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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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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생이 드리는 영상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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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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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1
    4. 200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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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열하루 동안 딱 이렇다 할 일도 없이 바빴다.
여독으로 하루, 며느리 문병으로 하루.
그리고 집안 정리로 머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쑤셨다.
흐렸다 개였다 하는 날씨만큼 내 몸뚱어리도 그랬다.
그래서 아내와 인근 마켓과 어시장을 다녀온 게 전부다.
나이에 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오늘 비로소 손녀 손자와 셋이서 귀한 나들이를 했다.
손녀의 TOSEL Intermidiate 시험 날이다.

나흘 만에 맞는 쾌청한 날씨가 좋았다. 며느리가 아이들 데리고 시험장에 함께 다녀왔으면 했다. 운전하기가 싫다고 하였더니 택시비 3만원을 손에 쥐어 주었다. 마산에서 창원까지 가야 했다. 불과 20분 거리의 이웃이지만 남의 동네라는 마음의 거리감이 더 멀게 느껴졌다. 이래서 사람의 마음은 용렬한가보다.
찻길에 나서자 싱가포르 거리 모습이 불현듯 스친다. 차도가 다르고 흐름이 다르다. 운전석이 다르고 느림과 빠름이 확연히 다르다. 2층 버스와 굴절버스가 명물이었다.
택시 기사는 50대다. 대화가 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철저한 벙어리가 말문을 텄다. 얼마나 시원했든지 마음껏 토해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구수했다.
한적 진 가도에 들어섰다. 가로수의 마지막 잎새가 떨고 있었다. 검붉고 노랑 낙엽이 가련하게 뒹굴었다. 일주일 전에 이미 입동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떠난 첫사랑이 시상(詩想)으로 떠오름직한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9시40분 입실 10분전에 도착했다. 시험장인 중학교 교정에 수험생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 차림도 여럿 있다. 여러 급수에 응시하는 모양이다.
손녀는 자신감이 넘쳐 좋았다. 지난번 Junior 1급 시험에서 경남도내 2등이라는 자신감에 당당한 것 같다.

손녀를 시험장에 들어 보내고 손자와 ‘홈플러스’에 가기로 했다. 창원은 기획도시어서 교육단지가 있다. 그 곳에 교육기관과 원만한 중고등학교는 거의 모여 있다. 학교를 한참 빠져나와서야 큰 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시내버스 승강장이 바로 있었고 넘버별 안내 표지판은 물론 도착 버스와 시간이 전광판에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낯선 사람에겐 선뜩 다가서지는 못했다. 묻는 것이 최선이라는 내 지론이 발동했다. ‘묻고 보자’는 역시 통했다. 젊은 아줌마가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홈플러스의 첫 인상은 깨끗하고 산뜩했다. 싱가포르의 쇼핑몰에 있는 대형마트와는 분위기에서부터 다르다. 너무 깔끔이 정리정돈 되어 있어 상쾌하다. 주눅 들고 두려웠던 싱가포르와 판이하다. 히잡 여인도 검정 얼굴도 없다. 하나같이 곱고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정겹다. 마음대로 물어볼 수 있고 여유롭게 쉴 수도 있어 편하다.
싱가포르에서의 불편함이 남의 탓이 아니다. 말 못하는 내 탓이었기에 오히려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라면서 신용카드까지 줘서 받기는 하였지만 당장 살 것도 없다. 넓은 매장을 4층까지 돌아다니며 눈요기만 실컷 했다. 손자는 디지털 사진액자에 군침을 흘렸다. 사진 한 장 한 장씩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반했다. 구두쇠 기질이 있는 녀석의 시선을 잡은 것은 97,000원짜리를 20,000원 할인매출 한다는데 있었다. 잠시 가지고 놀다마는 호기심의 발로라 그냥 지나쳤다. 어영부영하다가 11시가 넘었다. 황급히 되돌아가야 했다. 숨이 목에 차도록 뛰어 종료시간 11시30분의 5분전에 당도했다. 숨을 가다듬자 손녀가 웃는 얼굴로 고사장을 나섰다. 첫 물음은 ‘시험 잘 봤니?다. 어렵기는 했지만 답안지는 여유 있게 써 냈다고 했다.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도닥거려 주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고마워했다. 손녀 손자에게 있어 기회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아까 손자와 나왔던 대로에 다시 섰다. 이름 모를 낙엽송이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낙엽은 싸늘한 바람결에 이리저리 몰렸다 흩어졌다 갈피를 찾지 못한다.
이 어이 그냥 보고 말겠는가. 카메라의 셔터가 발광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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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는 말씀 : 오늘 1200회가 넘는 조회수와 서른 번째의 댓글을 보면서 감사했습니다. 엊그제 ‘몸살림 운동’의 강사를 맡고 있는 SK건설 윤정욱 부장으로부터 “선생님의 팬이 이토록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라는 메일을 받고 너무 감격하였습니다. 과분해서 말입니다.
무엇이든 나누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도 다듬을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올립니다. 겨울의 길목에 선 마지막 가을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지만 섣불리 들어낼 수 없어 잠깐 미뤄야 하겠습니다. 곧 다가서기를 기약해 봅니다.
정겨운 여러분들이 그립고 상하의 더위조차도 살갑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건강입니다. 매사에 늘 조심하시고 열심히 사셔서 보람찬 이국생활로 기릴 수 있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댓글목록

