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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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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9-14

본문

-기러기가 된 까닭-
(자녀 교육)-하편

1. 존경받는 부모
자녀로부터 존경받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모범적인 삶이란 생각만큼 녹록찮기 때문이다.
일흔을 살아오면서 가장 회한으로 남는 것은 자식들에게 포근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한데 있다. 자녀에 있어 아버지는 엄격해야 된다는 유교적 사상에 젖어있던 나였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얼굴을 자주 맞대는 직업도 아니었다. 육아와 가사는 전적으로 집 사람의 몫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유년기에 비친 아버지상은 아마도 차갑고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조그마한 실수도 꾸지람의 잣대가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들 나타나는 표현이 딱딱하니 제대로 인식될 리 만무다.
그뿐인가. 가난한 시절이라고는 하나 아버지로서 넉넉한 재정적 지원도 못했으니 ‘돈 못 버는 아버지’, ‘깐깐한 아버지’로 각인되었을 것은 자명하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언제나 비판적인데다 아내에 대한 자세 역시 가부장적이었으니 애비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일 테다.   아이들에게 확실한 아버지의 장점을 심어주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지금도 후회스럽다.
자녀들에게 이미 각인된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지울 수 없다. 훗날 어떠한 말이나 설명으로서는 만회할 수 없다.

2. 당근과 채찍 그리고 솔선수범
  기러기 부모의 경우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부모의 어느 한쪽이 없는 상황에서 자녀에게 쏟게 되는 정은 너무도 크다. 아무리 잘 못해도 나무랄 수도 없을 정도로 안쓰럽고 아깝다.   정에 사로잡히다보면 자칫 큰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일쑤다.
기본적으로 당근과 채찍이 조화로워야 한다. 이 기본이 불분명하게 얽히면 혼란스럽다.
두 번째는 솔선수범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이 중요하다. 그 실천은 부모가 먼저 보여야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서운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의 거울이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듯하다.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자녀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과 미래를 결정짓는 디딤돌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예컨대 길을 건널 때는 꼭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모범을 실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적당’은 금물이다. 이곳의 문화에 대한 설명도 긍정적이어야 한다. 비난하는 태도는 해롭다. 비난보다 문화의 차이를 인식 시키거나 본받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설명해야 한다. 좋건 나쁘건 상대를 존중하는 심성을 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사회성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3. 당당한 자세와 다양한 체험
상대를 존중하면서 당당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보다 낫다거나 못하다는 우월감이나 월등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모든 면에서 절대 우위도 열세도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다민족이 공존하는 장점과 약점도 아이들에게 있어 풋풋한 현장 실습이다.
나는 손자들이 피부나 언어와 그들의 관습과 상관없이 잘 어울렸다는데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학교 친구들의 부모와 함께 초청하여 서로 오가며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아주 훌륭한 교육이다. 무엇이든 체험을 통한 교육만큼 큰 효과는 없다. 불행이도 나는 언어소통과 나이라는 장벽에 막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 속상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좋은 추억도 일생을 두고 값진 자산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도록 권유한다. 여행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버릴 줄 아는 취사선택의 산교육장이 되기 때문이다.

4. 이웃과 소통하는 법부터 가르쳐라.
어디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교류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 또한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효과가 크다.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병폐가 이웃과의 단절이다. 옛 날 우리민족은 이웃을 친척보다 더 소중히 여겼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먼 곳에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곳의 이웃이 사람의 삶에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실천에는 인색하다. 날로 극심한 개인주의사상의 팽배는 끝내 인간 중심이 아닌 물질만능이라는 비인간적 동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 잘 못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웃과 소통하는 과정을 자녀들에게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진심으로 축하하여 주지 못하는 옹졸한 마음가짐이다. 요즘은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가. ‘한국촌’을 통해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가끔씩 보게 될 때가 있어 우려스럽다. 이제 기러기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통해서 그 잘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고 불행 또한 나눔의 것이다’고 말이다.

