포르 유학생들이 보다 건전한 마음과 건강한 체력으로 위풍당당하게 정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7회에서 계속>

드리는 말씀 : 연초에 새해 계획을 잘 세우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경인년으로 기록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여기에 손주들 이야기를 자주 등장시키는 것은 여러분들의 귀국 이후에 겪게 될 여러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부족하나마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글에 성원하여 주신 레몬트리 님, chris 님, 웃자 님, Tony 님, 강원도 님, 그리고 연하장에 댓글을 달아주신 민아 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댓글목록

레몬트리님의 댓글

레몬트리 (bead73)

올해 큰아이를 p1에 입학시켰습니다. 오늘이 3일째네요 ^^ 울기도 하고 걱정하지 말라며 제법 어른다운 말을 하기도 하고...  아이가 선택한 길이 아니기에 많이 미안하고 안쓰러워요 . 남강 선생님의 글이 병아리 학생과 병아리 학부모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웃자님의 댓글

웃자 (emsabina825)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과연 제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고 있는지 돌아보게되네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hris님의 댓글

chris (mckhang)

자식 교육이 참 길다 느끼는 요즘입니다^^ 저희때와는 달리 초등학교부터 아이들 공부에 신경쓰다보면 아이들 공부 마치기 까지가 참 긴것 같아요...선생님의 좋은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새해에도 항상 좋은 말씀으로 이곳 유학생활로 지쳐가는 엄마들에게 힘이 되주세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꾸벅^~^

싱숭생숭님의 댓글

싱숭생숭 (raindee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여전히 종종 글 올려주셔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번 겨울이 몹시도 춥다던데, 건강하시구요.

캔디님의 댓글

캔디 (mieco)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새해 복 마나마니 받으시구요~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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