가자미래로님의 댓글

가자미래로 (iandp)

전 지난주 서울출장 다녀왔습니다, 한번 씩 갈떄 마다 느끼는 거지만 왜케 사람들이 바쁜지 ㅎ, 싱가폴에 몇년 살면서 제가 나태해진건지 아님 가끔 헷갈릴떄가 있습니다. 싱가폴은 오늘도 후덥지근하며, 이제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십시요.

웃자님의 댓글

웃자 (emsabina825)

한국의 가을 풍경을 보고 눈물마저 핑돌았습니다...... 한국가셔서 일상의 여유로움과 행복함이 함께 하시는듯보여 제가 맘이 다 좋아요..... 내일부터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진다니 특별히 건강조심하시구....  가끔 소식 올려주세요.......

캔디님의 댓글

캔디 (mieco)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내나라의 가을 하늘이 눈 앞에 있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멀리있는 이들을 위해 눈과 마음의 기쁨을 주셔서....늘~행복하세요~^^

이씨님의 댓글

이씨 (olevis501o)

여기 창원대로군요.. 보이는 아파트는 목련아파트인것 같고.. 맞은편엔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있는데.. 갑자기 고향이 그립네요.. 사진 고마워요~

April님의 댓글

April (martino)

거리에 뒹구는 낙엽이 이리도 그리울 줄 몰랐습니다. 추울 때 들어가셔서 걱정입니다.할머님과 모과차즐기시면서 겨울 잘 보내세요.

chris님의 댓글

chris (mckhang)

불현듯 집으로 가고 싶다는 맘이 간절해지네요... 내나라 내고향 내집이 몹시도 그리운 밤이 될것 같습니다..항상 건강하세요^^

봉노엘님의 댓글

봉노엘 (bonnoel)

멋진 낙엽이네요. 감사합니다. 가을풍경을 보여주셔서.. 건강히 잘 가셨군요. 덧글없이 눈팅만 하던 팬이었는데 가신다니 서운했었거든요. 간간히 한국소식도 전해주세요. 가족모두 건강하시구요~

피닉스님의 댓글

피닉스 (wisethink)

선생님~~~~ㅠㅠ...이리 반가운 글을 접하니 너무 기쁘고 감사할 뿐입니다.  요즘 너무 힘든 일이 많았기에 별도로 소식올리지 못하였는데, 조만간 따로 편지 드리겠습니다.  제가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모님과 함께 늘 건강하시고, 하루하루 행복하신 날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귀여운 손주분한테도 안부 전해 주세요^^

투썬즈님의 댓글

투썬즈 (jungsoowoo)

안녕하세요? 한국의 단풍낙엽이 한없이 그립네요.계실땐 몰랐는데 가시고 나니까 정말 든 자린몰라도 난 자린 표가 난다고 괜히 가슴한구석이 서운한 느낌 아실런지요. 가끔씩이라도 긴글아니어도 되니까 이렇게 반가운 글 기다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보라빛님의 댓글

보라빛 ()

가고싶어라~  계속  좋은  소식 마니마니 올려주세요  감기조심하세요

민아님의 댓글

민아 (taelin3001)

한국에 돌아가셨네요~~휴가를 너무 오래쓰고 돌아와보니 이 곳에서 철수를 하셨네요..손자분께서도 부모님과 누나 곁으로 돌아가 무척 마음이 행복해졌겠습니다.선생님과 사모님께서도 한결 마음이 편안하실것 같슴니다. 이제 이 곳에 남아있는 저도 남은시간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어 유종의미를 거두겠습니다.언제나 두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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