5.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가족의 소중함이야 두 말 할 나이조차 없지만 때로는 소홀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러기 생활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기를 권고하고 싶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인해 오해하고 섭섭하고 멀어질 수 있다. 반면에 조그마한 배려로 가까워지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은 아주 적은 마음 씀에 있다.
남편과 부인 그리고 부모에 대한 자신의 자세다. 얼마 전 몇 분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주 지혜로운 기러기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외항선을 타는 남편과 통화를 할 때면 온갖 아양을 다 떤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꼭 와 닿는 말이었다. 흔히 아양이라면 귀염을 받기 위해 일부러 애교를 부리는 행동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대상이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이만 아니면 아주 좋은 삶의 지혜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했다. ‘천냥 빚도 말 한 마디로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서운하고 화난 상대라도 사근사근 다가오면 금방 마음이 편하게 바뀌는 경험을 누구나 하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해도 거듭하면 할수록 진정성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힘들면 힘들수록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람은 표현이라는 유일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말과 글이라는 소통 수단을 통해서 서로의 감정을 읽고 움직이는 것이다. 속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표현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유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축에 낀다. 왜냐하면 아내와 자식들이 하나같이 소통에 무디기 때문에 늘 서운하고 때로는 화가 치밀 때도 흔히 경험하고 있어 그렇다. 성격상 그렇거니 하면서도 늘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아들의 안부 이메일 하나도, 며느리의 편지 한 장도 귀하게 간직하는 이유도 소통의 절실함에 목마르기 때문이다.
단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전화 좀 하라며 나무라기도 했다. ‘아버님, 더운 날씨에 얼마나 힘드신지요?’ 기껏해야 스무 글자 이내의 표현이면 듣는 나로 하여금 행복의 엔도르핀을 솟구치게 하는 것이다. 이 한 줄의 말이 인색한 우리들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6. ‘감사’와 ‘사랑’을 습관화하라.
손자에게 아빠 엄마와 통화가 끝날 때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꼭 말하도록 한다. 학습에도 복습효과가 있듯이 습관에도 반복효과가 있다. 자꾸 하다보면 몸에 베이고 몸에 베이면 그대로 실천으로 옮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부모가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효과가 있다. 엄마들은 시부모에게 얼마나 안부 전화를 하고 있는가? 아빠는 장인 장모에게 얼마나 하고 있는가?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하루에 몇 번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가? 행여 아이들이 대신하고 있지는 않는지? 특히 부부사이는 신세대들의 말처럼 닭살이 돋을수록 좋다. 아름다운 표현, 따뜻한 말은 다다익선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정감은 상승(相乘)효과로 배가되는 것이다.
천성이 무디다는 변명은 금물이다. 좋지 못한 습관은 훈련을 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젊은 아빠 엄마들, 아직도 대놓고 ‘사랑한다’고 말 못하고 수화기에 ‘뽀뽀’도 못한다면 이 글을 보는 즉시 실천하기를 권고한다. 그 달콤함이 어떤 것인지, 활력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렬하게 쏟아져 들어오는지 절실히 체험하게 될 것이다.

7. 기러기들은 영어를 배워라.
기러기가 된 이유가 자녀의 교육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쉬운 말로 최소한 본전치기 이상은 해야 한다. 높은 환율에다 국내의 불경기로 기러기 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힘들고 고달프다.
영어 하나라도 딱 부러지게 배워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나 엄마도 자녀와 함께 배워야 한다. 기왕에 선택한 기회다. 가사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첫째 자녀에게 배우는 재미를 직접 보여주며 독려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솔선수범이다. 두 번째는 2~3년이라는 긴 세월을 허송할 수 없는 것이다. 무료로 봉사하는 종교 단체도 있고 저렴한 수강료로 가르쳐 주는 그룹지도 형식도 많다고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절효의 기회인 것이다. 자연발생적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자녀와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만 해도 재미있지 않는가? 아직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바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한국에 있는 배우자에게도 힘과 희망을 주는 일거이득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허사다. 성취를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얻는다.

8. 여행을 많이 하라.
자녀들과 가능한 범위에서 여행을 많이 하도록 권하고 싶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가까이 있는 나라들이 많다.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은 견문을 넓히는 지름길이다. 즐거움 못지않게 자연스런 역사, 환경, 관습에 관한 현지 공부다.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역사 탐방’도 그런 의미에서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많은 나라들이 있어 탐방 공부는 그저 그만이다. 여유가 닿는 대로 가급적 여러 나라 문명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이 역시 입지적인 기회니까 잘 활용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우리도 시간이 나는 대로 다닌다고 다녔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앞으로 많은 기회를 갖고자 여행정보를 모우고 있다.

