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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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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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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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에 가다-(전편)

지난해 이때는 좋았다.
쿠알라룸푸르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들로부터 말레이시아로 여행 가자는 제의가 온 것은 지난해 7월 하순이었다. 예정일은 7일간의 방학이 시작되는 9월1일이었다. 행선지는 ‘선 웨이 라군 리조트(Sun way Lagoon Resort)’다. 이곳에 파도풀장이 있단다. 우리 내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여행을 간다는 것만으로 가슴 설레었다. 교통편과 호텔 예약은 싱가포르 하나투어에서 알아보라고 했다.
아들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전화기를 두들겼다. 영어로 ‘하나투어’라고 응답했다. 하거나말거나 우리말로 쿠알라룸푸르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말이 튀어나가자 우리나라 여직원이 수화기를 바꿨다. 선라군 리조트 호텔 방은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호텔요금은 일반실 기준으로 1박에 200~250$(이하 싱달러) 정도인데 확실한 요금은 서울 본사에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교통편은 모르겠다고 했다.

황당했다. 교통편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아가씨도 난감해 했다. 표를 취급하지 않더라도  정보는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따지다시피 하였더니 항공편과 기차 그리고 버스가 있다고 했다. 쿠알라룸푸르까지 버스는 5시간에서 6시간 걸리고 어른 기준 1인당 요금은 30~40$란다. 열차는 탄종파가 역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발하여 오후 4시에 도착하는데 요금은 침대의 경우 43$, 항공편은 말레이시아 항공으로 항공료는 어른 기준 1인당 97$이고 소요시간은 50분이라고 했다. 항공편의 경우는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70Km라고 했다. 그렇게 먼 거리라면 항공을 이용할 의미가 크게 없었다. 오가며 볼 수 있는 바깥 구경도 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그렇다면 갈 때는 열차를 이용하고 올 때는 버스를 타자고 했다. 인터넷에서 본 열차는 괜찮았다. 그리고 침대는 편해 보였다. 버스와 열차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 높이는 방법일 것 같았다.

손녀와 손자는 인터넷에서 라군 리조트를 찾아내 시설도 좋고 2미터 파도풀이 너무 좋다며 환호했다. 엉덩이춤을 한바탕 추었다. 기분이 매우 좋을 때 추는 손자들의 막춤이다.
며칠 뒤 하나투어로부터 전화가 왔다. 디럭스 룸은 방 하나당 280$라고 했다. 방 2개에 2박이니까 호텔요금만 1,120$이다. 아침 식사만 무료이고 풀장 이용도 무료라고 했다. 15일 내에 입금해야 된다고도 했다. 7월31일인데도 방학 성수기라며 방이 많지 않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다.
8월8일 베이징 올림픽과 다음 날인 9일은 싱가포르 건국기념일이어서 더 복잡한지도 몰랐다. 노베나 MRT 근처에 있다는 하나투어 위치도 알아두었다.
13일 뒤 하나투어를 찾아갔다. 한국인 남녀 직원은 두 명과 현지 여직원 한 명이 창구에서  여행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한국인 여직원은 친절하고 상냥했다. 호텔요금을 주었더니 Hotel Voucher를 내 주었다.

인터넷(www.myexpressbus.com)에서 말레이시아와 쿠알라룸푸르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게 많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손자들은 침대열차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벌써 열차에 대한 환상에 빠졌다. 차창너머 말레이시아의 산하를 구경한다는 것도 참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했다.
다음 날 손녀와 손자가 탄종파가 역에 전화하여 열차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물었다. 목적지인 라군 리조트까지는 멀었고 도착하는 9월1일은 월요일이어서 쿠알라룸푸르의 쌍둥이 빌딩도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라군 리조트에 먼저 가서 여장을 푼 다음 날 쌍둥이빌딩으로 가야 했다. 화요일은 라군 리조트의 파도풀장이 노는 날이어서 그렇게 일정을 짤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부터 버스 찾기에 나서 선 웨이 라군행 ‘Aire Bus’를 알아냈다.
Aire Bus 매표 사무실을 찾아간 날은 8월23일이었다. 토요일이어서 네 식구가 모두 나섰다. 표도 사고 쇼핑도 하기로 한 것이다.