9. 교육관련 정보에 눈독을 들여라.
이곳 싱가포르의 교육제도와 정보를 많이 아는데 신경 써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삶의 지혜이자 기본이다.
설령 1~2년의 단기 유학을 계획 했지만 살다보면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대학까지도 다닐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많은 정보를 알다보면 이곳에서 더 공부하고 싶어지거나 빨리 접어야 한다거나 하는 판단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교육과정은 지극히 경쟁적이어서 쉽게 공부할 생각은 금물이다. 그래서 학교생활에서의 스트레스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여느 아시아 국가와 같이 심하게 받는다.
초등학교를 마친 후에는 초등졸업시험(PSLE, 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을 치르고 중등과정 이후에는 진학진로에 따라 각각 다른 시험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은 국립 싱가포르 대학교, 난양 기술 대학교와 싱가포르 매니지먼트 대학교가 유명하고 이 외에 기술대학으로 테마섹, 싱가포르, 니안, 난양, 리퍼블릭 폴리테크닉이 있다. 모두 만만찮은 학교이지만 우리나라 학교와 직장의 접목이 문제다.

10. 최선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
결론은 쉬운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각자의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이것이 인생살이다. 자녀들의 교육 역시 이 삶의 철칙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의 타고난 재능을 잘 관찰하고 파악하여 진로를 선택하는 일이 자녀의 장래를 결정짓는 기본이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다.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기러기 생활’을 선택한 이상 상응하는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
기러기에 대한 정신적 물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곧 자녀들로 하여금 언어습득은 물론 학업과 성취도의 절실함을 깨우치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효율적인 방법은 기러기부모와 자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가는 일체성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려 한다.
최선의 노력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

                                                                  <자녀 교육 편 끝>


드리는 말씀 : 40회 이야기에 댓글로 격려하여주신 이쁜애기 님, 캘러웨이 님, 웃자 님, 오늘하늘 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목록

ROSALIA님의 댓글

ROSALIA (mjjung68)

아마 서생님 들려주신 이 얘기들 모르는 사람은 없을꺼예요. 정말 실천이 문제지... ^^ 늘 힘들고 잘 안되니까, 이렇게 글로 올려주시는거 읽으면서 고개도 끄덕거려보고, 하나라도 해 보려고 노력도 한다면.... 그리고 주변에 그런얘기들을 나누며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들을 느낀다면 확 바뀌진 않겠지만, 조금씩 바뀌는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영어공부.... 이거 해야하는데... ^^ 노력하겠습니다. ^^

보라빛님의 댓글

보라빛 ()

아버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얼굴 한번 제대로 보고 얘기 해본적이 없었어요. 뭐가 그리 어렵고 무서웠던가... 이런 엄한 아버지밑에서  울타리 역할을 해주신 엄마도 생각납니다 그래서 낼  애들 학교 보내고 전화 한통 하렵니다 글 잘 읽고 이것저것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고 갑니다 . 용기내 실천해 보렵니다 아자아자 기러기 엄마들 파이팅!!!

피닉스님의 댓글

피닉스 (wisethink)

선생님~~~ 귀한 글 오늘도 감사히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요사이 제 존재의 이유까지 포함해서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냥 현재에 충실할 뿐이라는 평범한 결론밖에 얻지를 못했답니다.... 글귀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지만,  로사리아 님 말씀처럼 실천하는 게 쉽지 않지만, 노력해 보렵니다^^  안부인사가 늦어졌네요, 늘 건강 조심하시고 조만간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하늘님의 댓글

오늘하늘 ()

저는 항상 늦네요. 한국에서는 엄한 아버지에게 깎듯이 존대말을 하던 아들이 이 곳 싱가폴에서는 조금씩 말을 낮춰 얘기하고 이런 저런 얘기도하고 격려도 충고도 해줍니다. 그만큼 내게 가까이 다가옴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느 덧 아이들이 커서 이제 아버지를 이해하고 가끔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게 기쁩니다. 제 생각은 아이들은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기다림보다 야단이 먼저 나오는 건 나의 조급함 때문일 겁니다. 기다려야 겠지요? 그런데 언제까지?란 의문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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