사무실은 한국광관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DFS 백화점 맞은편에 있는 For East Plaza 3층에 있었다. 왼쪽 구석진 곳에 여직원 한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제가 생겼다. 라군 리조트까지 가는 버스표는 매진이었다. 아이들의 실망이 컸다. 얼굴색이 금방 노랗게 물들었다. 얼른 떠오른 생각이 목적지 직전의 표는 있는지 물었다. 마침 5장이 남아 있다고 했다. 모두 뒷자리다. 그 곳에서 내리면 택시나 지하철로 라군 리조트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택시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고 했다. 다른 버스도 매진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쩔 수없이 이 길을 택했다. 노인과 어린이의 할인혜택을 받기위해 여권을 내 놓았다.
할인요금은 어른 요금 47달러보다 12달러가 싼 35달러였다. 어른 2장에 할인적용 4장 요금은 294달러였다. 원래 234$인데 학생들 방학 때는 10$의 할증이 적용된다고 했다. 싱가포르 특유의 요금체제다. 납득하기가 어려웠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고급의자에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데 있었다.
돌아올 때 알게 된 선 웨이 라군 직통 버스는 ‘AERO LINE이었다. Harbour Front Centre에서 탈 수 있었다. 모르면 고생하기 마련이라는 상식을 새삼 일깨웠다.    

일단 여행의 기본 준비는 끝났다. 8월30일 아들내외가 도착했다. 자녀들과의 여행을 위해 여름휴가를 미루어 왔다는 것이다. 그 날 밤부터 손자들의 천국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비가 아무리 잘 거둬도 아빠 엄마의 정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진리다.
여행배낭을 챙겼다. 9월1일 새벽 4시에 모두 일어났다. 손자 녀석들은 아마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서둘러 나섰다. 오차드 MRT에 내린 시각은 7시다. 아침이 열리는 오차드는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이 조용한 거리가 서 너 시간 뒷면 인산인해로 북적거릴 것이다.
DFS 바로 앞에 있는 시내버스 정유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출발시간보다 5분 늦은 7시35분에 도착했다. 버스는 그림에서 본 그대로였다. 1층은 넓은 공간에 좌석도 네 개가 있었는데 고급스러웠다. 비즈니스석인 것 같다. 우리는 2층에 올라갔다. 의좌는 모두 30석인데 넓고 거의 반듯이 누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우등버스보다는 못했다. 그런데 안전벨트가 없다는데 놀랍다. 맨 앞자리를 잡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았다. 승객들의 대부분은 가족단위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버스비가 비싸고 좌석이 일찍 매진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버스는 시내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출발부터 나의 캠코더는 작동했다. 차멀미를 하는 손자는 금방 눈을 붙였다. 안타깝다. 1시간쯤 갔을 때 출국장이 나타났다. TUAS 검문소다. 버스에서 소지품을 모두 들고 내렸다. 출국심사를 받는데 50여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 ‘Straits of Johor’ 해협의 ‘The Cause Way’ 1050m를 8분 만에 건넜다. 말레이시아 입국수속은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짐은 X-레이 수색대를 금반 통과했고 몸수색도 없었다. 싱가포르에 비교가 안 될 만큼 간편하고 수월했다.
거리의 좌우에 늘어선 열대림이 싱가포르와 별반 다를 게 없었지만 간간히 보이는 집은 초라하고 낡았다. 코코넛 재배지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일렬로 가지런히 늘어선 넓은 농장은 풍요로웠다. 말레이시아의 산하는 척박했지만 순수했다. 농촌 들녘 곳곳은 새로 단장한  집단 주거지와 공장 건물도 간간히 보였다. 개발여지가 많은 황무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쭉 뻗은 4차선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창 밖은 맑고 시원스럽다. 나는 버스 한 쪽 면의 모습만 영상에 담기에는 성이 차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운전석에 갔다. 버스기사에게 앞좌석에서 잠깐 촬영을 하겠다고 했더니 기꺼이 승낙했다. 전면에 펼쳐지는 광야는 그 동안 꽉 막혔던 체증을 확 트이게 했다. 속이 후련하다. 오토바이도 버스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마치 속도 경쟁을 벌리기라도 하듯 말이다.

10시44분 첫 휴게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상가까지 오르는 길은 계단과 평면 길은 물론 에스컬레이터까지 갖춰져 있는 현대식이었다. 그 좋은 시설을 먹칠하는 것은 식당가의 파리 떼다. 주차장에 서있는 현대 마크의 승용차는 내 맘을 뜨겁게 지폈다. 이것이 내재된  애국심인가?
20분을 쉬고 뜨기가 바쁘게 버스식이 나왔다. 카레밥과 카레국수 같은 음식이었다.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는 아내가 준비했던 김밥 몇 개만 먹었다. 모두 몇 숟갈 먹더니 하나같이 김밥으로 손이 갔다. 아내는 좀 더 말려고 하는 것을 내가 말러서 김밥이 모자랐다. 차내 서비스는 음료수도 제공되었다. 버스에서 먹는 커피 한 잔의 맛은 상큼했다. 추억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다.
1시45분에 쿠알라룸푸르에 들어섰다. 외곽지대의 환경과 건물은 마치 60~70년대 우리나라 중소도시 모습과 흡사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이 허용됐다.
도착지인 ‘MID BALLY’에 도착한 시각은 2시10분이었다. 예정시간보다 무려 1시간 10분이나 연착했다. 미드벨리는 쇼핑몰 이름이다. 세일 기간이라 하여 한 바퀴 돌아봤다. 규모는 컸지만 헐렁한 분위기에 물건 값도 싱가포르나 대등했다. 특산품도 눈에 띄지 않아 그 냥 돌아섰다.

택시를 흥정했다. 라군 리조트까지 50링깃(Ringgit : RM)을 불렸다. 깎아야 된다는 정보에 따라 35링깃에 흥정을 끝내고 두 대에 나눠 탔다. 쿠알라룸푸르의 거리는 난생 처음이다. 왕복8차선 거리는 자동차들로 활기찼다. 택시는 낡은 일제다. 100킬로씩 달렸다. 불안스럽기도 했다. 호텔까지 딱 20분이 걸렸다. 우리 돈으로 12,000원 정도니까 싼 편이었다.
아내와 며느리, 손녀가 탄 택시가 15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걱정하다 못해 찾아 나설 찰나 들어왔다. 택시는 호텔 모퉁이에서 멈추었고 50링깃짜리 지폐를 주었더니 거스름돈은 주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려하더라고 했다. 붙들고 따지니까 4링깃만 주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첫 인상이 말이 아니다. 아주 적은데서 나라의 망신을 시키는 상혼이 안타깝다. 어쩔 수 없는 후진성으로 치부하고 여장을 풀었다. 호텔은 제법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높고 넓은 로비와 정문에 설치된 코끼리상과 호랑이가 사슴을 사냥하는 모형은 무척 인상적인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9층에 자리 잡은 두 객실에 들었다. 32인치짜리 삼성 칼라 TV가 나그네의 피로를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우리나라의 기업의 우수성과 국력을 실감하게 하는 첫 대면이 좋았다. 호텔의 내부는  우리나라 모텔 수준도 미치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12층에 있는 한국 음식점 ‘고려정’도 이국에서 맛보는 감회다. 아주 넓은 큰 규모였다. 밤 7시인데도 손님은 단 두 테이블이 전부어서 걱정스럽다. 잘 돼야 할 터인데...
한국 주인은 없고 한국말을 잘하는 여종업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미얀마 출신으로 한국어를 전공하였다고 하여 더욱 정겨웠다. 샤브샤브 3인분(6인분 분량)을 먹었다. 고막 무침과 산나물이 한국 맛 그대로다. 시장한 김에 맛있게 먹었다. 밥값은 240링깃이다. 미얀마의 서빙 아가씨에게 팁도 쥐어 주었다. 말레이시아 한국교민이 15,000명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한인들 모임이 자주 있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이곳의 야경은 이 호텔이 독보적이었다. 무지개 일곱 빛 찬연한 네온사인이 거리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호텔과 쇼핑몰로 연결된 대형 건물은 볼거리가 많았다. 몰의 입구에는 현대 신차 ‘제네시스’가 전시되고 있었다. 너무 기뻤다. 대한의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신차 옆에는 예쁜 카 모델이 미소 짓고 있었다. 손녀가 그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선 웨이 라군’은 말레이시아의 작은 유흥도시 같았다. 피라미드 쇼핑몰은 오늘이 마지막 세일 기간이라서 그런지 손님으로 붐볐다. 실내 아이스 스케이트장도 있었다.
마트에서 알리커피 20봉 들이 두 팩을 샀다. 한 팩당 값은 29.90링깃이다. 야식거리로 빵과 과일을 샀다. 맥주도 놓칠 수 없었다. 라군 풀장과 놀이시설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쿠알라룸푸르의 첫 날 밤은 서서히 깊어 갔다.

                                                                                   <2편은 39회에서 계속>  

드리는 말씀 : 혹여 말레이시아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소 참고가 될 것 같아 부랴부랴 올립니다. 사진도 올리려고 시도하였으나 고감도로 찍어 용량 허용이 안 돼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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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비단님의 댓글

비단 (bidanbo)

잘 읽었습니다. 친지들 방문하면 말레이에 한 번 가보려고 했는데 어딜 가야할 지 몰라서 고민만 하고 있었답니다. 라군 리조트 괜찮을 것 같습니다.

태린님의 댓글

태린 (taelin3001)

온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생동감있게 회상하여 주시니 무료한 싱생활중에 한번쯤 가보아야 겠다 생각합니다.다음편도 기대합니다.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맛깔님의 댓글

맛깔 (karchizorim)

쿠알라룸프 여행기는 다음에 가게 될 때 소중한 자료가 될 것 틀림이 없네요, 다행스럽게도? 아직 못 가 보았습니다. 생생한 여행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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